무민 보드게임 뇨로뇨로 페스타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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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4 17:55

트롤(Troll)은 판타지소설이나 영화, RPG에서도 종종 나오는 무시무시한 거인족입니다. 인간을 상대로 나쁜 장난을 치거나 잡아먹기도 합니다. 여기서 파생된 뜻으로 간혹 자신의 쾌감을 위해 남의 기분을 망치는 악의적인 행동을 가지고 트롤링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에서 나온 트롤들

그런데, 트롤 중에 귀여운 트롤도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핀란드 출신의 동화작가 토베 얀손이 1945년에 발표한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시작으로, '즐거운 무민 가족' 동화시리즈가 출간되었고, 이후 만화로도 발표되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무민과 친구들. 2015년이 무민탄생 70주년이었습니다. (위키피디아 참조)

핀란드를 대표하는 국민캐릭터이자, 유럽을 비롯한 각 나라에서는 인형극과 만화영화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핀란드 남서부 '난탈리'에는 테마파크인 [무민월드]가 있어 연간 30만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지금도 다양한 캐릭터 상품등이 발매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장황하게 [무민]에 대한 배경과 역사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그만한 이유를 붙여야 왜 이 게임을 사게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 위함도 있습니다.

크흠...

원래는 [콜트 익스프레스]를 구매하려 판매사이트를 뒤적이는 중, 무척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는 보드게임을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흔하게 볼 수 없던 [무민]을 소재로한 보드게임이였기에 결재버튼을 눌렀습니다.

흠흠...

박스 앞면입니다. 캐릭터를 둘러싸고 있는 뇨로뇨로를 붙잡는 것이 목적입니다.

박스가 무척 단단하다는 게 첫 느낌이었습니다. 나름, 오래된 동화책 표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름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박스 뒷면입니다. 스토리와 구성물에 대해 표기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작게 [일본어판]이라고 써 있습니다.

앞면과는 너무 다른, 무채색 프린트. 살짝 성의없게 느껴지는 레이아웃에서 처음에 느꼈던 감동이 변기물마냥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반성했습니다. 박스 외형에 실망하여,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게임들이 얼마나 많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내실이 중요한게 아닐까요?

박스 안입니다. 오른쪽에는 부품 박스, 왼쪽에는 앙케이트 엽서와 룰북이 있습니다.

응? 구성물이 너무 단촐한 것은 여백의 미 일까요? 왼쪽에 보이는 커다란 으음...암튼 종이는 꽤 단단했습니다. 아무래도, 박스가 눌려 찌끄러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아이디어 였던 것 같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다른 식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뇨로뇨로 페스타 부품상자]

[부품상자] 내용물

실망을 넘어서서 흥미롭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카드상자를 보자마자 명함상자가 떠오르더군요.

카드보호를 위한 나름의 조치인 것 같습니다. (뇨로뇨로를 보관하는 걸로 보이는 별모양 플라스틱 상자도 있습니다.)

카드 앞면

카드 뒷면

카드는 총 3종류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카드앞면의 광활한 여백과 자비없는 폰트가 인상적입니다. 반대로 뒷면은 꽤 컬러풀합니다. 박스디자인에서 받은 영감이 카드에 전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궁금증은 더해만 갑니다.

[뇨로뇨로] 들

캐릭터 말

위에는 [뇨로뇨로]라고 하는, 게임에서 포획해야 하는 생물체입니다. 무민이 사는 언덕에 이 녀석들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게임의 목적은 역시 [뇨로뇨로]들을 포획하는 것입니다.

음... 뇨로뇨로와 캐릭터의 재질이 서로 반대였다면, 저는 이 게임의 소장가치가 더욱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아주 잠시 했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무민]인데. ㅎㅎㅎ

보드판의 앞면과 뒷면입니다. 동화책 일러스트 느낌의 지도와 따뜻한 느낌의 채색이 맘에 들었지만, 보드게임 디자인으로는 부르마블보다도 단순합니다.

보드판 재질은 꽤 단단했습니다. 박스부터 파손에 대한 강력한 방어기제를 느낄 수 있어,

혹시 디자이너가 이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뒷면의 초록색 까끌거리는 재질은 어디선가 느꼈던 적이 있는데 언제였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천자문]이였던가....

룰종이 표지. 나란히 정렬되어 있는 [뇨로뇨로]들. 잘 정리되어 있는 모습에 정신적 안정감이 느껴지네요.

룰종이 내용

룰북이라고 지칭은 못하겠네요. 너무 단촐한 레이아웃과 구성입니다. 이에 비해 종이재질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 불균형마저 [미학]이 느껴집니다. 후훗!

룰은 굉장히 쉬운편에 속합니다. 뇨로뇨로를 잡고 보물을 획득하여 점수를 많이 받으면 됩니다. 다만, 뇨로뇨로를 많이 잡는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주사위를 굴려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도 있기 때문에, 판단력도 필요합니다. (그 판단력이 별로 크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앙케이트 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