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내가 만들어주지" - 마스크 맨
여섯 명의 프로레슬러들이 저마다 우승 벨트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은 사실 쇼라는 것쯤은 모두가 다 알고 있죠. 각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스폰서의 입장에서, 자신이 띄우고 싶은 레슬러를 후원해주고, 그를 통해 자신의 손을 터는... 클라이밍 게임 ‘마스크맨’입니다.
마스크맨은 다른 클라이밍 게임과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들이 각 패들의 서열을 ‘매 라운드(시즌) 새로 설정’하게 된다는 거죠. 때문에, 자신의 패를 보고 띄워야 할 선수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버려야할 선수는 일찍 버리는 등의 일들이 벌어집니다. 이 게임은 대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 걸까요.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는 세 가지 중 하나를 하게 됩니다. 1. 앞에 깔려있는 선수보다 더 강력한 기존의 선수 카드를 앞사람과 같은 장수로 냅니다. 2. 새로운 선수를 데뷔시킵니다. 3. 이미 데뷔한 선수들끼리의 서열을 정리해줍니다. 1번은 말 그대로 우리가 앞에서 만들어놓은 서열에 따라서, 일반적인 클라이밍 게임처럼 진행하시면 됩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2번, ‘데뷔’와 3번 ‘서열정리’구요.
데뷔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본인이 선일 때는 오로지 ‘한 장’으로만 데뷔가 가능합니다. 선이 아닐 때는, 앞사람이 낸 카드의 장수보다 ‘한 장 더 많이’ 내면서 데뷔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선수는 데뷔무대에서 기존의 선수보다 우위임을 뽐내며 등장하는 거죠. 한 번에 낼 수 있는 카드는 ‘세장’이 한계이기 때문에, 세장으로 데뷔한 선수는 바로 밟힐 수 없습니다.
서열 정리 역시 마찬가지로 진행됩니다. 만일 앞의 플레이어가 카드를 냈는데(물론 이미 데뷔를 한 선수여야겠죠), 그 선수와는 직접적인 서열관계가 없는 카드를 ‘한 장 더’ 내면, 그 순간 내가 낸 선수가 전의 선수를 밟고 올라섭니다. 이렇게 확정된 선수들 간의 서열은, 이번 시즌동안은 절대 변동되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의 반복으로 저마다 자신의 카드를 털어 나가다가, 누군가가 가장 먼저 털게 되면 그는 2점 벨트짜리를 가져갑니다. 이번 시즌에 2점을 획득한 거죠. 두 번째로 터는 플레이어는 1점.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플레이어’는 –1점 벨트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이 진행됩니다. 당연히 서열은 초기화되고요. 이렇게 네 시즌을 진행하고, 가장 높은 점수의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이 게임은 두 가지 면에서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는 당연히 ‘혁신적인 룰’이죠. 족보가 게임 도중에 계속해서 바뀌는데, 그걸 심지어 플레이어들이 직접 만들어갑니다. 자신의 패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한 선수를 밀어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합이 잘 맞아야 하죠. 아니면 흐름을 잘 타거나요. 이런 부분에서 ‘모던아트’와도 비슷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둘째로는 ‘테마 몰입도’입니다. 단순히 족보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의 몇 없는 컴포넌트 중에는 ‘마스크’모양의 토큰이 있습니다. 이 토큰을 이용해서 선수들의 서열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 선수는 쓰레기야. 이 선수는 정말 대단하군’ 하는 몰입을 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WWE를 보면서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이죠.
이 선수들은 명성에 목말라있습니다. 그리고 스폰서인 우리들은 그들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어떤 선수는 처음부터 ‘다른 선수를 띄워주기 위해’ 지기만 할 것이고, 어떤 선수는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 명성을 독차지 할 것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늦게 데뷔한 다크호스에게 밟히는 반전을 만들 수도 있죠. 프로레슬링 세계의 흑막이 되고 싶으신가요? 마스크맨을 추천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