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컨셉의 게임 박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달리는 개: 같지만 다른 시선> 개발 기록: 테마 및 아트

1,360 조회

2022.08.31 15:07

안녕하세요! 판컬처스의 후라이판입니다 :)

오늘은 <달리는 개: 같지만 다른 시선>의 테마와 아트 개발 기록을 풀어보려 합니다.

'주어진 도형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서 '작품의 제목을 짓고 해설한다'는 시스템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을까요? 테마 및 아트 담당자 후라이판의 작업 과정을 함께 따라가 보시죠!

판컬처스 블로그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편한 환경에서 읽어주세요 ㅎㅎ

블로그 : https://blog.naver.com/paancultures/222862880752

1. 테마 스토리 잡기

저희 팀에서 게임을 기획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답니다. 하나는 테마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어울리는 시스템을 덧붙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테마를 입히는 방식이예요. 이번 <달리는 개: 같지만 다른 시선>은 후자의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앞선 제작일지에서 보셨듯이, 게임 시스템 개발을 맡고 있는 판케이크님이 룰에 대한 아이디어를 먼저 주셨어요. 저는 제시된 도형들을 따라 그림을 그리고 설명한다는 시스템을 예쁘게 포장해야 했습니다.

테마를 입히기 전의 모습, 정말 심플하죠? 지금의 49종 도형 카드는 '엄격한'! 검토를 통해 다채로운 조합으로 구성되었답니다.

어떤 이야기가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저희끼리 테스트를 여러 번 진행하면서 이 게임의 어떤 특징을 테마에 살려야 할지 뽑아낸 결과는 다음과 같았어요.

1. 도형만을 사용해 즉흥적으로 그리기 때문에 그림이 추상적으로 만들어진다.

2. 한 그림을 여러 사람이 함께 완성한다.

1번을 이유로 자연스럽게 이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추상화를 그리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판케이크님도 추상화 테마가 이 게임의 취지와도 잘 맞는다고 동의해 주셨어요. 도형을 바탕으로 그려진 단순한 형태의 그림들도 추상화라는 카테고리 아래에서는 재미있는 작품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2번의 경우에는 조금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청기사파, 야수파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화가 집단이야 많지만, 한 작품을 함께 만드는 '규칙'을 가지고 있는 화파는 역사적으로 흔치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가상의 역사를 꾸며내야 했습니다. 작업 방식이 독특한 미술 공동체 '달리는 개'.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도 회자되는 존재였던 것이죠! 이곳에서 만들어져 가장 처음으로 유명세를 탄 그림 <달리는 개>는 그 해석을 놓고 미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를 계기로 이 화파의 이름 역시 ‘달리는 개’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 이 게임의 테마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추상미술화파 '달리는 개'의 일원이 되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왕 멋지게 컨셉을 잡았으니 신문 컨셉으로 이미지도 만들고, 신문에 실린 인터뷰 형식으로 테마 소개도 구성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텀블벅 펀딩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2. 구성물 디자인

구성물 전반의 디자인은 전시회를 컨셉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달리는 개'를 통해 전시회에도 걸리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테마를 강조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클래식한 금박 액자였는데요,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금박의 디테일이 잘 살아서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자세히 보면 네 모서리에 화가 캐릭터도 새겨져 있답니다! 액자는 표지 뿐만 아니라 시트지에도 배치해서 그림을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도록 했어요.

왼쪽은 초기 버전의 표지, 오른쪽은 확정된 표지입니다. 작업 초반의 표지에는 상단에 판컬처스 뱃지도 달아보고, 제목도 벽면 위에 바로 올려진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구성이 번잡하고 제목 글씨가 눈에 선명하게 안 들어온다는 피드백을 받아, 뱃지는 제거하고 '달리는 개' 티켓을 만들어 티켓 부분을 제목으로 삼는 쪽으로 최종 디자인이 변경되었습니다. 표지의 티켓은 실제 구성물로도 제작되어 들어간다는 사실!

도형 카드의 경우 레이아웃을 짜는 데에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각각의 도형들이 눈에 잘 들어올 수 있는 동시에 카드 자체에서도 테마성이 충분히 느껴지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고민 끝에 카드의 컨셉은 캔버스로 잡았습니다. 캔버스에 다함께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를 담았고, 카드를 보면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가 연상되기를 기대했어요. 작업 초반에 임의로 잡았던 하늘색 배경(왼쪽)은 표지와도 톤을 맞추기 위해 코랄 컬러로 변경되었고, 캔버스 질감도 더 깔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카드는 게임에서 투표 용도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뒷면에는 투표 아이콘이 추가하면서 카드 디자인도 완료!

+) 하단 상자에는 표지의 '달리는 개'에 이어서 저희가 만든 또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상당히 길고 도형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예요.^^ 아주 오묘하고 의미심장한 제목이 붙어 있으니, 그 제목에 맞게 그림을 한번 해석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

여기까지가 <달리는 개: 같지만 다른 시선>의 테마 및 아트 개발 기록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감사하게도 펀딩 목표금액이 100% 달성되어, 다음 개발 기록은 인쇄 관련 내용으로 찾아뵙게 될 것 같아요. 디자인한 내용들이 어떻게 예쁘게 나올지 두근두근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