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용 추리게임의 등장? 미싱링크 리뷰
※ 본 리뷰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평이며, 게임의 재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도착하기 전부터 몇몇 칭찬글을 읽고 기대감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기대감이 크면 항상 실망하게 되는걸까요?
실제 플레이 해본 결과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추리 게임이었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왓슨 앤 홈즈]와 비교를 해볼까 하는데요.
가장 먼저 답을 추리해야 하는 경쟁형 추리 게임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두 게임을 비교해면 각자의 특징이 잘 드러날 것이라 생각되네요.
명확한 미싱링크 vs 모호한 왓슨
미싱링크는 추리가 깔끔합니다.
추리물이나 머더 미스터리 게임을 하면서 진상을 확인할 때,
"아~ 그건 억지지!"라는 생각이 든 적 한번씩은 있으실 겁니다.
이 게임은 최소한 그런 건 없습니다.
진상 설명을 들으면 다 납득이 되는 내용인만큼 개연성과 핍진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니러니하게도 본 게임의 가장 아쉬운 부분도 이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지나치게 명확합니다.
즉, 쉬워요.
추리물에서 기대하는 '개연성'은 챙겼지만 '반전'이나 임팩트는 챙기지 못했습니다.
반면, 왓슨은 단서를 모호하게 주는 특징이 부각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카드를 읽었는데도 답을 내기 어려울 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왓슨은 단서를 모으는 건 사전작업이고 그 이후 단서를 조합하여 진상을 추측해 내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추리하는 맛은 왓슨이 조금 더 좋다고 봅니다.
시각적 충족 미싱링크 vs 소설의 묘미 왓슨
그럴싸한 이미지나 일러스트는 몰입에도 도움을 주고 게임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요소입니다.
미싱링크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인물, 현장, 시체, 범행도구, 도면 등등 이미지가 충분히 제공됩니다.
덕분에 직관적인 이해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왓슨은 글이 전부입니다.
문체가 클래식한 추리소설같아서 마치 셜록홈즈 소설의 한 단락을 읽는 느낌이 듭니다.
셜록 마니아라면 나쁘진 않습니다만, 이미지가 없어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죠.
단서 뺏기 미싱링크 vs 순서 뺏기 왓슨
미싱링크는 단서를 모으는 페이즈와 서로 모은 단서를 공개시켜 확인하는 페이즈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단서를 잘 찾고 적절한 단서를 지목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조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방식이죠.
왓슨은 단서를 누가 점유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단서(장소)에 내가 가서 보는 방식이라서 누가 먼저 그 곳에 가느냐의 순서가 중요해지는 게임입니다.
장소에 갈 수 없도록 방해하는 아이템들이 있고, 장소에 갈 순서를 정하기 위해 베팅을 잘 해야 합니다.
플레이어간 심리싸움과 협잡이 중요한 것이 차이입니다.
밸런스 문제
두 게임 모두 밸런스에 문제가 있습니다.
미싱링크는 게임 시작시에 각자 질문 카드를 받아가는데요.
각자 질문이 다르므로 최종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해답 자체가 갈립니다.
그런데 이 질문의 분배에서 밸런스가 안 맞는 것 같아요.
결국 어느 질문지를 가져갔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리는 면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왓슨은 질문이 공유됩니다.
그래서 맞혀야 하는 것도 같아서 이 부분에서는 공평합니다.
그런데 캐릭터 간 능력이 밸런스가 안 맞아요.
특정 캐릭터들의 능력이 상대의 조사를 방해하는 데 너무 탁월해서 정보 수집의 우위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가끔 캐릭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하우스룰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결론적으로,
미싱링크는 아동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추리게임 같은 느낌이고
왓슨은 추리 게임의 탈을 쓴 심리싸움 게임같습니다.
미싱링크가 아동용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요.
하나는 너무 쉬운 난이도.
또 다른 하나는 주석때문입니다.
카드에 가끔씩 단어를 설명하는 주석이 있는데요.
딱히 어렵지도 않은 단어들에 주석이 붙어있어서 사족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동(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 정도?)을 위해 제작된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그럴싸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동용 게임이라는 인상이 남았습니다.
살인 테마란는 점만 제외하면 자녀와 함께 즐기는 추리게임으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왓슨은 추리 이전에 서로 조사를 방해하며 딴지를 거는 부분이 임팩트가 너무 큽니다.
그리고 게임적인 비중도 서로 방해하는 게 더 큰 부분을 차지해요.
추리물에서는 비현실적인 설정과 환경을 도입해서라도 '경찰'이 아닌 캐릭터가 조사하고 수사를 합니다.
그만큼 조사와 수사를 통해 단서를 모으는게 추리 게임의 필수요소라는 거죠.
그런데 그 과정을 서로 방해하니까 추리하는 맛에 이상한 조미료가 끼얹어진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방해 요소를 싹 도려내면 그냥 순서대로 카드읽고 답지를 적어내는 게 전부인 게임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본격적인 추리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추리 게임을 입문하려는 모임이나 분위기 전환을 위한 쉬어가기 용도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네요.
머더 미스터리처럼 한명은 범인역이 되는 방식은 많이 출시되었죠.
하지만 머더 미스터리는 범인역의 부담이 많은 방식이라,
가끔은 모두 같은 입장으로 즐길 수 있는 추리게임이 간절해집니다.
그래서 이 두 게임같은 빨리 맞추기 경쟁 방식의 게임들도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가장 빨리 답을 도출해내는 플레이어가 승자'라는,
즉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난 탐정을 가려낸다'는 테마는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드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