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으되 기다리던 봄은 아니네요
코시국에 다들 거북이마냥 집안에 콕 박혀 안전하게 지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무탈하게 어려운 때를 이겨내고 있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열리는 펀딩창과 선주문창마다
심심찮게 앞줄을 장식하던 코시국, 언택트,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어휘에
점점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년만해도 한 해가 지나면 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도 나왔건만
연일 수백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살벌한 시대는 아직 가지 않았네요.
그럼에도 사람들의 경계심은 많이 해이해졌는지...
근방의 쇼핑몰과 유흥지에는 주말마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교외로 나들이가는 차량으로 도로는 메워지고 있습니다.
시나브로 앞집 목련은 만개하여 행인의 발길을 사로잡고,
건너집 홍매는 농염하게 피워 눈을 즐겁게 하네요.
회사 가는 길 가로수도 벛꽃을 피울 준비가 한창입니다.
봄볕을 흠뻑 누리기도 전에 부쩍 황사와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하고,
빠르게 치솟는 수은주는 어느덧 20도 언저리까지 치받아올랐는데
사람들은 봄을 반가워하지만 마음껏 즐기지도 못합니다.
작년부터 기다리던 신작들은 저마다 21년 봄 출시, 선주문, 펀딩을 남발했는데
믿었던 별바는 별안간 해외작 수입 중단 및 코보게 이전을 선언하지 않나...
기다리던 서왕건 3부작, 왕수프는 어찌되는지 아직도 깜깜무소식이고,
피아에서 출시예정이라던 트라야누스는 잊혀진 건 아닌가 싶고,
코보게의 아콜 크작피와 르아브르 재판도 한동안 묵묵부답이네요.
6월 이후로 언급된 건 아예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이대로라면 제때 나오기는 할런지 의문입니다.
봄은 왔으되, 기다리던 봄은 아직 안 온듯....
출시예정작을 기대하며 희망을 담아 지갑에 고이 모셔둔 퇴계와 율곡과 세종대왕과 신사임당은
애꿏은 중고 거래와 코보게의 별바 ALG 물건 떨이에 집을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봄에 온다던 님들을 기다리건만 기다리던 님들은 아직 소식조차 없고,
얼마 안 남은 인내심과,
아직 오시지 말았어야 하나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마구 강림하는 지름신과,
집 나간 후 돌아올 기약 없는 퇴계와 율곡과 세종대왕과 신사임당으로 홀쭉해진 나의 지갑과,
주인 잃고 집 나가 떠도는 상갓집 개 마냥 애달픈 보린이의 마음은
새삼 찾아온 봄이...곧 떠나갈 봄이...
다급하고 야속할 뿐이네요.
누구 아시는 분 있을까요? 트라야누스, 서왕건 3부작, 왕수프, 아콜 크작피, 르아브르 재판은 언제 나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