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슈는 치사한거지 나쁘다고 생각하진 말고 잘 넘어가 봅시다.
※ 코보게 입장이 발표되기 전 작성했던 게시글입니다.
솔직히 저도 화가 나긴 합니다만,
단순히 '완경'이라는 단어를 써서 화나는게 아닙니다.
'보드게임'이라서 화가 납니다.
'소설'에 저자가 완경이라는 단어를 썼어? 그럴 수 있지.
'영화'나 '드라마'에? 그럴 수 있어.
남자가 주요 고객인 '게임'에도? 그럴 수 있다 이겁니다.
그런데 보드게임은 아니죠.
"여럿이 모여서 노는 게" 전제인 물건이잖아요.
고작 단어 하나에 예민하게 구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계실 겁니다.
물론, 별 문제 아닐수도 있습니다.
과민반응이라고 해도 이해해요.
그런데 저는 괜찮다면서 넘어가도
보드게임이니까 여럿이 모여서 놀텐데
그 '여럿' 중에 이 단어를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겁니다.
이 단어가 불편한 사람이 있어서
갑자기 토론장이 열릴지,
분위기가 어색해질지,
아무 문제 없이 재밌게 놀다가 헤어질지,
속으론 불편하지만 내색을 안 하는건지,
장담하지 못하잖아요.
완경이 페미쪽 단어인지 아닌지는 제게 중요치 않아요.
함정이 들어있는데,
그게 핵폭탄인지 수류탄인지 콩알탄인지가 중요하겠습니까.
단순히 특정 보드게임 상품의 번역때문이 아니라,
이걸 친구들이랑 즐기다가 문제가 생길지 아닐지 신경쓰게 되어서 예민해지는 겁니다.
시끄러운 이슈 많은 요즘이니까
놀 때만큼은 PC니 젠더니, 남녀 갈등, 세대 갈등 같은 이슈들 잠깐이라도 잊고 싶습니다.
그래서 돈이랑 시간 써가며 직접 만나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노는 겁니다.
그런데 아날로그 놀이에도 이슈가 침범하는 게 느껴지니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구요.
여기에 오는 사람이면 각 모임에서 룰 설명을 하는 역할일 가능성이 높겠죠?
그렇다면 '내가 가져온 게임을 재미있어 하는지' 다른 모임원들의 분위기를 살핀 경험은 한번씩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문제가 된 게임을 모임에서 플레이하려면
"완경이라는 단어 때문에 불편해 하는가?"까지 추가로 살펴보게 된다는 것이 싫구요,
우리 모임에 누구 하나 기분 나쁠까봐 걱정되구요,
모임원 모두 신경 쓰지 않을거라고 누구도 보장을 못해주는 문제라 짜증나는 겁니다.
"그럼 그냥 다른 게임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얘기한다면,
맞는 말씀입니다.
신경 쓰일 게임 안하고 다른 게임하면서 놀면 되죠.
어차피 즐기지도 못할 게임 환불이라도 하고 싶거든요?
근데 상세 페이지에 떡하니 '완경'이 적힌 스크린샷이 있어서 반품도 안 되겠죠.
(혹은 왕복 택배비를 내야하거나)
"상세 페이지 자세히 안 본 네 잘못"이라고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솔직히 주말 모임에 가져가려고 런칭하자마자 얼른 구매하는 게 보드게이머들 아닌가요?
이런 보드게이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면서,
우리가 출시 날짜까지 소식으로 확인해놓고 대기타다가 상세 페이지도 안 보고 냉큼 구매할 사람들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게임에 함정 뿌려놓고 반품 반박까지 갖춰진 코보게가 치사하다고 느껴지는 겁니다.
하지만 투정 부리는 것 말곤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보드게임 이야기는 항상 친구들과 하곤 했는데,
이번 이슈를 친구들 앞에서 꺼내자니 모임 구성원으로써 지양할 일이고
그렇자니 돈날려서 씁쓸한 감정은 어딘가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이번 이슈가 과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저처럼 예민한 사람은 이번 이슈가 왜 화나는지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살짝 담겼습니다.
저처럼 화가 나신 분들은 댓글로 같이 투정 한번 부리면서 속 풀고 다시 재밌게 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보게가 계속 이런다고 해도 다른 놀거리 솔직히 많이 있잖아요?
너무 이입하지 말고 계속 잘 놀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에게 좋은 것 같습니다.
싸우자고 올린 글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결국 언제 어디선가 같이 게임하며 놀 사람들이니까 댓글로 싸우거나 그러지 말아주세요.
제 하소연이 불편하다면 제 글도 결국 논란거리라는 거겠죠.
출시일날 질러놓고 신경꺼놔서 오늘에야 이슈를 알았다보니 뒷북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지우겠습니다.
긴 투정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