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 미스터리 게임 시체와 온천, 캐치 크라임 후기 (+자작 크라임씬)
추석 전후로 머더 미스터리 게임을 3개나 했더라구요.
각 게임이 느낄 수 있는 매력과 재미가 전부 달랐습니다.
시체와 온천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던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가 예상 일정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했습니다.
[시체와 온천]과 [웬디, 어른이 되렴] 두가지가 도착했는데 이 중 [시체와 온천]을 먼저 해봤습니다.
시놉시스는 온천에서 시체가 발견되어 투숙객끼리 서로 소지품을 검사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입니다.
지도가 아예 없고 카드로만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의심스러운 용의자를 지목하고, 지목된 사람은 자신의 소지품 중 하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됩니다.
총 플레이 타임은 1시간 정도라고 하지만 게임의 흐름이 매우 빠른 편이라 실제로는 그보다 빠르게 끝나더군요.
전반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머더 미스터리 게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에 따라 여타 게임과는 다른 특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가볍다는 점.
머더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상 역할지를 사전에 숙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플레이 타임이 2~3시간은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체와 온천]은 미리 역할지를 나누어 줄 필요도 없고 1시간 내외면 즐길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준비 없이 바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반면 본 게임의 아쉬운 점도 가볍다는 것이 아이러니네요.
본격적인 추리물을 기대하면 실망이 클 것 같습니다.
내용이 적어 캐릭터 몰입이 어렵고, 단서가 모두 합쳐도 15장이라 디테일이 부족합니다.
당연히 치밀한 스토리 라인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런 가벼움으로 인해 무엇보다 크게 다가오는 단점은 가성비.
펀딩 기준 2만원의 게임인데. 볼륨이 작아서 다른 머더 미스터리 게임 대비 가성비가 매우 낮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추리게임 이라는 점은 추리 장르 전체에서도 찾기 어려운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모임을 주도할 메인 게임으로는 많이 아쉽지만,
추리가 갑자기 땡긴다 할때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보조 게임으로는 좋아요.
캐치 크라임
엄청 오래 가지고만 있던 게임인데 드디어 이번에 플레이 했네요.
[복덕방 살인사건], [귀곡 산장 살인사건] 두 에피소드가 한 게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 예능 크라임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여지는 룰이었습니다.
탐정이 존재한다는 점과 게임 중반부에 1차 투표를 한다는 점이 그랬네요.
플레이어는 1차 투표 때 1표, 2차 투표 때 2표를 투표합니다.
즉 각자 총 3표를 투표할 수 있으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최종 범인으로 지목되는 시스템입니다.
무조건 선역인 탐정이 존재하기에 범인이 살짝 불리한 룰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밸런스가 무너지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최근 나온 머더 미스터리 게임들에 비하면 룰이 올드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변주가 많이 가미된 게임들을 해보면서 무리수라고 생각된 부분들도 있었기에
이런 정석적인 룰이 오히려 깔끔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장르 입문자나 초보가 즐기기에 적당한 게임이라고 생각됩니다.
※ 추가적인 감상평 (범인 스포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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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 산장 살인사건]의 후반부 임팩트는 나름 감명깊었습니다. 예전부터 이런 변주가 있으면 참신하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갑작스러운 변주에 당황하긴 했지만, 순간 뇌리를 스치는 대로 과감하게 진행하고 범인 체포에 성공하니 상당한 쾌감이었습니다. 다만 갑작스럽고 억지스러워서 '분명 뭔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때문에 범인도 잡을 수 있었지만 좀 더 자연스럽게 변주를 녹여냈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잡힌 범인역 플레이어가 너무 대놓고 힌트를 주는 거 아니냐며 불평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
+ 자작 크라임씬 (룰에 대한 고찰)
다른 추리 게임의 에피소드를 차용하고, 서스펙트 게임의 룰을 조금 변형하여 커스텀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본 이유는 머더 미스터리 장르의 룰에 대한 테스트를 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전 글에서 작성했듯 저는 머더 미스터리 장르에서 룰에 따라 재미가 크게 바뀐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 기존 글 : 크라임씬 게임/머더 미스터리 비교 리뷰 및 장르 고찰 )
그래서 제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직접 테스트 해보고 싶었어요.
궁금했던 부분은 2가지로,
1. 거짓말 제약이 없을 경우, 범인이 아닌 용의자는 굳이 거짓말을 할까?
2. 범인이 아닌 용의자는 자신이 의심될 수 있는 사실을 어디까지 솔직하게 공유할까?
즉, 시스템상 '비밀'이 존재하지 않아도 얼마나 난장판이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서스펙트 게임 룰을 바탕으로, 다만 '비밀'은 없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이번 자작 게임에서 범인이 만장일치로 잡히고 말았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커스텀은 처음이라 단서에 대한 밸런스 조정을 실패한 탓 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제 예상보다 플레이어들이 솔직한 플레이를 했다는 겁니다.
해보신 분들 이야기로는 '비밀'이 없으니까 어떻게든 자기 이야기를 숨기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비밀'이 없는데 거짓말은 누구나 가능했던 다른 게임 [목 베는 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거짓말로 어느정도 변호를 하다가 나중에는 누가 묻지 않아도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알아서 솔직하게 털어놓더군요.
지금까지 머더 미스터리 게임을 13판을 했는데, 범인이 승리한 경우가 딱 3번 있었습니다.
그리고 3번 모두 거짓말 제약 없음 + '비밀' 존재인 룰이었습니다.
시스템적인 '비밀'이 있는 게임으로 한정하면 5번 중 2번만 범인 체포에 성공한 겁니다.
※범인이 승리했던 게임 (시작전까지 게임 내에 '비밀'이 있는지 모를 게임 리스트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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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서스펙트 게임]. 총 4개의 에피소드 중 2개 에피소드에서 범인이 승리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시체와 온천] 비밀을 들키지 않으면 추가 점수를 얻습니다. 이 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한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게임 종료까지 진상이 전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각자 추가 점수 얻겠다고 정보 공유를 활발히 하지 않게 되더군요. |
그래서 이번에 테스트 하고 스스로 내린 결론은?
시스템상의 '비밀'은 있어야 한다.
(혹은 개인적 목표 or 승리조건)
범인이 예상보다 쉽게 잡혔지만, 재밌게 플레이 했다고 하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이번에 얻은 피드백을 참고하여 다음에는 좀 더 재밌는 커스텀 게임을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