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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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두꺼운 가스구름 속
한없이 내밀한 어떤 즐거움
한없이 내밀한 어떤 즐거움
1
10
스터디 인 에메랄드
2~5인
90분
3.45
원작 단편 소설의 기발한 상상력을, 문학적 + 미술적 인용들과 버무려 하나의 작은 세계 규모로까지 키워 낸 작품. 온갖 요소를 다 섞어 놓은 시스템 때문에 게임의 흐름 자체는 번잡하지만, 그마저도 허무한 단편 혹은 거대한 장편 소설 하나를 완성해 가는 즐거움으로 마무리된다.
2
9.9
디스크월드 : 앙크 모포크
2~4인
60분
2.21
각자가 비밀 목표를 가지고서 진행되는 영향력 게임. 불필요할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인 미술 요소가 감동적이다. 중복이 하나도 없는 개성 넘치는 카드들이 밸런스와는 거리가 있으나, 덕분에 매 게임 각기 다른 서사를 만들어 가는 재미가 생겨난다. 가스파드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으리.
3
9.9
레드 아웃포스트
1~4인
30~60분
2.49
공산주의 일꾼놓기라는 설정에 혹하고서도 큰 기대는 없었는데, 열심히 노동만 하다가 행정부에서 서류 조작을 당해 디스크를 뺏기는 순간 소비에트의 참맛을 느끼고 말았다. 악마 같은 설득력의 플레이버 텍스트 덕분에 룰을 이해하기도 굉장히 쉬운 편. 큰 그림을 그리는 여타 일꾼놓기와는 결이 다르지만, 내일은 없이 눈앞의 실적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다급한 호흡조차 설정과 멋지게 어우러진다.
4
9.8
캔터베리로 가는 길
2~3인
60분
2.25
"동전이 헌금함에 쩽그렁 하는 순간, 영혼은 천국으로 직행한다." 무덤에 발 하나를 걸친 순례자를 누가 더 잘 타락시킬 것인가 영향력 싸움을 벌이는 화기애애한 작품. 점수를 얻는 요소가 다소 산만하게 흩어져 있으나, 다른 모든 요소가 정말이지 유쾌하게 결합해 있다.
5
9.8
팬데믹: 크툴루의 지배
2~4인
40분
2.16
매번 룰과 적당히 타협하며 진행하는데도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지는 난이도. 첫 카드를 오픈하는 순간 게임이 터져 버리는 극단적인 상황도 벌어지지만, 원래부터 그런 촉수촉수한 세계관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매력적인 테마와 거기 딱 들어맞는 시스템은 머릿속을 즐겁게 하고, 세련된 미술 요소 덕분에 플레이 내내 눈까지 즐겁다.
6
9.8
팍스 파미르 (2판)
1~5인
45~120분
3.86
끌어내려야만 올라설 수 있는 지독한 시대 지독한 공간의 지독한 재현. 자그마한 면직 보드와 몇 장의 카드, 몇 점의 기물만으로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역사에 대한 담담한 존중과 아름다운 미술 요소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7
9.8
장미의 이름
2~5인
75분
2.37
무고한 동료를 화형대로 떠밀고서, 한두 걸음만 뒤떨어져 혀를 끌끌 차며 구경하는 재미. 탐정인지 깡패인지 모를 윌리엄 수도사의 압박이 상당하다. 정식 룰대로는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으니 3~4라운드 정도로 밀도 있게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8
9.5
마스크맨
2~6인
20분
1.67
시스템과 어우러진 찌질한 테마가 매력적. 유동적인 족보만 이해하면 가벼운 게임이지만, 플레이 내내 느껴지는 생활인의 애환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9
9.5
옛날 옛적에
2~6인
30분
1.37
분명히 으스스한 이야기를 만들기로 약조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사악한 칼자루는 부러지고 주인공과 말이 육체관계를 맺더니 결혼하는 것으로 해피엔딩. 카드의 키워드들은 지나치게 상투적인 측면이 있고 미술 요소가 상상력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이야기의 힘이 이 모든 단점들을 덮어 준다고 생각한다.
10
9.5
7 원더스 대결
2인
30분
2.23
과학과 군사 요소를 점수 획득 수단이 아닌 별도의 승리 조건으로 설정함에 따라, 짧은 호흡의 게임 안에서도 충분한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플레이할 때마다 놀라우리만치 훌륭한 밸런스가 돋보이는 작품. 판테온 확장에서는 턴 순서의 변칙을 일부 허용하는 등 생각할 거리를 좀 더 던져 주지만, 개인적으로는 테마 면에서나 시스템 면에서나 본판만의 깔끔함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11
9.0
그랜드 카니발
1~4인
45~60분
2.23
티켓을 팔려면 관객을 끌어오고, 관객을 끌어오려면 볼거리를 세우되, 볼거리를 세우려면 망치를 들어 부지부터 다질 것. 깔끔하고 단계적인 흐름의 연속에서 즐거운 고민을 반복하다 보면 맨땅 위로 어느새 왁자지껄한 카니발이 완성된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코 묻은 돈 한 푼이라도 우려내려 비열한 영업 비법("우유병이 넘어지질 않아!")을 선점하는 생활인의 애환도 매력적.
12
9.0
먼치킨 어드벤처 타임
3~6인
60~120분
1.89
마블부터 해리포터까지 온갖 외부 콘텐츠가 먼치킨 시리즈와 손잡았지만, 애초에 던전 털이가 일상인 어드벤처타임처럼 찰지게 달라붙는 테마가 또 있을까 싶다. 끝 간 데 없이 정신 나간 원작 게임이 결코 꿀리지 않는 센스의 테마와 결합한, 콜라보레이션의 모범.
13
9.0
사이드: 펜리스의 부상
1~5인
75~150분
3.41
8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캠페인과 그 과정에서 공개되는 다양한 모듈들로 구성. 캠페인의 진행과 함께 각각의 모듈에 차근차근 익숙해질 수 있도록 무척 세련된 장치들을 마련해 두었다. 시리즈를 깔끔하게 매듭짓는 서사에 초점을 맞추든, 리플레이 가능성을 한껏 높여 줄 모듈들에 초점을 맞추든, 본판을 즐겼다면 더 큰 박수를 보낼 만한 훌륭한 종합 선물 세트.
14
9.0
크툴루: 죽음마저 죽으리니
1~5인
90~120분
2.47
박스의 칙칙한 첫인상과 달리 정신 나간 센스가 곳곳에 가득한 작품. 이 게임의 뭐라 말할 수 없는 정체성은 이름 그대로 "말할 수 없는 상자" 속의 근본 없는 조사자들과 에피소드들에 잘 드러나 있지 않나 싶다. 다채롭고 개성 강한 에피소드별 특수 요소들도 여타 크툴루 신화를 다룬 게임들과 구별되는 자유분방한 매력을 더해 준다.
15
9.0
왕은 죽었다 (2판)
2~4인
30~45분
2.13
1인당 최대 8장의 카드를 사용하는 게 규칙의 전부이지만, 점차 줄어드는 전장을 두고 치열한 고민을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게임. 초반에 받는 지지자에 따라 민족의 수호자를 자처하다가, 프랑스의 침공이 임박할 때쯤엔 너나없이 나라 팔아넘길 준비에 여념이 없어지는 씁쓸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중세 필사본처럼 섬세하게 처리된 2판의 미술 요소도 한껏 눈을 즐겁게 한다.
16
9.0
아그리콜라: 크고 작은 생물들
2인
30분
2.35
지나친 압박 없이 평화롭게 농장을 경영하고, 패배하면 패배하는 대로 소규모 동물 복지 농장을 표방할 수 있다. 짝을 지으며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동물들을 보고 있자면 언제나 흐뭇한 기분. 목제 동물 구성품이 가득하므로, 막간을 이용해 미플서커스 대신 농가 순회 축생서커스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17
9.0
맨덤의 던전
2~4인
30분
1.23
게임의 설정부터 플레이 방식까지를 아우르는 설득력이란 방대한 볼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하는 듯한 작품. 한없이 가벼운 구성물만으로도, 어리버리한 모험가의 등을 떠미는 마을 장로가 되어 비열한 쾌감을 (때로는 모험가가 되어 씁쓸함을) 한껏 맛볼 수 있다.
18
9.0
황금의 땅 엘도라도: 위험과 무이스카
2~4인
60분
2.17
맵 세팅이 조금 번거롭다는 점을 빼면 놀라울 만큼 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재미를 준다. 덱빌딩을 이용한 레이싱이라니, 다수의 덱빌딩 게임이 종료 조건을 향해 일종의 레이싱처럼 진행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절묘한 해석이 아닌가 싶다. 비행기가 부럽지 않은, 수박 써는 마체테의 위용을 게임 후반부에 느껴 보시라.
19
9.0
디셉션: 홍콩 살인사건
4~12인
20분
1.58
법의학자 카드를 받고서도 공범 노릇을 하는, 암만 봐도 한니발 렉터 같은 빌런이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까지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작품. 추리가 불신으로, 불신이 탄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매번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생겨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20
9.0
더 블러디 인
1~4인
30~60분
2.36
생각보다 빡빡한데, 사람 하나 묻는 일이 너무 술술 굴러가면 그것도 문제일 것 같기는 하다. 수표 교환만 자동으로 돌려도 한결 숨통이 트이는 느낌. 막판에 1원이라도 더 벌겠다고 조력자였던 농부까지 처리한 후 남의 건물에 묻어 버리는 시점이 이 게임의 절정 아닐까.
21
9.0
해리의 만루홈런 야구게임
2~4인
20분
1.12
투타의 수싸움은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지만, 즉각적인 카드 플레이를 통해 빵빵 터지는 장타나 폭풍 삼진이 심심치 않게 연출된다는 점에서 야구 본연의 쾌감을 준다. 공수 교대가 활발하기 때문에 핸드의 가치가 그때그때 바닥과 천장을 오가는 것도 재미.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민 대타나 불펜이 게임을 터뜨릴 때의 흥분감도 훌륭하다.
22
9.0
천국과 맥주
2~4인
60~90분
3.18
어떻게 점수를 내야 할지 좀처럼 알 수 없으나, 바꿔 말해 어떻게 해도 점수가 나기 때문에 조금씩 재미가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마음의 소리'에 등장하는 조석을 닮은 수도사 한 명이 자꾸만 마음에 걸리지만, 누가 양조장을 지키든 맥주만 맛있게 완성하면 될 일.
23
9.0
쓰루 디 에이지스: 문명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2~4인
120분
4.44
플레이할 때마다 재미는 물론이요, 게임 자체의 정교함과 문명이라는 테마 자체에 대한 진지한 접근에 감동을 느끼게 된다. 앱의 편의성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평에 공감한다.
24
9.0
에볼루션: 더 비기닝
2~5인
30분
1.80
지방질의 몸에 긴 목을 하고서 날아다니는 끔찍한 혼종이라니. 몸집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본판에 비해 많이 가벼워졌지만, 그만큼 카드의 효과가 직관적이고 템포 또한 경쾌해졌다. 본판의 다채로움과 비기닝의 빠른 템포가 이상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듯.
25
9.0
라 치타
2~5인
120분
3.27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시민은 (파란색이라서) 더 평등하다. 총칼보다 무서운 위생, 교육, 예술을 무기로 삼아 벌어지는 치열한 영향력 싸움.
26
9.0
힛 지 로드
1~4인
30~60분
1.84
게임 속의 게임을 의도한 디자인은 겉표지부터 구성물 하나하나까지 흠잡을 곳 없이 탁월하다. 좀비도 무섭지만 정말로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건 계속해서 경매판을 키우며 사악한 미소를 보내 오는 옆자리의 인간들.
27
8.5
알함브라
2~6인
45~60분
2.10
모를 때는 모르는 대로 액션을 뻥튀기하는 재미가 있고, 익숙해지면 익숙해진 대로 눈치 보랴 담장을 연장하랴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테마에 몰입하자면 매 턴 건물을 지어 올리는 장인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한 걸음 떨어져 보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한결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
28
8.5
스택 위드 더 캣
2~4인
15분
0.00
의외로 꿀잼인 균형 잡기 게임. 준비도 정리도 규칙 설명도 10초로 충분한 데다가, 인원수와 무관하게 꽤나 팽팽한 긴장감을 즐길 수 있다. 원작 그림책 속 고양이의 어쩐지 얄미운 느낌도 그대로에, 큼직큼직한 구성물 덕분에 서커스 기분이 물씬.
29
8.5
붉은 대성당
1~4인
80분
2.82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간결한 규칙 속에 버무렸다. 건설 자체보다는 자원 획득에서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너무 긴 듯도 하나, 척박한 러시아 땅에서 자재를 줍줍하는 건설업자의 애환이라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숙연해진다. 색색의 깃발과 함께 완성되어 가는 대성당의 모습, 이반 빌리빈의 아름다운 화풍을 재현한 미술 요소도 매력적.
30
8.5
사이드
1~5인
90~115분
3.45
매력적인 미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거대한 세계관으로 거침없이 확장해 낸 상상력이 이 게임의 가장 반짝이는 지점 아닐까. 겉보기와 실제 게임의 양상이 너무 다르다는 대다수의 평에 공감하지만, 그것이 꼭 단점으로만 비판받을 지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 보드판의 설계에서부터 드러나듯 수직적인 깊이보다는 수평적인 넓이에서 그 매력이 더욱 빛나는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