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전쟁을 다룬 "붉은 겨울(Red Winter)" 플레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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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22:37

GMT Games의 2012년 게임 Red Winter: The Soviet Attack at Tolvajärvi, Finland – 8-12 December 1939의 후기입니다. (현재 2판 생산 예정입니다) 독특한 테마와 시스템, 십수 개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더군요. 겨울전쟁에 관심이 많아서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그 동안 기회가 없었다가 뜨내기님과 겨우 8월에 약속을 잡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배경은 1939년 12월 라도가 호수 근처의 톨바얘르비 전투입니다. 위키에 따르면 파보 탈벨라(Paavo Talvela)와 아로 파야리(Aaro Pajari)가 이끄는 핀란드군 1개 연대+여러 대대가 소련군 1개 사단을 격파한 전투라고 하네요.

스택, ZOC, 헥스, 지형 등 워게임에서 까다롭게 느껴지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긴 하나 기본적으로 진행 순서는 간단합니다. 첫 플레이어가 이전 턴에 사용한 자신의 박격포와 지도 밖 포병 (지원포격용으로 사용됩니다) 등을 리셋(앞면으로 뒤집음)한 뒤, 액션과 전투 페이즈를 거치고 두 번째 플레이어도 똑같이 리셋-액션-전투 페이즈를 거치면 됩니다. 첫 날은 5개 턴, 둘째 날부터는 7개 턴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턴에 따라 시각과 상대 유닛을 볼 수 있는 LOS가 달라지고, 밤에는 영하 손실 여부를 체크한다는 점이 소소하게 달라집니다.

자신의 액션 페이즈에는 이동과 강습(Assault)을 할 수 있고, 그 외에도 손상된 보병을 회복 시도하거나 참호를 팔 수 있으며, 밤 턴에는 2배로 이동하거나 모닥불을 피우거나(소련 유닛만 가능합니다) 야간 기습(핀란드 유닛만 가능합니다)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전투 페이즈에는 근접해있는 상대방의 유닛을 직접 공격하거나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고(Ranged Attack), 공방을 주고받는 유닛을 상대로 지원사격도 가능합니다.

지형은 숲(Forest), 습지(Suo), 마을, 얼어붙은 호수, 도로, 다리, 호텔 및 자갈 채취장 등이 존재합니다. (호텔과 자갈 채취장은 역사적인 테마 재현을 위해 사용됩니다) 당연히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는 공격에 취약해지거나 전투력이 반으로 깎이고, 핀란드군은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이동할 때 (스키를 탈 수 있으므로) 이동력이 덜 소모됩니다.

흰색과 푸른색 계열의 핀란드군, 갈색 계열의 소련군이 있습니다. 카운터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좌측 숫자는 전투력, 우측 숫자는 이동력이고 중앙에 있는 숫자 2개는 각각 원거리 전투력과 그 범위를 나타냅니다. MG(기관총)의 경우 검은색 바탕이 있는데 방어력이 2배라는 표시입니다.

각 턴마다 증원되는 포탄과 유닛, 보충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승점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지역들을 빨간색으로 표시해두었습니다. 제거한 상대 유닛뿐만 아니라 지도 위에 위치해있지만 손상된 상대 유닛으로도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요충지인 다리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리를 뚫으려면 어쩔 수 없이 일부 병력은 우회하고, 일부 병력은 취약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얼어붙은 호수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전투 시에는 하단에 있는 포병을 사용해 (지도 밖에 있다고 가정) 화력 지원을 할 수 있는데, 당연히 탄약에 제한이 있습니다. 타겟으로 하는 헥스에 보병이 많을수록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핀란드군이 참호를 파고 있습니다. 밤일 경우 참호는 한 번에 완성되지만 나머지 턴에는 두 번을 파야 완성됩니다.

밤이 끝나면 영하 손실을 체크하게 되는데, 소련군 스택 및 야간 기습을 한 핀란드군 스택마다 주사위를 던져 절반의 확률로 손상이 됩니다. 반반입니다만 체감은 거의 75%는 되는 듯 합니다. 영하 손실을 피하려면 모닥불을 피워야 합니다만, 당연히 핀란드군의 기습에 취약해집니다. (공격하는 핀란드군의 CRT 열이 핀란드에 유리하게 이동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꾸준한 증원 덕에 다리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 게임은 다시 불러올 수 있는 pool과 유닛이 영구히 제거되는 pool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위 pool에 가면 보충 포인트를 받는 턴에 해당 유닛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만, 아래 pool로 간 유닛은 다시 불러올 수 없습니다.

유닛이 워낙 많이 쌓여 디스크를 가지고 표시하며 싸웠습니다. 가운데 보이는 핀란드군의 십자가 카운터는 당시 전투를 지휘했던 파야리(Pajari) 중령을 나타내는 건데, 전투 시에 핀란드군에게 유리하게 CRT의 열을 조정하거나 야간 기습 때 보너스를 주고 영하 손실 페이즈 때 손실 확률을 줄이는 등 다양한 어드밴티지를 줍니다.

저의 소련군 일부 병력이 우회하여 가운데에 있는 호텔을 점령하는 데 성공하였고, 나머지 병력은 대치 상태입니다. (초록색 디스크만 저의 것, 나머지 푸른색 계열 두 개는 뜨내기님의 것)

이튿날에는 좀더 좋은 대포들이 나오는 대신 한번 쏘고 주사위를 던져 그 값에 따라 n턴 후에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마지막에 다리와 소련군 주도로로 가는 길에 충분한 병력을 놔두지 않았다가 뜨내기님의 절묘한 파고들기에 찔려 두 곳을 점령당하여 승점을 엄청나게 까먹었습니다. (사진 좌하단에 핀란드 카운터 두 개가 보이시나요?) 핀란드군 71점 vs 소련군 52점으로 크게 패배했네요. 전체 게임은 5일이지만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이틀만 진행했는데, 룰 설명을 제외하고 약 4시간 가량 플레이했습니다. 초플이니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게임 약속을 1월부터 잡으려고 했는데 뜨내기님과 저의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오랜 조율을 거친 끝에 얼마 전에야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오래 기다렸다가 플레이를 하면 기대치가 높아지는 데 반해 게임의 재미가 그에 따라오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Red Winter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상반기에 살까 말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2판이 나온다니 억지로 참아야겠지만 참기가 힘드네요 ㅎㅎ ㅠㅠ

역사적 테마를 잘 구현한 지형과 유닛들의 움직임, 지나치게 많지 않은 카운터와 스태킹 제한(보병 3을 포함해 총 카운터 다섯까지 쌓을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소련군의 공세와 이를 막아내야 하는 핀란드군의 어려움, 핀란드의 혹독한 겨울 날씨를 표현한 영하 손실 페이즈 체크 등 겨울전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다가올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시나리오도 한 가지가 아니라 십수 개가 있고, 다양한 옵션 룰이 있어서 리플레이성이 떨어지지 않겠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풀 캠페인을 돌릴 것이라 다짐해보며...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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