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아시아사 학습용 보드게임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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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7 23:49

처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좌충우돌 재밌는 놈이구나 충고 부탁드릴겸 올려봅니다.

편의상 일기 형식으로 적어 보았습니다. 무례하다 느끼셔도 양해부탁드립니다!

2018학년도 겨울방학 직전 학교에서 학생들이 즐기던 부루마블을 아내와 집에서 플레이해보니 너무 재밌었다.

둘이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었다. 마침 아내가 몸이 무거워지고 집에서 아내랑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았는데 "보드게임"이 떠올랐다.

부루마블 밖에 모르던 나는 새로운 세계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촌놈이고, 대학교 근처에도 보드게임방이라는 걸 들어보지 못했던터라 급속도로 보드게임이라는 유희에 빠져들었다. 아내와 둘이서 즐기고, 친구랑도 즐겨보고, 혼자서도(?) 즐기고 방학 내내 행복했다.

생전 안펴보던 영어도 공부하고 사전을 찾아가며 룰북을 숙지하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고생하는 과정도 재밌었다. 그런데 문득 룰북을 숙지하고 룰북을 얼마나 정확히 숙지했는지 에러플 없이 즐기는 이 과정이 마치 수능 지문을 읽거나 문제를 풀고, 적용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와 사람이라는게 좋아하는 것에 빠져들면 그렇게 하기 싫었던 공부 과정도 재밌게 되는구나" 서른 넘은 나이에 7년가까이 교직에 있었던 사람이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이렇게 재밌듯이 학생들도 재밌게 공부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고 새로운 게임 룰을 접하면서, 새로운 게임을 구입하면서, 중간중간 자기전에, 똥누면서 어떤 식으로 보드게임의 방식과 시스템을 적용해야 학생들이 즐기면서 공부도 절로 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아직 허접이지만 대충 머릿속으로 "판타지 왕국"이라는 카드게임 규칙을 차용하여 동아시아사에서 연관 있는 사건이나 인물이나 국가, 유물, 유적을 이어서 카드를 모으면 콤보가 터지면서 점수를 득점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규칙도 간단하고 카드에 역사적 사실들을 명시해놓으면 게임하면서 절로 역사적 사건이 암기될거야"라고 생각했지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아내와 테스트를 해보니 공부는 되겠는데 너무 노잼이었다.

처음 만든 프로토 타잎

이렇게 첫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고민하던 끝에 좋아하던 "문명" 방식의 카드 게임에 착안하여 역사적인 사건이 적힌 카드를 통해 승점을 모으고 군사력과 문화력을 발전시키는 방식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도 역시 너무 시스템을 간소화해서 그런지, 아니면 룰이 복잡해서 그런지 아내로부터 노잼이라는 평을 들었다.

두 번째로 만든 테스트판

실망하던 나에게 아내가 조언을 해줬는데 "루미큐브" 방식처럼 동아시아사의 여러 사건이나 유적들을 모아서 카드를 가장 먼저 내려 놓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은 어떻냐고 아이디어를 주었다. 듣고보니 역사를 공부할 때 여러 사건이나 국가, 유물, 유적들을 범주화 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이것을 쉽게 터득할 수 있을 것 같아 전면수정하여 다시 제작하였다.

아내의 조언으로 수정한 "루미큐브" 방식을 차용한 최종본

카드마다 "유물 유적"이냐, "제도"냐, "인물이냐", "국가" 등으로 범주를 나누고(루미큐브의 색깔 개념)

또 해당되는 국가가 중국이냐(빨간색), 한국이냐(파란색), 일본이냐(보라색), 유목국가냐(녹색)에 따라서 구분해 놓았다.(루미큐브의 색깔 개념)

마지막으로 연관되는 카드들을 제목 밑에 써놔서 ""수양제" 때 "대운하"를 만들고 "살수대첩"이 있었구나!"를 보여주기 위해 수양제 카드와 대운하카드, 살수대첩 카드는 연관되어 콤보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하였다.(루미큐브의 숫자 개념)

이렇게 만들고 학생들에게 테스트 돌려보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난이도를 조절하고 보니 제법 내가 보기엔 그럴듯한 수업용 게임이 완성되었다.

평소에 맨날 자는 농띠같은 친구들, 수업에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이때 만큼은 웃으면서 즐기는 모습이 뿌듯했다. 하지만 이게 재밌어서 그런건지 선생이 노력한게 보여서 안쓰러워서 재밌게 즐겨주는 척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