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043 사후세계 테마파크, 멤피스 (Men-Nefer, 2024)
시작해 볼까요.
근래 맨-네퍼 2024 한국어판 출판을 소식을 들었을 때, 요즘 지쳐 있던 심신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플레이했을 때 테마와 시스템이 잘 어울리는 게임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한국 게이머스 시장은 살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멤피스'를 사진으로 접했을 때 혼란스러워 보여 깔끔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거 웬걸요! 룰을 읽기만 해도 생각보다 게임이 깔끔하고 액션의 진행 방향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룰북을 덮은 후 모든 이집트의 사후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큰그림이 그려지더군요.
인류가 사유를 시작했을 때, 죽음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면이 드는 곳에 꽃다발, 작은 부장품들을 놓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죽음 너머의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어떻게 보면 신앙의 출발일 수도 있겠네요. 물론 모든 종교나 신앙이 그렇지는 않지만요.
나일강의 범람은 이집트의 풍요를 가져왔고, 그 풍요가 사유할 시간을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을 타고 온 각종 자연 비료들이 토지를 매년 비옥하게 했고, 농경을 위해 범람의 시기를 정확히 알기 위해 지금 쓰고 있는 태양력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정신적이며 물질적인 풍요가 해가 지는 나일강 서쪽 사후 세계 건설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사자의 서'에도 볼 수 있듯이, 왕부터 일반 평민까지 죽은 후 사후 세계로 가기 위해 두아트의 심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심장과 깃털의 천칭에 달아 심장이 무게가 깃털과 같거나 가벼워야 사후세계로 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심장이 괴물에 잡아먹혀 이승을 떠도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멤피스'에서도 이런 주제를 플레이 내내 각인 시켜줍니다.
나일강의 범람과 관련해 이집트는 3개의 계절: 범람( Akhet), 파종(Peret), 추수(Sheum)의 3계절로 나누었습니다. 멤피스에서도 이 3단계로 게임을 나누었는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주요 행동 단계는 파종 단계입니다. 게임은 3년 동안 진행됩니다.
첫째는 범람은 파종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수입을 받고, 일한 견습생을 다시 개인 보드로 가져오며, 나일강에 계약 타일들을 배치합니다.
둘째는 주요 행동 단계라고 파종, 씨뿌리기 단계입니다. 이때 이집트 동쪽에 있는 사후 세계 테마파크를 건설하게 됩니다. 이때 재미있는 점은 각 플레이어는 돌아가면서 9번의 액션을 하게 됩니다. 이 액션들의 종류는 3가지가 있습니다.
1) 견습생을 생명의 집에 배치하며 견습생 아래 있는 태블릿 액션을 수행하며 버립니다.
2) 생명의 집에 배치한 견습생을 전문화를 시킵니다. 즉, 1)번 액션의 견습생 배치도 선택도, 미래에 진행 할 2)번 액션에 대한 계획입니다. 전문화 5개에 있는 기호를 설명하면 이 게임의 대부분의 기호 액션을 대부분 설명 할 수 있습니다. 생각 보다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3) 비어있는 태블릿 시장에서 하나의 태블릿을 가져오면 끝이 납니다. 이 세 번째 액션은 어떻게 보면 다음 연도의 첫 번째 액션과 이어져 이런 부분도 깊은 고민을 줍니다. 가져오는 태블릿과 상형문자를 맞추면 더욱 좋고요.
이 파종 단계에서 하는 액션이 사후세계 테마파크와 관련되어 있고 특히 각 5개의 전문화인 - 피라미드 건설, 네크로폴리스 건설, 사원에 공물 바치기, 나일강에 계약 획득과 어업, 스핑크스 건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액션등이 신앙과 식량과 엮여 다양한 변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견습생이 3명이 있기 때문에 각 액션의 종류를 3번 하게 되어 총 9번의 액션을 하게 되는데, 그 첫 번째 액션을 제외하고는 액션을 원하는 순서대로 하셔도 됩니다. 이 부분에서 다양한 인터액션이 발생하며 특히 1)번과 2)번 액션시 공간에 다른 플레이어가 있다면 더 많은 식량을 내야 하는 점도 재미있는 점입니다. 물론 1) 번 액션을 시작해야 두 가지 액션을 할 수 있다는 제약은 있지만, 다양한 방향으로 다른 종류의 액션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순서를 정한다는 점은 신선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9번의 액션에 대한 큰그림을 그리기에도 좋지만, 다른 플레이어의 액션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를 줍니다.
셋 째, 수확 단계로 점수를 획득 하는 단계입니다. 많은 포인트 샐러드 게임의 단점은 게임을 하나의 주제에 모으는데 어렵다는 점입니다. 포인트 샐러드의 태생적인 한계는 있지만 멤피스는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게임 중간에 산발적으로 점수가 발생하지 않으며, 마지막 추수 단계에서 이런 점수가 대부분 발생함이 좋았습니다. 추수 단계의 첫 시작은 신앙심의 체크입니다. 심장과 깃털이 점수화되어 지속적으로 두 지표가 서로 만나 교차되도록 해야 합니다. 많이 벌어진 만큼 마이너스 점수를 받고 어느 순간 서로 교차해서 지나갈 때 플러스 점수로 받게 됩니다. 이후에 각 5개의 전문화 단계와 관련해 각 지역에서 점수를 받게 됩니다. 단, 스핑크스만 간접적으로 점수에 관여를 하게 됩니다. 오벨리스크를 올리단던지 다른 전문화의 보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최종 점수 계산 그런 거 없어서 좋았습니다.
몇 가지 단점은 처음 해보면 유저 인터페이스가 약간 헷갈리는 점은 약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 명확하게 표기할 방법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플레이어의 말들이 파스텔 개통으로 뭔가 진중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도 제게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잘 보이게 하려는 편의성의 의도는 알겠지만 ... 그리고 막상 해보면 생각 보다 인터액션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습니다. 퍼즐 하는 재미는 유로 게이머의 취향에는 맞을 게임이지만 강한 인터액션을 원하시는 분들의 입맛에는 약간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인터액션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퍼즐 만으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자원은 쉽게 잘 준비되거나 풀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하지만 마냥 여유로운 편은 아니라, 때론 '물고기'를 준비 못 해 원하는 액션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긴 했습니다. ㅎㅎ 솔트 씨' 같이 자원을 극한으로 짜내야 하는 게임을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멤피스'는 액션의 유기성이 보이고 이집트 사후 테마파크 건설이라는 주제의식도 잘 반영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이집트 내세 신앙의 정수를 작품에 잘 녹여 냈습니다. 특히, 룰북에 있는 키워드에 대한 이해하기 쉬운 역사적인 노트는 인상적입니다. 플레이 전에 PDF가 공개되면, 테마 이해를 위해 그 부분만 읽어보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룰이해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요. 시스템적으로 3가지 종류의 액션의 다양한 진행은 퍼즐의 자유도를 확 올려줍니다. 근래 획일적인 유로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한 작가의 고민이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유로적인 퍼즐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매가 하늘 위에서 바라 본듯한 웅장한 사후 도시 '멤피스'를 많은 분들이 쉬이 만나 볼 수 있어 기쁩니다.
별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