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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 상표권 관련 의견

2,332 조회

2024.04.19 16:48

1. 전제

저는 지적재산권 관련 업계 종사자라서, 상표나 특허와 관련한 이런 저런 사례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상표권이 어떤건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떻게 등록받는지 절차 등을 포함해서요.

코리아 보드게임즈에서 '머더 미스터리'라는 명칭(표장)을 상표 '출원' 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는 것 같아서 관련 정보와 제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해봅니다.

(이해하시기 쉽도록 전문용어나 법률용어는 가급적 제외하고 서술합니다.)

2. 논란의 원인

'머더 미스터리'는 보드게임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장르' 명칭입니다.

비교를 위해 다른 예를 들자면, '트릭 테이킹', '셋 콜렉션' 등이 있겠네요.

상표/지적재산권과 무관한 일반인이 생각하기에도

'이런게 상표권으로 등록되면 안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3. 이 상표 출원이 향후 업계에서 문제(분쟁)를 발생시킬까?

(1) 출원의 의미

지적재산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는

"우리 회사는 OO 기술을 특허 출원 했습니다!"

라는 표현의 애매함입니다.

'출원'이라는 것은 서류를 제출하는 것 뿐이라서,

누구든 무슨 내용으로든 특허청에 '제출'은 가능합니다.

만약에 누군가 결혼이 너무 하고싶어서, 나 자신과 결혼하는 자웅동체 혼인신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제출'은 가능하겠죠. 구청 직원이 안받아주거나 잘못보고 받아주더라도 행정적으로 처리가 안될겁니다.

자기소개서와 셀카를 넣어서 특허출원 할수도 있고,

자신의 얼굴을 상표출원할 수도 있고,

이런건 돈만 내면 누구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2) 등록 가능성

그렇다면, 코보게에서 '출원(제출)'한 '머더 미스터리'라는 상표가 등록이 될까요?

코보게에서 작성한 입장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머더 미스터리'는 등록이 안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간혹 특허청 심사관들이 잘 모르는 분야인 경우(인터넷 검색으로도 잘 안나오는 경우) 잘못 등록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서 등록된 상표를 없애는 것이 가능합니다.

구글에 '머더 미스터리' 한 번만 검색해보면 빤히 나오는 거라서,

거의 등록이 안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게 등록 된다면 그 심사관에게 문제가 있다고 봐야..)

4. 안 될거면 왜 했냐?

(1) 기존 상표 브로커의 악용 사례

'그럼 코보게는 등록 안될 걸 알면서도 굳이 왜 출원했냐?'

에 대해서는

'상표 브로커'에 대해 설명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일명 '소녀시대' 사건이 있는데요.

TV에서 신인 걸그룹 '소녀시대'를 본 상표 브로커 모 씨는,

와 저 그룹 뜨겠네? 돈 좀 벌어봐야겠다! 라는 악의적 목적으로

자신은 SM과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도

자신이 '소녀시대'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받습니다.

그 당시에는 소녀시대가 아직 유명해지기 전이었고,

소녀시대가 걸그룹을 지칭하는 일반명칭 같은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상표 브로커가 상표를 등록 받았습니다.

이제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야 SM아, 소녀시대 그거 내 상표인데, 그 이름으로 사업하려면 매년 50억씩 내놔!"

이런식으로 삥뜯는게 가능해집니다.

(물론 이 사건은 브로커의 상표가 결국 무효화됩니다)

기사 링크 : https://www.lawtimes.co.kr/news/96259

또 다른 사건을 언급해보면,

'펭수'가 갑자기 인기를 얻는 와중에,

누군가가 '펭수'에 대한 상표출원을 한 사실이 알려진 것인데요.

이것도 EBS가 아닌 무관련자가 출원한 것이라 이 업계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사건은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슈화 되어 출원인이 취하해서 사건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지막 사건으로는,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덮죽'입니다.

이 사건도 방송에 나온 그 업장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먼저 상표 출원을 해버려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2) 코보게의 출원 이유

이 사례들을 알고나면,

아마도 코보게의 입장문이 이해가 되실겁니다.

어차피 안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는 하지만,

혹여나 상표 브로커 같은 사람이 등록을 어떻게 받아버려서 사업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버리려는 것이죠.

거절이 된다면, 코보게는 '아, 어차피 상표 등록 안되는 거니까 우리도 마음껏 사용하자!' 라고 하면 되구요.

코보게에서 상표 관련해서 제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런 경험 때문에 엄청 방어적으로 굳이 안해도 될 상표출원마저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5. 결론

제 개인적인 의견은,

사업 영위를 위해 방어적으로 잘 했다(?) 라는 측면에 가깝지만,

등록 가능성이 너무 낮아 보이다보니 살짝은 '굳이?' 라는 느낌이 듭니다.

타 보드게임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이지???" 싶으실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굳이 걱정 하실 필요는 없어요.

삼성전자가 어느날 갑자기 '스마트폰' 이라는 명칭을 상표출원 했다고 경쟁사들이 걱정하지는 않는 것 처럼요.

(1. '선사용권'이라고 기존부터 그 명칭을 상품에 사용하시던 분들은 그 범위 내에서 계속 사업하실 수 있다던가 하는 조항들이 있기도 하고,

2. 무효 사유가 명백한 상표(당연히 등록되면 안되는 상표가 등록된 경우)라면 권리 행사를 할 수 없기도 하고(오히려 상표권자의 '권리남용'으로 판단될 수도 있어요),

3. 타사 상품에 적힌 '머더 미스터리' 라는 표현이 '브랜드(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되었는가 라는 문제도 있고(유사한 판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표로서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침해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4. 기존 머더 미스터리 사업자 분들이 피해보실만큼의 강력한 상표권이 등록될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혼자 등록받아서 다른 업체들이 머더 미스터리 이름 못쓰게 하려는 나쁜 의도인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업계 좁은거 뻔히 다 알고 소비자들도 이런저런 일들 다 아는 환경에서, 저는 코보게가 이런 양아치(?) 행동을 할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에 비해 이거 등록받는다고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질 않으니까요.

(머더 미스터리 명칭을 하나 상표등록 했다고 해서, 모든 머더 미스터리 상품들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혹시나 머더 미스터리 상표가 등록될까봐 걱정되시는 분은, '정보 제공' 제도를 활용해보세요.

쉽게 말해서, 심사관에게 '이 상표는 일반적인 용어라서 등록되면 안된다'는 자료를 고자질하는 건데요. 직접 해보시거나 변리사를 통해서 하셔도 비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겁니다.

심사관은 자료를 참고해서 상표가 등록될지 말지를 판단하고, 정보 제공자에게 심사 결과를 따로 통보해주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직장인이시거나 사업자이시거나,

어떤 브랜드와 관련된 업무를 하신다면

상표를 꼭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상표는 '유명해지기 전이라면' 누구든지 등록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변리사 상담 후 가급적 사업이 활발해지기 전에 미리 확보해두셔야 합니다.

다른 보드게임 사업자 분들도,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상표권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안되겠지?

라거나

굳이 안해도 되겠지?

라고만 생각하셨다가는 나중에 후회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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