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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워게임에 대한 생각과 한국사 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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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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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길다면 7번만 읽어주셔도 됩니다!

※ 이 글은 2017년 처음으로 워게임에 입문하여 본격적으로 한국사 워게임을 만들겠다고 설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제가 경험하거나 분석하거나 느끼거나 지켜봤던 워게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적으로 개인의 의견이며 다른 분들의 의견과 서로 상이할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 하단에서 지칭하는 '워게임'이란 전통적인 워게임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배경으로 하거나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의 총칭입니다. 다만, 단순히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게임이 역사적 사실의 구현(당시 역사적 상황을 제시하고 자유롭게 플레이)이나 재현(역사 시뮬레이션의 역할)이 아니라 유로게임처럼 '시스템'에 집중되어 있는 게임은 제외합니다. 대단히 자의적인 분류이지만, 편의상 '워게임'으로 부르겠습니다.

1. 한글판 워게임 출시

일전에 보드피아에서 제국의 투쟁을 출시했으며 이후 Paths of Glory를 출시하겠다고 밝혔고,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는 언던티드 노르망디와 북아프리카를 출시했습니다. 워게이머 입장에서 워게임의 한글판 출시는 정말 기쁜 일이며 워게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는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해외 워게임의 추세가 쉽고 간편한 게임을 지향하고, 심지어 전통적인 워게임 시스템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유로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제국의 투쟁이나 한글판 Paths of Glory의 출시가 한국 워게임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언던티드가 한국 워게임계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기에 '다음'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2. 한국 워게임계는 입문작이 Paths of Glory??

한국 워게임계에서 실질적인 '입문작'이라고 하면, 가끔 1775: Rebellion이나 Axis & Allies 시리즈 같은 것들이 언급되지만, 주로 언급되는 것은 역시 Paths of Glory입니다. 제 주변 워게이머들도 대부분 Paths of Glory로 입문했고, 입문할 때 다른 워게이머에게 추천 받은 게임 또한 Paths of Glory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워게임계가 Paths of Glory를 워게임 입문작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가벼운 맥락이지 엄근진까지는 아닙니다). Paths of Glory가 그야말로 명작 워게임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도 이 게임으로 워게임에 입문했고, 한동안 Paths of Glory만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Paths of Glory는 십 수년 동안 명작 워게임으로 칭송을 받는 것과 별개로, 엄청난 분량의 규칙서와 빽빽한 잔룰로 구성된 매우 어려운 게임입니다. 숙련자가 게임을 알려주고 반복하여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제대로 숙지하기는 힘들고, 한 번 플레이 해보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워게이머로 포섭한 지인은 저에게 Paths of Glory를 구매했지만, 결국 제 동호회에서만 그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영업에 죄다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워게이머들은 "Paths of Glory 정도면 괜찮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병참장군이 어렵다고 하는 비워게이머(보드게이머와 비보드게이머를 통틀어서)가 대다수라는 점입니다. 보드게이머들 중에 워게임에서 "전장의 불확실성"을 나타내기 위해 빠질 수 없는 주사위의 운적 요소나 상대를 무너뜨려야 승리하는 워게임의 특성상 빠질 수 없는 강도 높은 인터액션을 기피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보드게임 특성상 한 번 출판되어 다 팔리면 절판되는 경우가 다반사라 아무리 한글 자료가 있더라도 정작 보드게임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2판, 3판 보드게임을 기다리기에는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재판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기도 하구요. 이러한 점에서 명작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점과 함께 21세기 들어서 가장 많은 재판본(2004년 3판, 2010년 4판, 2014년 5판, 2018년 6판, 2021년 한글판 확정)을 찍어냈던 Paths of Glory가 다른 보드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끊임없이 구할 수 있는, 한글화 자료가 존재하는 워게임이었기에 입문작으로 제시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3. 한국 워게임계의 노력과 문제점 자가진단

그나마 2010년대부터 스톰트루퍼, 하이텔슈리, 화이트 등 한국 워게임계의 대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정말 수많은 워게임의 한글 자료가 배포되어 입문 장벽이 낮아진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또한 드리츠, 몽칼름, 초코벌레, 거만이 등 한국 워게임계의 여러 대부들이 남긴 리뷰들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여 한국 워게임계의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워게임계는 그다지 성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워게임계에서는 한국은 일찍이 PC 게임이 성행했다던가 대부분의 워게이머들이 가정이나 업무로 인해 총대를 매고 이끌 사람이 없다던가 예전부터 전쟁의 아픔이나 독재정권 시절 세태로 인해 워게임이 성장할 여건이 부족했다는 등 여러 진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한국 워게임계의 성장 동력이 전무하다는 현실 인식으로 귀결되었을 뿐이었습니다.

4. 곰나루 개인의 노력

4-1. 워게임 번역

저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여러모로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가정과 업무에 구애를 받지 않는 젊은 워게이머들이 총대를 매고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여러 대부들께서도 도움을 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워게임 대부 중에서도 가장 젊은 화이트님과 자주 소통하며 저 나름대로 수많은 워게임을 번역했습니다.

물론 번역이라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미흡한 점도 많았고, 개인적으로 진학을 위한 공부도 해야 했기 때문에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하여 사실상 2021년까지 워게임과 보드게임을 합쳐서 모두 26개를 번역했고, 지금 현재 3개를 번역하고 있으며, 도중에 중단한 것은 6개 정도가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지만, 2022년부터 개인 사정으로 부진한 탓에 작업한 것이 거의 없고, 앞으로도 한국사 워게임 디자인과 진학을 위해 한글화 작업은 요원한 상황이라 아쉽습니다.

4-2. 워게임 공구

또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접근성이었습니다. 워게임에 대한 한글화 자료는 한글화 자료를 만드는 사람이 그 게임을 구매함에 따라 자료를 만들게 됩니다. 누군가가 한글화 자료를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국내 보드게임 판매점에 해당 워게임이 입고되는 것이 아닙니다. 거의 반드시 해외 구매를 해야 합니다. 워게이머, 나아가 보드게이머들 중에서도 직접 해외 구매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았고, 해외 판매점에 대한 불확실성 등 여러 리스크가 많고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상 코로나 전까지 보드피아와 비마켓에서 수입 워게임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수량은 항상 1개나 2개 정도였고, 워게임 단톡에서 입고됐다는 정보가 올라오는 즉시 결제를 해도 이미 품절된 상황인 경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워게임을 구하는 방법은 보드피아와 비마켓이 소량 입고해주는 것을 구매하기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해외 구매를 해야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저는 워게임 활성화를 위해 한국 내에 워게임을 1개라도 더 많이 들여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일념 하에, 대학생이라 초라한 자본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워게이머들을 초대하여 공동구매 단톡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모든 해외 구매 및 배송 대행과 관련된 절차를 처리하고, 제 돈으로 먼저 선결제를 한 다음 후불로 돈을 받는 구조였습니다. 우리 워게이머 분들의 인품과 정직함을 생각했을 때 그야말로 당연한 일이지만 단 한 푼도 지연되거나 떼먹히지는 않았습니다! 가난한 대학생이라 한 번만 삐긋 했어도 큰 문제가 되었을텐데 제가 가진 한국 워게이머 분들에 대한 신뢰를 고스란히 받아낸 셈입니다.

저는 2019년 6월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무려 80회가 넘는 공동구매를 진행했습니다. 1회당 직구 최대 한계액인 $200을 항상 채웠으니, 그야말로 친미매국노(?)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이외에 일본, 스페인, 독일에서도 직구를 했습니다).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200 × 80회 × 평균 달러 금액 1200 = 약 2천여 만원 정도가 되겠네요. 지금 돌아보면 불필요할 정도로 대단히 헌신적이고 정신 나간 행동이었습니다.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으니까요. 어찌되었건 그 노력 끝에 한국 내에 정말 많은 워게임이 들어왔고, 중고로도 팔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 워게임계는 그다지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서만 약 30여 개의 워게임을 번역했고, 하이텔슈리님은 아마 100개는 넘기셨을 것이고, 화이트님도 약 30여 개의 워게임을 번역하는 등 한글화 자료가 차고 넘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또 2천여 만원에 달하는 워게임을 수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5. 한국 워게임계의 발전 가능성?

저는 학부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관련 활동도 모두 역사와 관련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는 역사나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또한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대학가에 보드게임 카페를 즐기는 풍토가 한창 퍼지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저는 젊은 워게이머들을 두루 포섭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포섭되자 저는 여기서부터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 워게임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았던 지난 날의 진단이 지금도 유효한가? 아마 십 수년 전에는 그러한 한계가 있었으나 지금은 풍토가 바뀐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인구 감소 등 마음에 걸리는 것도 한둘은 아니었으나 어찌되었건 성장 가능성에 대해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역덕과 밀덕들을 잠재적 수요자로 생각한다면? 행복회로 풀가동!!!@!@

과거 일본 워게이머 타무라씨의 지적처럼 일본과 중국 등 다른 아시아권 워게임계에 비해서 한국 워게임계는 꽤 초라합니다. 일본은 아시아 워게임의 본산이며, 중국은 신흥강국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십 수개의 워게임 리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밀릴 수도 있겠으나 1인당 자료로 생각하자면 한국 워게임계도 일본과 중국에 충분히 견줄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질적으로 승부하는 셈이죠. 최근에도 하이텔슈리님께서 워게임 2개를 번역해서 보라에 올리셨습니다. 이분은 그야말로 만인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처럼 한국 워게임계는 충분한 저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6. 한국 워게임 시장을 개척하자!

이제 남은 것은 그 저력을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워게임에 대한 한글 자료가 많아지면, 공동구매를 통해 한국에 더 많은 워게임을 들여오면, 워게임에 대한 막대한 정보력을 확보하여 여러 워게이머들에게 흥미를 돋구고 독려하면 한국 워게임계가 성장할 것이라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워게임이 아닌 유로게임이나 테마게임 등을 즐기면서 비워게이머들의 소비 양상이나 니즈를 파악해보고, 주변 역사/밀리터리 덕후 등 잠재적인 워게임 수요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한국 워게임 시장의 문제점과 극복 방안을 중심으로 시장 개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워게임의 한국 유통에 대한 문제입니다. 게임 산업백서에서도 언급하는 것처럼, 코로나 시국에 이르러 보드게임은 단순히 플레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장을 위한 구매로도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워게이머들은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소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워게임은 순환하여 도는 것이 아니라 소장의 형태로 폐쇄적인 양상을 보이거나 플레이하지 않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기는 커녕 노플 펀칭이나 밀봉판이 중고로 나왔다가 소장되기를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워게임을 한국에 유통시키면 됩니다. 한국 워게임계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미국과 일본 워게임계에서 벌어지는 워게임에 대한 여러 토론이나 고찰을 살펴보았을 때, 그들이 정말 당연하게 전제로 깔고 이야기하는 워게임의 속성은 '모국어'로 되어 있으며, '국내에서 구매'가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장 제가 최근에 업로드한, 워게임 The Lamps Are Going Out의 후기를 보고 '한글화가 되어있으냐'며 구매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한 지인이나 댓글이 꽤 있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해외 중고로만 구할 수 있고, 한글화 자료는 없다.'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일본 워게임계는 일본어로 된 워게임이 정말 많습니다.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워게임은 당연히 일본어이며, 미국의 제품을 수입하여 일본판을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수요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레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내 워게임 유통망을 뚫지 않으면 한국 워게임계가 저변을 확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국내에 역사를 배경으로 한 보드게임의 판매 및 유통을 위한 작디 작은 구멍가게(?)를 한 번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이제까지 우리 워게이머 분들께서는 알아서 잘 게임을 구매하셨기에 잠재적 수요자가 될 것 같지는 않고, 입문을 해보고 싶으셨던 분들이나 역덕/밀덕 같은 잠재적 수요자를 타겟으로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역사 공부만 해왔기에 물류 유통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으나, 이제부터 도전해보고자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소통하고 있었던 일본의 워게임사 Bonsai Games 사장님에게 이것저것 여쭤보기도 하고, 다른 워게이머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업자를 내고, 유통망을 뚫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등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젊음의 패기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주변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분들이 도움을 주시기를 기원하며...(?!)

둘째로, 한국사 워게임의 부재에 대한 문제입니다. 일본 워게이머 타무라씨는 한국이 등장하는 해외의 워게임을 한글로 정리하면서 '한국 워게이머들은 왜 한국이 나오는 워게임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기본적인 것도 하지 않는가?'라고 성토하셨습니다. 타무라씨의 말씀이 강하고 직설적인 편(아마 번역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타무라씨가 정리한 글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소위 '한국 등장하는' 워게임은 한국전쟁 게임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일본 잡지 게임 중에서 '분로쿠의 역'이라는 임진왜란 게임이 출시되었고 대만에서도 '임진 1592'가 출시되기는 하였으나 한국전쟁 게임 수 십개 속에서 몇 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상황을 보고 일부 유명한 한국전쟁 게임은 이미 한국 워게임계에 소개가 되었기에 정리까지 할 당위성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구요? 한국사 워게임이 사실상 없는거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2020년부터 한국사로 워게임을 만들겠다고 주구장창 떠들어대며 설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보라에서도 가끔 보셨으리라 생각이 드는데, 박정희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한 역사/정치 게임을 기획하기도 했고, 백제 멸망을 배경으로 한 전쟁 게임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전자는 황혼의 투쟁과 같이 21세기 들어서 워게임이 폭넓게 수용하고 있는 영향력 메커니즘을 활용한 게임이었고, 후자는 전통적인 워게임의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사 지식 외에 아무런 밑천이 없었던 저는 정말 끊임없는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한 번은 만들어보니 제가 즐겨하던 다른 워게임의 향기가 물씬 풍겨 표절이나 다름이 없었고, 또 한 번은 만들다가 도저히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초안만 만들고 보류할 때도 있었고,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봐야 당장 막히는 구간이 있다고 예상이 되니 컨셉만 짜놓고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 다시 보자고 정리만 해둔 것도 있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자세한 사항은 맨 아래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로, 한국어로 된 워게임의 부재에 대한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들어 제국의 투쟁과 언던티드가 한글화되고, Paths of Glory가 한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매 달 십 수개의 워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세계 워게임 시장 속에서 1년에 1개의 워게임이 한글화되고 있다면 그것은 처참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보드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중인 한국에서도 다양한 워게임이 한글판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코리아보드게임즈 본사의 문짝을 두들기며 다른 게임도 출시해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누군가가 직접 한글판 워게임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옐로우미플의 사장님께서는 정말 좋은 선례를 만들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보드게임사도 1인 사업자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가장 맞닿는 지점이 많은 곳이었기에 언급했습니다.

7. 앞으로의 계획

저는 현재 여러 계획을 세운 상황이지만, 일부는 구두 협약이며, 상황에 따라 좌초될 수도 있습니다. 나열하고 보니 허장성세 같기도 하지만, 포부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2022년에 완료한 것

- 프랑스 인디 PC 워게임사 AVALON DIGITAL의 SGS Korean War를 한글로 번역하고 스팀에서 출시

앞으로 계획 중인 게임 디자인

- 2023년 1월에 개최될 예정인 Zenobia Awards에 '백제부흥전쟁' 출품

- 이미 초안을 완성한 '가야멸망전'을 더 다듬어서 해외 출판사에 컨택

- 킥스타터에 펀딩을 했던 Weimar Republic이 도착하면 플레이를 해보고 '박정희'의 초안을 완성

- Volko Ruhnke의 허락으로 제안하기로 한 후삼국시대 배경의 Levy & Campaign 시리즈 게임 디자인 시작

- Republic of Rome 스타일로 만들 계획인 '백제사'의 디자인을 시작하여 요구를 해온 해외 출판사에 제출

앞으로 계획 중인 협업

- 올해 안에 AVALON DIGITAL의 Philippe Thibaut와 함께 한국사 버전의 브리타니아 게임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