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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오딘을 위한 잔치 리뷰 - 퍼즐과 일꾼놓기의 만남

4,720 조회

2016.12.04 18:40

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일꾼놓기, 퍼즐, 경제, 중세

플레이 타임 : 30-120분

플레이 인원 : 1 –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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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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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으로 치면 저는 인파이터 스타일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기보단 초반부터 달라붙어서 죽일기세로 난타전을 벌이는걸 더 즐기죠. 그런 이유로 바둑처럼 큰 그림을 그려가며 영역을 늘려야 하는 게임엔 지독하게 약하지만 체스처럼 좁은 공간에서 야금야금 포지션을 짜다가 단숨에 치고 받아 상대방을 꺾어버리는건 상당히 잘하는 편입니다.

이 특유의 성격이 우베 로젠버그와 만나면 언제나 참담한 성적을 만들어 냅니다. 할 것은 많은데 전략의 큰 줄기를 정하지 못하니, 이도저도 아닌 어중한간 전략으로 인해 언제나 대량의 감점을 받습니다. 패치워크는 첫 게임에서 -10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받았고, 아그리콜라도 첫 판에서는 8점 남짓한 충격적인 점수를 받은적도 있습니다.

우베의 신작, 오딘을 위한 축제(이하 오딘)도 별반 다를건 없었습니다 ㅠㅠ 고로 이번 리뷰는 전략보단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에 치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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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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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가 많고 자잘한 규칙이 있는 게임이라 전체적인 큰 맥락만 짚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딘의 축제는 5명의 바이킹으로 게임을 시작하며 매 라운드마다 바이킹을 한명씩 데려오게 됩니다. 이 바이킹들을 이용해 7라운드를 동안 최대한 점수를 확보해야 하는 일꾼놓기 게임이지요. 최대한 자신의 영토를 상품으로 가리며 감점요소를 줄임과 동시에 특수카드, 동물, 이주, 탐험, 돈을 통해 승점을 불려야 합니다.

게임이 종료되면 각 플레이어가 가진 모든 섬 보드를 확인하고 -1 점이 보이는 칸마다 감점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한 상품 & 획득해온 물건 & 돈과 같은 물건을 통해 절묘하게 가려야 합니다. 다른 유로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채점 방식이죠.

게임은 일꾼데려오기 – 수확하기 – 도구카드 뽑기 – 액션 하기 등 체계적인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지만 가장 핵심적인 단계는 바로 액션 페이즈 입니다. 총 61개라는 어마어마한 액션 공간을 두고 플레이어간의 각축전이 벌어지죠. 이 어마어마한 양의 액션 공간 때문에 입이 떡- 벌어지겠지만 그리 놀라실건 없습니다. 기본적인 액션이 있고, 바이킹(일꾼)을 얼마나 더 넣느냐에 따라 점점 능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능력 및 아이콘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오딘에서는 4 종류의 자원 등급이 존재합니다. 주로 음식을 먹이는 용도 및 이웃섬의 공간을 메우기 위해 사용되는 주황색 & 빨간색 등급과, 메인 섬의 빈공간을 메꾸는데 필요한 초록색 & 파란색 타일입니다. 이 자원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업그레이드를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됩니다.

게임 도중 다른 섬을 구입(?) 하여 자신의 보드를 늘릴 수도 있는데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섬을 채워갈 수록 더 큰 이득을 보게 되지만, 만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어마어마한 감점을 받게 되거든요.

자원을 보드에 설치한다는건 감점을 줄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수입의 증가와 자원의 생산을 노릴 수 있습니다. 특수 자원을 타일로 둘러싸면 그 타일에선 자원이 생산되기 시작하며, 좌하단부터 차곡차곡 타일을 깔아가며 중앙 대각선의 수입 아이콘을 가리면 점차 높은 수입을 받게 됩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같은 모양의 보드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자원이냐 vs 수입이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보드를 채워가죠. 꽤나 독특하고 재밌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베의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물건이 동봉 되어 있습니다. 바로 주사위인데요. 이 주사위는 정복활동 및 사냥활동에 쓰이게 됩니다. 놀랍게도 오딘에서는 주사위 실패에 상당히 관대한 편입니다. 무려 두번이나 재굴림 기회를 주는데다, 끝까지 실패한다면 정복 & 사냥 활동에 사용한 일꾼 일부와 자원 그리고 활동에 필요했던 도구 카드를 한 장 줍니다. ‘다음엔 잘해봐’ 하는 의미로 말이죠. 성공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이러한 보상이 플레이어의 슬픈 마음을(…) 달래줍니다.

매 라운드가 끝날때마다 각 부족은 잔치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위와 같은 방식으로 빈칸을 메꾸어야 합니다. 같은 색끼리는 연결할 수 없다- 초록색과 파란색은 놓을 수 없다- 이런식으로 자잘한 규칙이 있긴 하지만 이해하기 쉽습니다.

또 하나 독특한건, 그 ‘ 우베 선생’의 게임인데도 오딘에선 밥 먹이기가 힘든 편이 아닙니다. 게임에서 음식을 거의 퍼다주거든요. 아그리콜라의 미칠듯한 밥먹이기 부담감을 생각하셨다면 그런 걱정은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우베의 상징과도 같은 동물 번식기능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이런 동물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냐에 따라 액션의 효율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다, 동물 한마리당 2~4점이라는 상당한 점수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죠.

오딘은 아를의 평원이나 카베르나처럼 샌드박스형 게임이 아닙니다. 얼핏 보면 막막해보이지만 시작할 때 주어지는 직업 카드 한 장과 게임을 진행하며 뽑은 특수 카드로 인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길을 제시해주기 때문이죠. 아를과 카베르나 특유의 샌드박스(특정한 목표 없이 모든 정보를 공개해놓고 진행하는 방식)이 싫었다면 오딘에선 그러한 거부감이 상당히 적을거예요.

초~중반까지 게임은 상당히 느린 템포로 진행됩니다. 게임 내내 ‘정말 이 보드를 채울 수 있다고?’ 하는 의문이 들지만, 마지막 6~7라운드에서 폭발적으로 보드를 채우기 시작하게 됩니다. 다른 게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리듬이예요.

이렇게 총 7라운드를 진행한 뒤 특수 카드 승점, 보드 승점, 동물 승점, 돈 등 여러 곳에서 뽑아져 나오는 점수를 모두 합산하고 채우지 못한 공간만큼 감점을 하면 최종 점수가 됩니다. 당연하지만 가장 높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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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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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 같은 게임은 언제나 리뷰하기 망설여집니다. 게임의 깊이가 한없이 깊은데다, 매 게임마다 게임 양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몇 번을 해보아도 제가 이 게임을 얼마나 이해하는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그리콜라가 ‘자, 14장의 카드를 줄게. 농장을 잘 운영해봐. 이 카드를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정답은 있어.’ 하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 조합을 찾아내고 사용할 타이밍을 노리게끔 만든다면, 오딘은 ‘자, 직업카드 한장만 줄게. 이걸 토대로 네가 하고 싶은걸 해봐.’ 하고 판을 크게 벌려줍니다. 플레이어는 등대의 불빛과 같은 카드 한장만 가지고 섬을 꾸려나가야 하죠. 오딘은 총 5가지 분야에서 플레이어에게 잘할 것을 요구합니다.

1. 퍼즐

규칙 설명에도 언급했듯 보드를 어떠한 형태로 채워나가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릅니다. 특수자원을 빠르게 둘러싼 뒤 매 턴 자원을 얻어가는 방법이 있는가하면, 정직하게 좌하단부터 채워가며 점차 수입 & 자원을 얻어가는 방법도 있죠. 다른 퍼즐류의 게임에선 볼 수 없던 신선한 방식입니다. 무조건 가려야 한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감싸야 한다’는 점은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대체로 자원은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의 모양을 띄지만 철 & 정복 활동을 통해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은 대단히 독특한 모양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모양이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인지 머리속으로 생각하며 보드를 채워가야 하는데, 이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게임의 운영이 쉬워지기도 & 어려워지기도 하지요.

이 퍼즐적인 요소는 오딘의 심장과도 같습니다. 다른 유로게임과 차별화를 두는 핵심 시스템이기도 하죠. 오딘을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는 여러가지 요소로 결정되겠지만, 저는 이러한 퍼즐 요소를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최소 50% 이상은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2. 자원관리

오딘에는 정말 다양한 자원이 존재합니다. 돈이자 승점인 실버. 밥 먹이는 용도와 추가 섬을 채우는데 사용되는 주황 & 빨강 자원. 주된 섬을 채우는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어려운 초록 & 파랑 자원. 거기에다 배를 생산하고 사냥 & 정복에 쓰이는 나무, 돌, 그리고 철.

초보자들은 정말 눈이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되죠. 각각의 자원이 정말 다양한 곳에 쓰이니까요. 지나치게 밥먹이는데만 소모하면 보드를 채울 수 없고, 보드를 채우는데 모두 소비하면 바이킹들을 위한 축제를 벌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냥과 정복에 모든 자원을 투자하면 정작 중요한 자원을 생산하기 위한 비용을 댈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아끼면 이도저도 아닌 낭비자원이 되고 말죠.

플레이어는 마치 저글링(물건 여러개를 동시에 주고받는 기예)을 하듯 이렇게 다양한 자원을 이리저리 굴리며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3. 유연한 전략

위에서 설명했 듯 플레이어는 한장의 직업 카드를 받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이것이 전략의 물꼬를 틔워주지만 게임의 방향을 잡아주진 않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가로 카드를 지급받게 되는데다 그 카드가 같은 방향의 전략을 지향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꾸준하게 특수카드를 손에 넣으며 어느 것이 내가 지향하는 전략과 잘 들어맞는지 구분하고, 만약 카드가 전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어긋난다면 전체적인 전략의 방향을 재수정해야 합니다. 아그리콜라가 14장의 카드를 들고 그에 맞추어 전략을 세워가야 한다면, 오딘은 그때 그때 들어오는 카드에 따라 전략을 세워야 하는 셈이죠.

잠시 후에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특징은 호불호를 낳게 됩니다.

4. 섬의 확장

플레이어는 다양한 섬과 건축물을 추가로 구입하여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섬을 더 부유하게 만들 수 있는(즉 승점을 더 부풀릴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많은 감점을 떠안게 되는 폭탄으로 작용합니다.

처음 오딘을 접하는 사람은 ‘저 섬을 쓸 수 있긴 한거야?’ 싶을 정도로 자신의 기본 섬을 채우는데 정신을 못차립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연륜이 쌓인 플레이어들은 설렁설렁 기본 섬을 채움과 동시에 다른 섬/건축물을 가져오는 것까지 계획하죠.

오딘을 잘한다 / 못한다를 판가름 하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저는 얼마나 다양한 섬과 건축물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가? 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름 익숙해졌다 생각하며 몇 차례 시도해봤지만 내공이 부족한건지 시원하게 말아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이렇게 섬을 확장할 수 있다는 개념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손익을 따져가며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를 시험받게 됩니다.

5. 정확한 판단력

오딘은 아그리콜라보다 더욱 정확한 판단력을 요구합니다. 아그리콜라가 두루두루 잘하기를 요구했다면, 오딘은 반대로 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하게 포기하길 요구하죠. 아그리콜라의 ‘모든 것을 잘해야 해’라는 마음가짐은 잊어버리세요.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집중하여 승점을 부풀리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여기 찔러보고 저기 찔러보고 하는 식으로 게임을 운영했다간 정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처음 2~3 게임을 이런식으로 진행했는데… ‘난 도대체 무엇을 한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특색없고 구멍이 숭숭난 기본 섬이 제 앞에 놓여있더군요.

그나마 다행인건 타 우베게임에 비해 밥먹이기가 상당히 수월한 편입니다. 아예 특정 라운드마다 대량의 식량을 제공하죠. 그렇기 때문에 밥 걱정보단 전략에 치중할 수 있고 전략의 유효함을 판단하는데 더 시간을 소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러한 5가지 요소에 푹 빠져 오딘을 즐길 수 있다면 다른 수확 시리즈를 위협할 수 있는 자리까지 치고 올라올겁니다.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오딘에서 의외로 가장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퍼즐 요소보단 정복 & 사냥에 쓰이는 주사위 시스템을 꼽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전 주사위를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주사위를 굴려 결과를 결정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죠.

그런데 오딘은 주사위로 인한 실패에 굉장히 관대한 편입니다. 무려 재굴림을 두 번이나 허용하는데다, 주사위 운이 나쁘다고 느낀다면 자원 & 도구카드 & 철을 대량으로 확보하여 성공의 범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설령 실패하더라도 바이킹을 일부 되돌려주는데다 도구카드 & 자원을 하나씩 제공해주기 때문에 실패가 괴롭진 않습니다(물론 성공하는게 훨씬 좋지만요).

게다가 반드시 이러한 사냥 & 정복활동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른 경로를 통해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은 많으니까요.

주사위를 쓴 전략 게임 중 이렇게 주사위 부담이 적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전략게임들도 오딘만큼은 아니더라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보상제도가 있으면 좋겠네요.

르아브르의 자원의 업그레이드, 패치워크의 퍼즐, 아콜의 밥먹이기 등 다양한 우베의 게임에서 채택된 시스템들이 오딘 안에 절묘하게 녹아 있습니다. 이렇게 매끄럽게 하나로 만들기도 힘들텐데… 정말 예술적이죠.

허나 “오딘이 기존 게임의 아성을 뛰어넘을만한 게임인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약간 머뭇거리며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 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면,

1.왜 상품으로 퍼즐을 맞춰야 하는가?

우베의 게임은 공통적으로 테마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이 정도로 무거운 게임에 테마를 깔끔하게 입힐 수 있는건 블라다 크바틸과 우베 로젠버그를 포함한 일부 게임 디자이너 뿐이죠. 그런데 오딘에서는 퍼즐이라는 요소… 아니, 퍼즐을 채우는데 이용되는 자원들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왜 옷감이나 상품을 보드에 채워서 감점을 줄여야 하는가? 왜 다른 섬은 식량으로 채울 수 있지만 기본 섬은 그럴 수 없는가? 왜 초록색 상품끼린 붙여서 배치할 수 없는가? 왜 동전과 철은 기본 섬을 채울 수 있지만 다른 자원은 그럴 수 없는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딘에 포함된 퍼즐 시스템은 그냥 관심을 끌기 위한 기믹(Gimmick)으로 느껴집니다. 오히려 상품타일이 아닌 바이킹의 집 타일이었다면…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증축하며 ‘마을을 채워간다 & 키운다’라는 컨셉이였다면 훨씬 납득이 갔을겁니다. 왜 자원으로 섬을 채워야 하는가? 하는 의문점 때문에 테마에 몰입하는데 상당한 ‘잡음’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모든 자원 타일이 직사각형 & 정사각형 모양인건 꽤나 지루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전 기묘한 모양을 이리저리 짜맞춰가며 빈틈을 최대한 메워가길 바랐거든요.

*Update :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품으로 빈공간을 채우는건, 바이킹들이 전투 정복 탐험 교역을 통해 얻은 전리품을 늘어놓고 뽐내는 의미라고 하네요. 공간을 많이 채울수록, 즉 전리품이 많을 수록 그 바이킹 집단은 드높은 명성을 얻게 되는거죠. 그러한 관점에서 퍼즐을 다시 바라본다면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2. 말도 안되는 양의 콤포넌트 세팅과 번잡스러움

우베 게임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테이블의 공간을 상당히 차지하는데다 매 라운드마다 세팅할게 제법 존재합니다. 이러한 번잡스러움은 라운드와 라운드 사이에 약간의 공백을 줌으로써 흐름을 끊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데요. 그나마 다행인건 아그리콜라처럼 각 액션칸마다 자원을 채울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두 개의 트레이를 동봉하여 자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은 굉장히 뛰어났으나, 콤포넌트의 크기가 비교적 작아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다, 모든 자원 타일의 양면에 다른 등급을 입히는 바람에 실수로 자원을 뒤집기라도 하면 본의 아닌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점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3. 장고 유발

61가지 액션이 존재하며 서로 비슷한 능력을 제공한다는건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해도 너무나 많은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고가 안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액션 보드 위에서 장고를 하고, 그리고 가져온 자원을 가지고 퍼즐을 이리저리 맞춰보며 장고에 빠지는 더블 장고(…)도 가능합니다.

2명이서 이 게임을 해야한다면 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습니다. 3인이서 이 게임을 해야한다면 “음, 좋은 게임이지!” 하며 참가할 수 있어요. 그러나 4인이서 이 게임을 해야 한다면 저는 오딘말고 다른 게임을 하겠다며 제안을 곧바로 거절할 겁니다. 평소에 시원시원하게 액션을 선택하는 저조차 오딘에서 끙끙대며 수 십개의 액션 칸을 훑어보는데… 신중한 플레이어들은 얼마나 더 꼼꼼히 액션칸을 훑어보겠어요.

저는 장고에서 오는 그 기나긴 대기시간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4. 특수카드의 운

게임을 시작하며 지급받는 직업 카드는 게임의 방향을 정해주지만, 이것을 맹신하면 안됩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얻게 되는 카드가 이 직업카드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 제법 많거든요. 결국 시작할 때 방향을 잡아놓은 걸 꺾게 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는데, 첫 턴에 낭비한 일꾼이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그 첫수를 잘 보완하겠지만, 저처럼 큰 그림을 그리는데 약한 플레이어들은 “아니 그럼 왜 이걸 준거야? 차라리 아콜처럼 몇 장씩 줘서 고를 수 있게 하던가” 하는 볼멘소리를 낼 수 있어요. 어찌보면 정말 별거 아니지만 무작위로 들어오는 특수카드 때문에 제 전략의 방향이 휘청거리는걸 몇 번 느꼈습니다. 무조건 써야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쓰기엔 아깝거든요.

제게 있어 오딘은 대단히 독특한 냄새가 나는 전략+퍼즐 게임입니다. 다른 형제들이 하나의 시스템에 포인트를 주고 그것을 중심으로 가다듬었다면, 오딘은 일꾼 놓기와 퍼즐이라는 개성 강한 두 개의 시스템을 하나로 녹여냈거든요. 즉, 둘 다 좋아해야 오딘의 세계에 젖어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점이 오딘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주 원인이 되겠지요.

지금 당장의 느낌으로는 형님들 – 특히 삼대장 (아콜, 카베르나, 르아브르)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우베 게임을 소개시키라면 저는 아콜을 가장 먼저 더 떠올릴 것이고, 아콜과 비슷하지만 밥먹이는 스트레스가 적은 게임을 소개해달라면 카베르나 혹은 뤄양을 추천하겠습니다. 차근차근 엔진을 만들어가는 게임을 골라야 한다면 르아브르를 선택할테고요. 누군가 ‘우베의 게임 중 가장 독특한 색깔을 가진 게임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면 전 그제서야 오딘을 언급할 것 같습니다.

퍼즐이라는 요소 때문에 이 게임을 참 좋아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퍼즐’을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 점 때문에 ‘게임의 핵심인 퍼즐이 재밌다’라고 평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말로 퍼즐만을 즐기고 싶다면 차라리 우봉고3D, 블로커스, 리코쳇로봇, 패치워크 같은 직관적이고 단순한 게임을 즐기세요. 그 편이 훨씬 더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제겐 너무나 어려운 게임이지만 해볼수록 점차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은 드네요.

원문 :: www.raccooncave.com/a-feast-for-o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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