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내밀한 어떤 즐거움
[외로운 모험가는 던전에 가고 싶어서/플레이] 첫 번째 던전 탐험입니다.
안녕하세요, <외로운 모험가는 던전에 가고 싶어서>로 <PnP Solitaire Contest `22>
미세하게 개정한 규칙들의 밸런스가 적당한지 확인할 겸 직접 제가 만든 던전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탐험 과정을 간략한 기록으로 남기니, 혹시 게임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먼저 게임 준비를 마친 상황입니다.
몬스터 카드를 레벨별로 구분해 덱을 만들고, 플레이어 보드의 √위치마다 마커를 놓거나 연필로 체크해 주시면 됩니다.
던전에 입장할 때는 점프를 잊지 마세요.
다양한 변수들을 포괄하려다 보니 게임 규칙서가 너무 장황해진 감이 있지만, 실제 게임의 진행은 단순한 편입니다.
먼저 현재 레벨의 몬스터 카드 2장을 공개한 후, 상대할 몬스터를 선택합니다(둘 다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호기롭게 체력 8짜리 왼쪽 몬스터를 상대하겠습니다.
특성 하나 없는 풋내기이므로 겸허하게 물리 주사위 1개를 굴립니다(마나를 소모하면 마법 주사위 1개를 함께 굴릴 수도 있습니다)
운 좋게 주사위 눈금 1이 나왔네요.
물리 주사위 눈금 1은 치명타를 발동시키므로, 한 번 더 주사위를 굴린 후 x2를 적용합니다.
눈금 4가 나왔으므로 모험가의 공격력은 8입니다.
1레벨 몬스터는 방어력이 0이라서 그대로 8의 피해를 입힙니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한 방에 딱뎀으로 몬스터를 처치했네요.
일반 몬스터를 처치했다면 즉시 원하는 라인의 맨 앞 특성을 1개 획득합니다.
이번 게임에서는 배트를 짧게 잡는 야구선수의 기분으로 가장 안정적인 ‘전사의 길’을 선택하겠습니다.
해당 특성에 마커를 올려놓거나 연필로 체크해 주시면 됩니다.
여기서 잠시 각각의 특성 라인을 안내하겠습니다.
첫째로 ‘전사의 길’은 ‘힘’ 능력치와 기절에 특화된 라인입니다.
체력을 확보하면서 적을 기절시켜 피해를 방지하므로 공격력은 낮지만 가장 안정적인 라인입니다.
특성에 따라 적의 방어력을 무시할 수도 있고, 최종 특성인 ‘거대한 무기‘를 선택하면 힘만큼의 피해를 매번 확정적으로 줄 수 있습니다.
둘째로 ‘잠행의 길’은 ‘민첩’ 능력치와 치명타, 회피에 특화된 라인입니다.
다수의 재굴림 기회를 공격과 방어에 적절히 배분해야 하므로 생각할 거리가 가장 많고 손도 바쁜 라인입니다.
특성에 따라 회피 효율을 크게 늘릴 수 있으며, 최종 특성인 ‘양손잡이’를 선택하면 매번 물리 주사위를 2개씩 던지면서 강력한 치명타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셋째로 ‘지혜의 길’은 ‘지능’ 능력치와 마법 피해에 특화된 라인입니다.
마법 주사위를 강화하여 한 번에 폭발적인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가장 공격적인 라인입니다.
특성에 따라 마나 소모를 크게 줄이거나 적을 기절시킬 수 있고, 최종 특성인 ‘마력의 정점’을 선택하면 적의 방어력을 무시하므로 게임 후반에 더욱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전투에서 처치한 몬스터 카드는 카드의 수치(아래 예시의 경우 8)만큼 경험치나 골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경험치를 소모하면 ‘레벨업’을 통해 원하는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은 ‘힘’을 키우고 싶지만 힘2를 힘3으로 올리려면 총 6의 경험치가 필요하고, 이 경우 남는 경험치 2는 버려지게 됩니다.
대신 ‘민첩’과 ‘지능’을 각각 2로 올리면 총 8의 경험치를 낭비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힘'은 체력, '민첩'은 재굴림 기회, '지능'은 마나를 늘려 줍니다.)
처치한 몬스터 카드를 바로 사용하지 않고 보유하다가, 다른 몬스터 카드와 합쳐서 낭비 없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다음 몬스터와 전투 중입니다.
체력이 10이나 되어 한 번에 처리하지 못했는데, 방어 주사위에서 1이 나왔네요.
재굴림 기회를 모두 소모했기 때문에 치명타로 피격당하면서 모험가가 피해 2를 입습니다.
이렇게 전투 중 입은 피해는 물약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정비 단계라면 저렴한 ‘신속 물약’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전투 중에 위급하게 물약을 사용하려면 좀 더 비싼 ‘전투 물약’을 미리 구입해 두어야 합니다(최대 2개).
골드로 물약을 구입하면 그만큼 레벨업 기회가 줄어들므로, 처치한 몬스터 카드를 어떤 방법으로 사용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일부 몬스터 및 보스는 전투 중 물약 사용을 제약하기도 합니다.
일반 몬스터와 총 3번의 전투를 마치면 해당 레벨의 보스가 등장합니다.
보스는 체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번거로운 특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생긴 것도 기분 나쁩니다.
대신 보스를 처치하면 다음 레벨로 진입하기 전에 모험가의 체력과 마나를 모두 회복하므로, 마법 공격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처치한 보스는 유용한 효과의 전리품을 제공합니다.
보스 카드를 뒤집어 이렇게 물약 카드 위에 넣어 주고, 해당 효과를 이번 게임 내내 적용하면 됩니다.
2레벨 던전으로 진입한 후 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치가 더 큰 몬스터가 상대하기도 까다롭지만, 이 경우엔 모험가가 기절 관련 특성을 몰아서 획득했기 때문에 오른쪽 몬스터가 더 까다롭겠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두 몬스터와 동시에 전투를 벌이고 다량의 보상을 얻는 것도 가능합니다(관련 특성을 선택하면 한결 쉬워집니다).
다음의 예시에서 몬스터 카드를 경험치로 소모하면 힘을 5로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력이 1밖에 남지 않아서 물약 또한 간절한 상황입니다(빨간색 마커는 현재 체력이 아니라 최대 체력입니다).
미래를 위해 레벨업할 것인지, 당장을 위해 물약부터 삼킬 것인지 결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미래까지는 모르겠고 무조건 물약입니다.
연금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2레벨 보스와 싸우기 직전에 6단계 특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전사의 길'의 6단계 특성인 ‘거대한 무기’는 힘만큼 물리 피해를 증가시키므로, 체력이 30인 보스와도 충분히 싸워 볼 만해졌습니다.
체력 8짜리 쩌리 몬스터와 씨름하느라 주사위에 영혼을 실어 굴리던 과거의 모험가는 잊어 주십시오.
예컨대 첫 공격에 다음과 같이 치명타가 터지면서 물리 주사위 눈금 4가 나왔다면, '거대한 무기' 덕분에 공격력은 (치명타 피해 8 + 힘 4 = 12)가 되고, ‘꿰뚫기’ 특성으로 적의 방어력도 무시하므로 12의 피해를 그대로 입힙니다.
게다가 ‘돌진’ 특성으로 보스는 잠시 기절해서 반격도 하지 못합니다.
3레벨로 진입하면 몬스터들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이 모두 크게 높아집니다.
생긴 것도 미묘하게 더 강해 보입니다.
미리 충분히 레벨업해두지 못했다면 어려운 싸움이 되겠네요.
이제 ‘전사의 길’ 특성은 모두 획득했으므로 ‘잠행의 길’ 또는 ‘지혜의 길’에서 보조 특성을 선택해야 합니다.
보스와의 전투를 대비해 ‘지혜의 길’에 경험치를 투자하겠습니다.
마지막 보스는 하필 ‘전사의 길’ 특성을 선택한 모험가에게 가장 어려운 상대입니다.
보스를 기절시킬 때마다 모험가가 3의 피해(3레벨 기준)를 받게 되므로, 모든 마나를 쏟아붓고 비축해 둔 물약도 쭉쭉 들이켜야 합니다.
저도 마지막 한 방울 물약까지 짜낸 끝에 아슬아슬하게 처치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보스를 쓰러뜨리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던전 탐험에 익숙해진 모험가는 다양한 업적을 달성해 선술집에서 자랑을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업적 카드에는 까다롭고 변태적인 도전 과제들이 나열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닳고 닳았다면 처치한 몬스터 카드를 이용해 점수를 내는 숙련자 규칙도 존재합니다.
그럼 저는 이 조그마한 던전이 더욱 설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고민을 계속하겠습니다.
플레이를 위한 PnP 자료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외로운 모험가는 던전에 가고 싶어서> PnP 자료와 규칙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