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내밀한 어떤 즐거움
[플릭 엠 업! : 데드 오브 윈터] 개봉기 및 이런저런 감상입니다.
안녕하세요, 목성의독서가입니다.
구입할 책이 있어서 아마존에 들어갔다가 배송비가 아까워 이것저것 둘러보던 중 해괴한 게임을 하나 발견해 함께 주문했습니다.
사실 이전에 관련 뉴스를 보라에서 분명히 본 적이 있는데, 믿기 힘들어서였는지 믿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핼러윈을 앞두고 소개하기 재미있을 듯해 간단한 개봉기를 올려 봅니다.
"플릭 엠 업! : 데드 오브 윈터"입니다.
"플릭 엠 업!"의 작가들과 "데드 오브 윈터"의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 듯합니다. 앞표지에서부터 두 작품의 냄새가 동시에 나네요.
생각보다 박스가 훨씬 두껍습니다. 10cm 정도. 실제 내용물을 넣으려니 이 정도 두께가 필요하더군요.
뒤표지입니다. 이건 뭐... 정신 없군요. 실제 좀비의 색상은 사진보다 훨씬 형광빛의 연두색에 가깝습니다.
여백의 느낌이 강렬한 룰북입니다. 산만한 느낌의 표지와 대조되는 점이 재미있네요. 총 9개의 시나리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티커와 펀칭 타일입니다. 일단 좀비와 생존자, 상자, 가방 등등에 붙여야 할 스티커가 상당합니다. 펀칭 타일의 두께도 보시다시피.
게임 구성물은 목재가 아닌 플라스틱입니다. 묵직한 맛은 덜한데, 목재는 목재대로 지나치게 묵직해서 부담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가격도 치솟을 테고.
뻔뻔해 보이지만 비밀 목표와 크로스로드 카드도 존재합니다. "데드 오브 윈터"는 직접 플레이해 본 적 없이 간단한 룰만 알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관련 요소를 녹여 놓았네요.
효도도 못 하면서 효도폰을 쓰자니 초점이 엉망이군요. 스티커를 붙인 구성물들입니다. 좀비는 저렇게 3종류가 총 18마리 있고, 생존자는 총 11명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 눈을 의심하게 했던 좀비 타워입니다. 엄청나게 두꺼운 종이를 이리저리 접고 핀으로 고정까지 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뚜껑에 걸쳐 놓은 종이를 슥 빼면 좀비가 떨어져 내리면서 생존자를 습격하는 방식인 듯합니다. 어쩌면 다이스 타워로 활용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저한테 "플릭 엠 업!"은 아주 미묘한 느낌의 게임입니다.
그야말로 쓸데없이 고퀄리티이면서 세팅은 번거롭고 진행은 단조로운.
그렇지만 바둑알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면서 알까기를 즐기던 어린 시절에 머릿속으로만 그려 봤던 세계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게 구현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듯 이 게임은 구성품부터 룰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무의미할 정도로 정교합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마다 각각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 정교함을 구현해 나간 작가들의 즐거움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생각하자면, 이상한 표현일 수도 있으나, 뭉클한 감동마저 느껴져요.
아직 이 좀비 버전을 플레이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게임을 만들어 나간 즐거움보다 크기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단순한 알까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겠지요.
누군가는, 예컨대 바둑알에 이름을 붙이고 있던 과거의 저 같은 아이라면, 그 이야기의 세계를 훨씬 더 매혹적으로 느낄지도 모르고요.
허리 아프게 앉은 채로 스티커를 붙이느라 애먹었지만 그마저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애초에 아마존을 찾은 목적이었던 에드워드 고리에게 감사를 전하며, 모두들 무시무시한 핼러윈 맞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