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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와이 퍼스트? - 리뷰

2,278 조회

2016.05.18 14:53

발매년도 2015

인원 2-6인

플레이타임: 15~25분

장르: 카드게임, 핸드관리, 동시액션, 레이스, 가족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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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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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서론 따윈 필요 없습니다.

드디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이제 끝났습니다.

2등만 기억되는 행복한 콩의 세상,

독특한 파티형 카드게임 "와이 퍼스트?"를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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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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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이 워낙 단순한 관계로 포인트만 딱딱 짚은 뒤 곧바로 감상으로 넘어가겠습니다!

1. 플레이어는 총 5번의 라운드를 가지게 됩니다.

2. 각 라운드마다 플레이어는 총 5장의 카드를 받게 됩니다.

3. 라운드가 시작되면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의 기물을 보드 중앙에 놓습니다.

4. 각 플레이어는 자기 손에서 카드 한장을 고른 뒤,

5. "1,2,3!" 하는 구호에 맞추어 모두 동시에 어느 플레이어(자기자신 포함)에게 카드를 엎어서 건네줍니다.

6. 각 플레이어는 자신이 받은 카드를 공개하고 해당 숫자만큼 자신의 기물을 앞/뒤로 움직입니다.

7. 4~6번까지 4번을 반복합니다.

8. 자신이 든 마지막 카드는 자기 자신에게 사용합니다.

9. 2번째로 높은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들)만 현재 서있는 위치의 숫자만큼 득점합니다.

10. 이렇게 총 5번의 라운드를 반복한 뒤, 총점이 2번째로 높은 플레이어(들)가 우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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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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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와이 퍼스트?는 2012년에 한번 발매된 적이 있는 게임입니다. 보드게임긱을 뒤져보니 꽤나 괴악한 일러스트와 테마를 가지고 있더군요. 녹색거인(?) / 탐정 / 미라가 2등이 되기 위해 싸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러스트와 그림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시력 상실 비주얼 보드게임" 삼대장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참담한 퀄리티를 가졌던 이 게임은 놀랍게도 AEG라는 빵빵한 퍼블리셔를 등에 업고 재판이 되었어요. 이런 괴상한 디자인의 게임에서 무엇을 보았길래 AEG가 이 게임을 재판 한걸까요? 함께 조목조목 살펴보지요. 오늘도 서양인(?) 특성에 맞추어 장점 / 단점으로 나누어서 면밀히 살펴보겠습니다.

1. 재미난 발상

와이 퍼스트?에서 가장 신선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2등이 되어야 한다" 는 승리조건 입니다. 겉으로 보면 별거 아닌 규칙 같지만, 정작 게임이 시작되면 의외로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지요. 만약 흔해빠진 1등 먹기 게임이었다면, 모든 음수 카드는 상대방에게 주고 양수 카드는 제게 써서 1등이 되면 끝입니다. 뻔할 뻔하죠. 노잼의 노자죠. 꼴찌가 되어야 하는 게임이었라도 마찬가지.

그러나 2등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양수/음수 카드의 역할을 한번 비틀어 생각하게 됩니다. 양수로 상대방을 열심히 밀어주거나, 음수로 나 자신을 끌어내려 라운드 끝에 2등이 되도록 절묘하게 맞추어야 하죠. 곧 이어 설명하겠지만, 이게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게임 내내 여기저기 카드를 뿌려대는 사람들 때문에 2등 위치를 고수하는게 정말 어렵거든요. 게다가 마지막 카드 한장은 자기 자신에게 써야하기 때문에, 마지막 카드를 내기 직전에 자기 위치까지 대략 예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미난 승리조건 하나 때문에 진부한 게임 시스템이 크게 비틀어지며 꽤 흥미로워졌습니다.

2. 대혼란

와이 퍼스트에서 가장 예측이 불가능한 요소를 하나 꼽으라면 그건 다른 플레이어들의 존재입니다. 적당히 3~4등을 유지하다가 한순간에 2등이 되려고 했는데, 난데없이 친구들이 던져준 양수 카드들 때문에 갑자기 1등이 되어버리면 멘붕이 옵니다. 어떻게든 남을 밀어주거나 / 나를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써야하죠. 그렇게 2등이 되려고 음수 카드를 자신에게 썼더니, 친구들이 또 다시 음수카드를 던져줘 꼴찌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그것대로 멘탈이 깨져나갑니다. 다들 나를 공격할거라 예측하고 카드를 냈는데, 내게 무관심 해서 혼자 앞으로 튀어나가거나 / 뒤로 밀려나면 그것도 허탈합니다. 이쯤 눈치채셨겠지만 뭘 해도 멘탈이 터져나갑니다. 전략이고 뭐고 없죠 ㅋㅋ 이렇게 서로 하하호호 상대방의 얼굴에 X을 던져대고 있노라면 이상한 행복감(?)이 찾아오는데, 그게 바로 와이퍼스트?의 재미 포인트입니다 ㅋㅋㅋㅋ

3. 쉬운 룰 설명 & 적은 공간차지 & 넓은 인원 포용력

규칙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딱 10 마디로 게임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쉬운 게임이죠. 그러니 초보자들이 헤메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들겁니다. 게다가 2인~6인까지 지원하면서 작은 테이블 위에서도 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휴대성 & 편리성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죠. 그러나 이런 류의 게임이 그렇듯 사람이 많을 수록 더 재밌습니다. 최소 4명 이상을 추천합니다. 그러므로 2인플이 재밌을거란 생각은 버리시는게 좋습니다. 물론 2인 전용 규칙도 룰북에 쓰여져 있습니다만... 저라면 다른 2인 게임을 하겠습니다.

자, 그럼 이 게임이 가진 문제점들을 지적해보죠.

1. 대혼란

장점이자 단점인 양날의 검입니다. 만약 어느정도 운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젝스님트나 기타 동시액션류 게임을 기대하신다면 와이퍼스트?는 올바른 선택이 아닙니다. 이 게임을 스탯으로 표현한다면 "혼란" 능력치에만 올인 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단 한순간도 예측할 수가 없어요. 같이 하는 플레이어들이 "직감"에 의존할 수록 이 경향은 더더욱 심해집니다. 퍼센트로 따진다면 9할 정도는 제 능력 밖이라 보면 되겠네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동시에 카드를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젝스님트 류의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아실거예요. 언제나 최소 한명은 "잠깐만!! " 하며 카드 선택 장애를 겪습니다. 와이퍼스트에선 그런 사람이 부드러운 진행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요. "하나, 둘, 셋!" 했는데 머뭇거리다 카드를 주는 타이밍을 놓쳤다? 그럼 그 플레이어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모두가 카드를 물린 뒤 다시 재결정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게임 내내 자주 반복되면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죠.

2. 치명적인 마지막 카드

가끔 제가 들고 있던 마지막 카드로 인해 순위가 (부정적인 쪽으로)바뀌어버리면, "내가 지금까지 카드를 낸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파티게임인만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거 아냐?"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마지막 카드가 라운드의 승자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건 체감상 최소 50%~70% 쯤은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파티게임도 진지하게 하는 성격이라면, 이 부분이 상당히 거슬릴거예요.

3. 회복 불가능한 상태

가끔 플레이어들이 "우연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한 플레이어에게 양수/음수를 몰아주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정말 우연히요. 그럼 플레이어는 순식간에 앞으로 뛰어나가거나 나락으로 떨어지며 해당 라운드에서 회생이 힘든 상태에 빠집니다. 플레이어들은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을 돕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자기 스스로 자신을 구제해야 하는데, 손에 든 카드마저 도와주지 못하면 해당 라운드는 버릴 수 밖에 없어요. 물론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지는 것도 아니요... 모든 플레이어가 이렇게 한명을 극딜하는 경우가 흔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건 알아두시는게 좋습니다.

4. 불필요한 고급규칙

의외로 이 게임엔 고급자용 규칙이 있습니다. 각 카드의 귀퉁이엔 하얀색으로 고유한 숫자가 쓰여있는데요. 모두가 카드를 선택한 뒤 동시에 뿌리는게 아니라, 다 함께 공개하고 높은 카드 순서대로 한명씩 카드를 누군가에게 줄 수 있습니다. 혼란이라는 요소를 줄이고 정보 공개 & 턴을 통해 예측성을 늘린거죠. 그러나 이것은 실패한 규칙이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류의 게임인 젝스님트에도 다양한 고급자용 규칙이 있습니다. 젝스님트는 게임이 가진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다양한 파생 게임을 만들어냈죠. 그러나 와이퍼스트가 제안하는 고급 규칙은 "혼란"이라는 정체성을 다 가져다 버리곤, 진지한 게임인척 & 전략적인 게임인척 행동하려 합니다. 이런 게임에 30분~45분은 지나치게 긴데다, 마지막 플레이어가 가지는 이점도 너무 크며, 고급 규칙에선 대놓고 특정인을 디스할 수 있습니다. 제게 있어 이 게임이 재밌던 이유는 서로 X을 던져대는 것이었습니다. 그 개성을 모조리 죽여버린 고급 룰은 이래저래 맞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