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바벨 리뷰

5,644 조회

2016.07.25 13:53

바벨

발매년도: 2000

인원 : 2인

플레이타임: 45분~1시간

언어: 0/10

난이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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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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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진 보드게임 중 가장 공격성이 강한 게임을 고르라면 단연코 카후나와 바벨입니다.

그래도 카후나에는 다리를 설치하며 섬을 지킬 수 있지만 바벨은

"수비 따윈 필요없다. 죽기 전에 죽인다."는 자세로 무조건 상대를 두들겨 패는 게임이죠.

친구의 멱살을 잡을 수 있는 게임. 바벨을 함께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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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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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은 2인 전용 카드 게임입니다. 두 플레이어는 자신의 영역에 건축물을 1부터 6층까지 차곡차곡 쌓아가며 15점(층수의 총합) 이상을 먼저 모아야하죠. 그러나 동시에 상대방의 승점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합니다.

15점을 모았을 때 상대방은 10점 미만의 점수를 가지고 있다면 게임에서 바로 승리하지만, 상대방 또한 10점 이상의 점수를 보유하고 있다면 데스매치로 들어갑니다. 누군가 20점을 먼저 모으거나 상대방을 10점 미만으로 끌어내면 승리하거든요.

바벨엔 5가지 군사카드가 존재합니다. 이 카드들은 건물을 짓기 위한 인력 역할을 합니다. 즉, 5층짜리 건물을 짓기 위해선 최소 5장의 군사카드가 해당 영역에 놓여있어야 하죠.

또한 각 군대카드는 특수한 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같은 카드 세장이 연달아 바닥에 놓여있으면 해당 카드의 능력을 발동할 수 있죠. 좌측부터 상대방 건물 파괴 / 상대방 건물 훔치기 / 상대방 군사카드 제거하기 / 층 건너뛰고 증축하기 / 상대방 군사카드 빼앗아오기 등 상대방의 혈압을 올리기 딱 좋은 능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특하게도 바벨에서는 액션 수의 제한이 없습니다. 원하는 만큼 카드를 사용하며 턴을 진행할 수 있지요. 플레이어는 자기 차례가 되면 덱에서 카드 3장을 뽑아온 뒤 다음과 같은 행동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습니다.

1. 카드를 한장 버리고 중앙에 놓인 자신의 기둥 미플을 해당 색상으로 이동한다.

2. 자신의 기둥 미플이 서있는 곳에 군사카드를 설치한다.

3. 공개된 건축물 카드를 가져와 원하는 만큼 짓는다. 단, 1부터 6까지 순차적으로 올라가야 하며 해당 영역엔 건축물 숫자 이상의 군사카드가 놓여있어야 한다.

4. 각 영토에 놓인 군사카드 3장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단 가장 최근에 놓은 3장만 이동할 수 있다.

5. 자신의 기둥 미플이 써있는 곳에서 군사카드의 능력을 발동한다. 같은 색상의 군사카드 3장이 연달아 놓여있어야 하며, 그 중 한장을 제거하며 해당 능력을 발동하거나 상대방의 핸드를 절반으로 줄인다.

액션포인트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손에 카드만 충분하다면 원하는 액션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플 이동 -> 군사카드 설치 -> 또 미플 이동 -> 군사카드 설치 -> 건물 짓기 -> 건물 짓기 -> 건물 짓기 -> 미플 이동 -> 능력 사용하여 상대방 건물 훔치기 -> 능력 사용하여 상대방 건물 파괴 -> ...

팽팽하던 게임이 아차! 하는 순간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콤보를 얼마나 잘 볼 수 있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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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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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신판입니다)

상술했듯 바벨은 제가 알고 있는 게임 중 가장 공격성이 강한 게임 입니다.

게임 어디에도 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상대방이 내 건물을 부순다면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이를 바득바득 갈며 상대방이 공들여 쌓은 탑을 파괴하고 조롱하는 것 뿐이죠. 열심히 부숴놓으니 저쪽에다가 다시 지어놓고. 추격하여 뚜닥뚜닥 부숴놓으니 이를 갈며 이젠 내껄 부수러 오고. 한방 공격을 위해 카드를 한가득 모았더니 그것을 절반으로 줄여버리고. 게임 내내 "야이씨!!" 하고 성질을 부릴 정도로 정신없는 난타전으로 게임은 얼룩지게 됩니다. 막말로 서로 머리끄댕이 잡고 뒹구는 느낌예요.

그러나 오해하지 마세요. 마구잡이로 카드를 내려놓으며 탑을 쌓고 부수는 게임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분주히 건물을 짓기 위해 군사카드를 내려놓게 되는데, 이때 비효율적으로 군사카드를 깔게 되면 100% 나중에 발목이 잡히게 됩니다.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선 같은 색상의 군사카드가 3장 연속으로 놓여있어야 하는데 모두 흩어져버리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빠지게 되거든요. 손에 있는 카드를 얼마나 계획적으로 잘 사용하는가, 얼마나 주어진 액션들을 최대한 활용하느냐, 얼마나 카드 카운팅을 할 수 있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열쇠로 다가옵니다. 그 예로 이 게임을 처음하는 사람들은 숙련자들에게 순식간에 박살나는 편이예요. 운이 좋아도 실력이 받쳐주어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일변도는 게임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 및 거부감을 가지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흔히 들려오는 "커플 브레이커"가 바로 그 예인데요. 이 게임을 처음 접했다가 마음 상한 애인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경쟁적인 게임을 싫어하거나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다면 바벨은 절대로 시켜주지 마세요. 깔깔거리며 상대방의 탑을 부수고 있으면 점점 울상이 되어가는 파트너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벨은 서로 법규(...)를 웃으며 날릴 수 있는 친구랑 하셔요. 바벨을 200%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