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과학추론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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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4 13:45

연금술 아카데미

보드게임을 하기 전에 앱을 접목하고 필요하다는 말에 약간의 호기심과 신섬함을 느꼈다.

앱이 없어도 마스터의 도움으로 아날로그로도 가능하지만 앱이 있으면 마스터 필요없이 좀 더 편하고 빠르게 게임을 할 수 있기는 하다.

나는 pc게임과 폰 게임은 전혀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컴퓨터 게임을 매우 좋아했고 많이 플레이했지만, 언제부턴가 컴퓨터 게임은 내게 마우스 클릭 노동처럼 느껴졌다. 폰게임도 같은 맥락으로 화면을 보고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는건 내게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비디오게임에 금욕적으로 대하다가 가끔씩 보석퍼즐 게임을 하나 발견하게되면 하루에 4~5시간을 그자리에서 미친듯이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는 과거의 중독적인 나를 다시 보게된다.

이런 이유 하나 때문에 앱을 사용하는 보드게임은 호기심과는 달리 한편으로는 '신성한 보드게임에 디지털 따위는 넣지마'라는 약간의 반항심이 생긴다.

하지만 연금술 아카데미를 해보고 나서는 디지털은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하는 굉장히 훌륭한 수단임을 확인했다.

이 게임은 실험을 하는 재미를 주는 과학 추론 게임으로 부르고 싶다.

재료 둘을 섞어 결과물을 도출하는데, 이 과정으로 재료의 특성을 파악한다.

이 재료의 특성은 게임 시작전에 게임 코드를 통해 이번 게임에서 사용될 특성으로 지정된다.

앱은 이 과정을 마스터없이 빠르게 만들어준다.

이 게임의 최대 재미 중 하나가 재료 둘을 보드 판 위에 세워두고 앱을 통해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서 둘을 조합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게 정말 실험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핸드폰이 게임의 주요소가 아니라 게임 진행을 도와주는 도구로 쓰는 것이 너무나 신선하고 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정도 도구적 사용은 비디오 게임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재료를 조합해 재료의 특성을 추론하는 과정은 너무나 재미있고, 재료의 특성을 파악해 논문을 내서 그 분야의 대가가 된다는 설정도 좋다. 여기서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해도 논문을 낼 수 있다는 블러핑 요소가 살짝 있다. 점수를 빨리 얻기 위해 날림논문을 낼 수 있는데, 논문 반박을 받아서 잘못된 논문이라면 점수가 깎일수도 있다. 이 부분은 좀 더 게임을 해봐야 더 알겠고 점수를 얻는 여러 전략 중 하나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처음에 이 게임의 재료 조합 방법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게임을 진행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재료를 조합해 물약을 만들어 내고 있고, 나도 따라서 만들어 냈는데, 이게 뭘 뜻하는지 몰라 처음 추론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헤메어서 그 이후로 추론이 꼬여서 재료의 특성을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우습게도 내가 낸 논문이 내가 틀렸다고 생각해서 내 논문에 반박을 했는데, 반박이 틀려서 점수가 깎이는 안타깝지만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앞으론 이런 일이 거의 없겠지만, 이해를 못하고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런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4인플로 진행한 첫 게임의 모습은 사뭇 진지해서 정말로 4명 모두가 실험실의 연구원이 된 듯 했다.

추론을 위해 필기를 해야하고 재료를 조합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행동 등.

4명이 테이블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데, 이건 진짜 스터디 모임을 하는 것 같았다.

우와, 이것이 정녕 보드게임이야? 이런게 가능해?

전략 게임도 몇 개 해봐서, 게임의 진지함과 테마의 몰입도 충분히 느꼈는데,

연금술 아카데미는 좀 더 그 이상이었다. 몰입도는 예술이다.

이 게임을 할 때는 플레이어 모두가 하얀 실험복을 입고 하기를 초강추한다.

게임 전에 재료의 특성을 미리 정해놓는 것부터해서, 이 조합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물약을 만들어 팔고, 논문을 내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너무나 정교하게 짜여져 있어, 게임을 하면서 놀라움과 감탄사를 연발했다.

모처럼 재미있는 과학 실험을 한 것 같아 너무나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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