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작가 신작 [데이브레이크] 게임 플레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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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03:41

코보게에서 데이브레이크 한국어판이 나온다는 소식에 관심 가진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다양한 난이도 설정으로 수십 판을 플레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리뷰를 써보겠습니다. 테마 리뷰는 전에 쓴 바 있으므로 메카닉과 게임 플레이를 중심으로 적겠습니다.

데이브레이크는 기후위기 테마의 완전 협력 게임입니다. 라운드마다 여러 단계가 있고 각 단계는 정령섬처럼 플레이어간 순서 없이 동시에 진행합니다. 플레이어(국가 혹은 국가 연합)마다 시작 프로젝트 카드를 포함한 초기 조건과 인구 증가율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대칭성이 존재합니다. 가장 영향이 큰 것은 인구 증가율의 차이인데 이에 대해서는 후술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처음에 현재 인구를 부양할 만큼의 에너지 공급(신재생 에너지 발전 및 화석연료 발전)과 기타 온실가스 배출원들을 가진 채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화석연료 에너지 발전원과 기타 배출원들은 라운드가 끝날 때 각각 1단위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일부는 숲과 바다에 의해 격리되지만, 나머지는 대기 중에 쌓여 기온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유럽 초기 세팅: 초록색 토큰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 어두운 색 토큰은 화석연료 발전 및 기타 배출원, 방패 모양 토큰은 회복력, 우측 하단은 위기에 빠진 공동체 토큰 놓는 공간

플레이어들의 목표는 세 가지 패배 조건(a.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0도 증가, b. 한 국가에 위기에 빠진 공동체가 일정 수 이상 발생, c. 6라운드 종료) 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기 전에 탄소 순배출량을 0보다 작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배출량(화석연료 발전 및 기타 배출원)을 줄이고 탄소 격리(숲, 바다, 탄소 포집)를 늘려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온도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패배 조건 a가 충족됩니다.

동시에 플레이어들은 패배 조건 b가 충족되지 않도록 각 국가에 위기에 빠진 공동체가 일정 수를 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세 종류의 회복력(시회, 생태, 인프라)을 갖춰 위기에 대응해야 합니다. 위기는 매 라운드 발생하며 일부는 예보가 되지만 대부분은 모르는 채로 맞게 됩니다.

한 라운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1) 글로벌 단계

기온에 따라 정해진 수의 위기 카드를 추가합니다(1개는 공개, 나머지는 비공개).

글로벌 프로젝트 카드 2장 중 1장을 선택합니다. 글로벌 프로젝트 카드는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하며 대체로 특정 조건 충족 시 효력이 발생합니다.

글로벌 프로젝트 카드들: 생태 보호 서비스, 농업 최적 관행, 조세 피난처 규제 - 아래에 특정 태그의 로컬 프로젝트 카드를 끼워 글로벌 프로젝트를 활성화합니다.

2) 로컬 단계

각 플레이어는 로컬 프로젝트 카드를 5장씩 받고 자유롭게 사용합니다(위기에 빠진 공동체가 많아지면 이때 받는 카드 수가 감소합니다). 카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카드 앞면으로 사용), 기존 프로젝트를 강화하거나(카드 앞면의 태그만 사용), 내용에 관계없이 버려서 다른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카드를 태그로 사용해 기존 프로젝트를 강화할 것이냐, 기존 프로잭트의 태그를 새로운 프로젝트의 뿌리로 삼을 것이냐의 고민을 하게 되며, 태그를 쌓는 데서 약간의 엔진 빌딩 요소가 있습니다.

로컬 프로젝트 카드들 - 이런 식으로 태그를 쌓아 프로젝트를 강화합니다.

3) 배출 단계

탄소 배출과 격리를 처리합니다.

4) 위기 단계

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위기에 빠진 공동체가 발생합니다.

기온에 따라 주사위를 굴려 사막화, 영구동토층 해동 등의 효과를 적용합니다.

위기 카드를 한 장씩 처리합니다. 대부분의 위기 카드는 세 종류의 회복력(사회, 생태, 인프라)와 관련이 있으며 온도가 높을수록 피해가 커지고, 대응되는 회복력이 높을수록 피해가 줄어듭니다. 피해는 위기에 따라 다르며 프로젝트 카드의 손실이나 위기에 빠진 공동체 발생이 많습니다.

위기 카드: 물 부족 - 생태 회복력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5) 성장 단계

각 국가의 인구 즉 에너지 수요가 증가합니다(미국과 유럽은 +1, 중국은 +2, 다수세계는 +3).

플레이어들은 배출원을 줄이는 동시에 증가하는 인구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특히 중국과 다수세계는 빠르게) 늘려야 합니다. 이제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게임을 많이 해본 소감으로 아쉬운 점을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쉬운 난이도

처음 한두 판은 도전적이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너무 쉬웠습니다. 난이도 설정(국가 조합)을 바꿔도 큰 차이는 없고, 난이도를 높이는 챌린지 카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효과가 센 것(예: 초기 온도 +0.1도)을 넣고 해야 할 만한 정도입니다. 좀 더 도전적인 난이도 옵션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2. 심한 스노우볼

이길 때는 너무 싱겁게 이기고, 말려서 질 때는 너무 쪽도 못 쓰고 지는 경함이 있습니다. 초반에 잘 버티다가 후반에 아슬아슬하게 역전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보통은 1, 2라운드 운(로컬 프로젝트 카드, 위기 카드, 주사위 굴림 등)이 승패를 많이 좌우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1라운드가 끝날 때 기온이 0.1도 오르게 설계되어 있는데, 주사위를 잘못 굴려서 대기 중에 탄소가 바로 배출되면 즉시 0.2도가 되어 위기 카드들의 효과가 1에서 2로 증가하고 그 다음부터 겉잡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밸런스 문제

명백히 약한 카드가 존재합니다. 특히 지구공학 계열의 로컬 프로젝트 카드나 카드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글로벌 프로젝트 카드의 효과가 요구 조건에 비해 너무 약합니다. 이에 따라 카드 주고받기를 못하게 하는 위기(지정학적 위기)는 거의 무시 가능하게 됩니다.

2, 3의 경우 테마를 살리기 위해 (어쩌면 1도, 희망을 주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성을 더 적게 해치면서 테마를 살릴 수 있는 노력이 가능했다고 보입니다.

4. 게임 플레이의 고착화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적 플레이와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전술적 플레이 간의 호불호와 별개로(따지자면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기는 게임을 매번 비슷하게 이긴다면 리플레이성 면에서는 아쉬운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임을 할수록 초반부터 가능하면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해서 화석연료 발전을 크게 줄이고, 중반부터는 남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기타 배출원을 청정 기술로 대체하거나 탄소 포집을 활용하는 테크가 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다른 테크도 가능하지만 그게 상황적으로 더 나아서가 아니라 좋은 카드가 안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측면이 강합니다.

지금까지 게임의 단점만 너무 부각시킨 것 같은데, 총평을 내리자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매우 좋은 게임이라는 생각입니다.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테마에 있는데, 단순히 테마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테마와 메카닉이 매우 조화롭기 때문입니다. 테마에 관해서는 지난 글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게임성도 수백 번 반복해서 플레이할 것이 아니면 충분히 좋은 게임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