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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소재의 네라스의 정복(Conquest of Nerath)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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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1:48

RPG D&D의 포가튼 렐름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워게임 '네라스의 정복'의 후기입니다. 2011년 발매된 게임이지만 한글화 자료도 있고 (의지, 스톰트루퍼님 블로그) 룰 설명 영상도 있어서 (설명할렘) 접근성이 괜찮은 편입니다.

Free-for-All 모드도 있습니다만 2:2 동맹 플레이를 해보기로 합니다. 디에스트로님(카르코스)과 (아이언 서클)인 제가 악의 세력을 맡았고요. 네라스를 맡은 D님과 베일린을 플레이하신 나탄님이 선의 세력입니다. Short/Medium/Long 게임이 있는데 2:2 플레이의 경우 20점을 내면 Short 게임에서, 30점을 내면 Medium 게임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적의 수도를 모두 점령하거나 12개의 보물을 획득하는 게 Long 게임의 승리 조건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유닛을 지도상에 배치한 모습입니다. 중앙의 섬을 비롯해서 이곳저곳에 물고 물리도록 설계가 되어있어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게임은 굉장히 간단한데 자기 차례가 되면 이벤트 카드를 1장 뽑고 손에 든 패 중 '즉시 사용'이라는 조건이 붙은 카드는 바로 사용하고 쓰고 싶은 카드는 카드에서 명시하는 타이밍에 사용합니다. 이후 이동과 전투를 거쳐 상대의 지역을 점령하고 재배치, 유닛 생산, 수입 생성을 하면 끝납니다. 전투는 'First Strike' 조건이 붙은 유닛들이 먼저 공격해서 대미지를 주고, 이후 다른 유닛들이 공격해서 대미지를 주고받은 후 공격자가 전투 지속과 후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투 중에는 던전 탐험을 할 수 있는데, 던전에 있는 중립 유닛을 공격해 잡는 데 성공하면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과 승점을 주는 보물 카드를 얻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부수입을 얻기도 합니다.

초기에 어떻게 배치를 해야 하는지 참조표가 있습니다. 양면이라서 약간 보기 불편하긴 합니다.

유닛마다 써야 하는 주사위와 돈이 조금씩 달라서 제 나름대로 구분을 위해 정리해봤는데 이렇게 정리해놓으니 이해가 훨씬 쉬웠습니다. 이동력은 아래 별도로 적어놓은 유닛을 빼면 모두 2입니다. 생산 비용은 각 유닛이 위치한 열 기준입니다. 즉 일반 보병은 1원, 드래곤은 5원이 듭니다. 각 유닛들을 소개해보자면...

-일반 보병(1열): 이동력 1이고 몸빵하는 게 역할입니다. 6면체 주사위를 씁니다. 참, 이 게임은 명중이 6 이상이므로 보병으로 잘 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성병기(2열 1행): 이동력 1입니다. 8면체 주사위를 쓰고 공격할 때만 주사위가 2개로 늘어납니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할 때 사용하는 유닛입니다.

-함대(2열 1행): 8면체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바다에서 싸움도 하고 수송도 합니다. 유닛 2개까지를 실어나를 수 있습니다.

-파이터(2열 2행): 10면체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던전 탐험이 가능한 유닛입니다.

-스톰 엘리멘탈(3열 1행): 8면체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육지와 바다를 모두 오갈 수 있는데 바다에서 싸우면 주사위가 2개로 늘어납니다. 재배치 시에 아군 유닛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위자드(3열 2행): 10면체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First Strike 능력이 붙어있고 던전 탐험이 가능한 유닛입니다. (파이터와 위자드 외에는 던전으로 진입할 수 없습니다)

-몬스터(3열 3행): 12면체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다른 유닛과 달리 추가 진격이 가능한 것이 특색입니다.

-성(4열): 20면체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1 대미지를 받으면 드러누워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고, 그 땅이 점령되면 상대에게 넘어갑니다. 병력 생산의 거점이 되는 곳이고 무한 생산이 가능한 수도를 제외하면 성 하나가 있는 지역에서 총 4개의 유닛이 생산 가능합니다.

-드래곤(5열): 20면체 주사위를 사용합니다. 이동력이 3이고 대미지를 2번 받아야 죽는(1 대미지만 받으면 전투가 끝난 후 회복합니다) 흉악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2라운드(로 추정됩니다- 제가 게임 상황을 자세히 적어놓지 않아서 까먹었습니다 모두; 지금부터 기재하는 라운드 수는 다 추측입니다)의 상황입니다. D님의 네라스 세력이 디에스트로님의 카르코스를 치열하게 공략하고 있습니다. 용이 무려 3마리나 와 있습니다.

지도 동쪽에서는 나탄님의 베일린이 밀고 올라가고 있지만 카르코스에게 그렇게 불리한 상황은 아닙니다.

아이언 서클을 맡은 저는 해군을 증강하여 중앙의 섬과 아래 베일린이 차지한 작은 섬을 압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초반에 육상에선 다소 밀렸습니다만 가운데와 영토 우측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큰 그림을 그려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약간의 감언이설이 필수입니다... 협력 따위 없는 게임입니다만 서쪽에서 네라스와 싸우지 않겠다며 열심히 악의 세력다운 이간질을 해봅니다.

가운데 섬에도 제 영토가 많았습니다만 여긴 이미 네라스에게 정리당한 지 오랩니다.

3라운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라스를 맡은 D님이 던전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간중간에 던전을 많이 팠습니다만 (게임 시스템상 던전에 들어가지 않으면 승점을 얻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시를 보여줄 만한 사진은 이것밖에 없네요; 던전에 가면 처음에는 몬스터 1마리, 한번 돌파한 던전은 2마리가 나오고 각각의 몬스터의 공격력과 HP는 주사위로 표현됩니다.

카르코스의 곳곳이 위험한 상황이군요.

저는 한편 아이언서클의 남은 땅에서 베일린 귀쟁이들을 몰아내기 위한 대병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쪽을 보강하긴 했지만 여전히 수적으로는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감언이설을 열심히 해봅니다;

4라운드쯤 결국 나탄님의 베일린 함대와 저의 함대가 충돌하여 함대결전이 벌어졌습니다. 만약 여기서 제가 승리하면 베일린을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 것이고, 실패하면 타격을 좀 받겠죠.

결과는 무사히 상대 함대를 격침시키는 데 성공했고, 사실상 제해권을 장악합니다.

상대 영토를 점령한 숫자와 던전 탐험 후 받는 보물 카드의 점수로 승점을 계산하는데 악의 진영이 차이를 벌리기 시작합니다.

네라스도 북쪽에서 피해가 막심합니다. 동쪽에서 베일린이 밀고 올라가고 있긴 하지만...

수도 주변이 텅 비었기 때문에 바다를 제패한 제가 상륙작전을 개시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제가 추석을 맞아 귀성해야 되는 시간이 다가오기도 하고, 디에스트로님의 카르코스 용군단이 네라스의 수도를 점령하여 게임의 추이가 한쪽으로 많이 기울었기에 합의하에 게임을 종료합니다. 중앙의 섬은 한번 뺏겼지만 용을 날려보내서 찾았고, 아래 스톰 엘리멘탈들과 전함들이 저의 함대 출격을 방해하기 위해 최후로 대기 중입니다. 아이언서클 수복에 가장 큰 공을 세웠던 Dragonbane Poison 카드가 보이네요 ㅎㅎ

마무리로 전체 게임판을 다시 찍어봤습니다.

D님은 북쪽 공략에 실패한 것과 서쪽을 너무 노리지 않았던 것을 아쉬워하셨는데, 제 생각에도 만약 서쪽을 찔렸으면 제가 강제로 그 방향으로 병력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베일린 별동 군단이 좀더 아이언서클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날 유난히 저의 주사위 운이 좋은 편이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네요.

게임을 하면서 첫 턴을 맡은 디에스트로님을 시작으로 다들 용을 많이 뽑는 분위기라 아니 이런 게임인가!! 하면서 게임을 했는데, 특히 카르코스를 맡은 디에스트로님의 첫 던전 탐험 결과물이 드래곤 20면체 주사위에서 15 이상은 모두 치명타(=2 명중)로 간주한다는 사기적인 카드라서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네요. 이기긴 했지만 용이 다소 세다는 생각이 들어 한 턴에서 연속으로 용을 뽑을 때마다 용의 생산비용을 올리거나(첫 용은 5원, 두 번째 용은 6원, 세 번째 용은 7원... 이런 식으로) 해당 카드를 너프하거나(18 이상을 치명타로 간주) 하는 하우스룰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야기했는데 다들 공감하시는 분위기였습니다. 나중에 포럼을 찾아보니 역시 드래곤이 너무 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너프를 하는 하우스룰이 많더라고요. 저는 2:2에서 악의 세력이 살짝 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단순히 체감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다음에는 선의 세력으로 해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2:2 팀전보다는 프리포올이 더 재밌을 듯 한데 포럼에서는 2:2가 낫다는 의견이 많아서 이것도 체험을 해봐야겠네요.

게임은 전체적으로 엄청난 명작이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AnA 비슷한 게임에서 D&D 세계관으로 조금 변주를 주고 던전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D&D 세계관을 잘 모르고 관심이 없기에 여러 번 반복해서 돌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판타지 테마의 워게임을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나름 수요가 있을 법도 합니다. 다만 일부 카드들이 심각하게 밸런스를 해치는 것이나 드래곤이 전체 유닛 중에 너무 센 것은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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