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G 세계는 덱들로 구성된 유기체들의 생태계이다. - 하스스톤을 중점으로
하스스톤을 했었습니다. 처음 클로즈베타할때 막바지에 당첨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근 2~3년간 하스스톤을 했습니다. 물론 계속 했던건 아니고, 중간중간에 쉬었던 시간만 거의 2년 가까이 됩니다만.(했던시간보다 안했던 시간이 많다는 뜻이죠) 최근에 '얼음왕좌의 기사들'인가? 확장팩이 나와서, 메타에 대 격변이 불고있더군요. 마침 드루이드의 키 카드인 '정신자극'이 너프를 당하면서, '절대 1티어에서 내려오지 않을거라' 예상되었던 드루이드가 점차적으로 약해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스스톤을 모르신다구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제가 하려는 애기는 TCG(사실 하스스톤이나 섀도우버스같은 게임은 CCG라고 해야할까요)게임 전반에 걸친 내용이니까요. 적어도 '유희왕'정도는 이름은 들어보셨겠죠. 매직더 게더링을 직접 해보신 분들도 생각보다 많을겁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 내용을 수년전에 작성한적이 있는걸로 기억납니다만, 그때 뭐라고 적었는지 크게 기억도 안나거니와, 당장 남아있지도 않아요. 그때당시에는 '다이브다이스'가 보드게임 커뮤니티의 중심지였는데, 그시절 게시판에 있던 글들이 전부다 날아가버렸죠. 그래서 새로 쓰는겁니다.
최초로 TCG의 세계가 '생태계'와 유사하다는 소리를 들었던건 하스스톤 커뮤니티에서였습니다. 그당시의 배경을 잠깐 설명하자면, 당시에 '사냥꾼'이라는 직업은, 다른 그어떤 직업보다도 훨씬 공격적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덱이 '돌격사냥꾼'이라는 덱이었는데, 이 덱은, 말그대로 필드싸움같은거 개나 줘버리고, 적 본체의 체력만 깎아서 이기는 덱이였죠. 이런 '돌격사냥꾼', 일명 '돌냥'이 판을 치던 시기였고, 유저들사이에서는 돌냥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공유되었죠. 돌냥때문에 제대로된 '컨트롤 싸움'을 할 수 없다면서 말이죠. 게임이 운빨게임이 되고, 초반에 끝나버리는 싱거운 게임이 되어버렸다는 얘기들이 있었습니다.(개인적 의견으로는.. 돌냥은 어려운 덱이였습니다. 실력이 없으면 돌릴 수 없는 덱이였어요)
이런 환경에서,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했던겁니다. "돌냥'은 존재가치가 있다. 그 존재가치라는것은, 바로 '기본도 안된 쓰레기 덱들'을 낮은 등급에서 거르는 거름망의 역할이다. 이를 통해 '하스스톤 생태계'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미친소리죠. 애초에 진화라는건 가치중립적인 현상이고, 질이 높고 낮음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오히려 다양성을 헤친다고 보는게 더 맞지 않았을까요? 이런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얼마뒤에 저는 그 말을 진심으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하스스톤(TCG게임 전반)이 얼마나 '생태계'를 잘 구현한 게임인가를 느끼게 되었죠. 논리는 간단합니다.
하스스톤은 기본적으로 1:1구도입니다. 등급전 매칭을 돌리면, 비슷한 등급대의 유저와 붙습니다. 이기면 별을 따고, 지면 별을 잃어요. 별을 3~5개를 모으면 다음 등급으로 승급합니다. 이 구도의 반복이죠. 이 과정에서 이긴덱들, 강한 덱들은 계속 위로 올라가며 살아남는거고, 패배한 덱, 약한 덱들은 낮은등급에서 쓰레기처럼 버려지는거죠. 이건 약육강식과도 아주 닮아있습니다. 강한 개체는 살아남아서 종족을 번식시키고, 약한 개체는 도태되는거죠.
그런데 이 '덱'이라는건 하나의 '통일된 개체'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습니다. 그보다는 '수많은 카드의 조합'으로 갖춰진 통합체이죠.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에 의한 유기체'라는 표현이 그래서 나오는겁니다. 카드 한장한장은 일종의 유전자이고, 그 카드들간의 시너지에 의해서 그 덱이 강해지건 약해지건, 어쨌건 그 덱 자체는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서 상대방과 경쟁을 한다는거죠. 그리고 그 '등급전'이 벌어지는 하스스톤 세계, 그 서버는 하나의 거대한 '덱들의 생태계'라 칭해도 틀리지 않다는거죠.
사실 전 TCG라고 해봐야 하스스톤이 처음이였고, 매직 더 게더링을 한달정도 즐기다 접은게 전부입니다. 그래서 잘 알지 못해요. 하지만, 장담컨데 다른 TCG게임들도 이와같은 과정을 겪는다는건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사기카드, 쌘카드'가 각광을 받고, 그 카드가 항상 '사기'라는 소리를 듣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 카드만 있다고해서 항상 승률 100%가 보장되는건 아니죠. 애초에 카드게임은 운빨이 엄청 크거든요. 그럼에도 유기적으로 잘 짜여진 덱이고, 그 덱을 잘 굴리는 사람이라면 승률이 대단히 높을것이고, 70%가 넘을수도 있습니다. 유기체도 마찬가지죠. 유전자 하나가 특별히 좋다고해서 그 개체가 엄청 뛰어나지는건 아닙니다. 물론 그 유전자로인한 특혜를 받을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른 유전자들과의 균형이 깨진다면.. 보통은 유전병으로 발현되는게 보통이죠.(사실 잘 모릅니다. 의학도분들.. 이말이 맞나요?)
그래서 저는 하스스톤을 오래 즐기지 않습니다. 새 확장팩이 나왔을때, 가볍게 예약구매팩 5만원어치만 지르고, 한달정도 제가 짜고싶은 덱만 짜서 돌리다가 그만둬요. 제가 즐기고싶은건 '저의 생각에 의해 탄생한 개체가 생태계에서 얼마나 잘 자리잡는가', '생태계의 균형이 온갖 이상한 개체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리잡는가'를 구경하는것이기 때문이죠. 보통 '즐겜러'분들이 이런식의 사고를 가진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대놓고 '특이한 덱'돌려서 상대방을 놀라게하는게 목적일 수도 있겠죠.(물론 이런경우는 연패를 엄청 많이해서 등급이 수직하락하기 마련입니다만)
결론은.. 또 생태계 얘기군요. 생태계라는건 항상 사람을 흥분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 복잡한 세계(하스스톤 서버)속에서, 그 작은 요소들(카드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해서, 1티어 2티어 덱들이 탄생하고, 이들의 승률이 정해지고, 사람들이 고정된 탑티어 덱들만 돌리게되는 그런 균형이 잡히게되는 그 과정 말이죠.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안신기하다구요? 그럼 어쩔수 없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