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생 첫 재판했습니다.
재판실 피고인석에 앉아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그간 이 일 때문에 수백만원을 썼는데, 그 돈을 써서 이런 경험을 다 해보는구나.
그 돈은 공익을 위해, 제가 쓴 돈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잘못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잡고 싶었던 것 뿐인데
잘 모르고, 선동당해 거진 1년의 시간을 소모하게 되었으며
수백만원을 쓰게 된 것 뿐이죠.
첫번째 재판에 참담함을 맛보고
두번째 재판에서 조금 빛을 보고
세번쨰 재판에서 처음으로 유리한 고지를 정복했지만,
애초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그것으로 물리칠 수 없었고.
제 인생에, 만난 가장 나쁜 인간.
내가 떄린 적도 없는데, 오히려 내가 그 인간에게 맞았음에도
자신의 영향력 안에 있는, 금전적으로 얽힌 사람들을 동원해 가짜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몸에 멍자국을 만들어 사진찍고, 병원 가서 진단서 떼서 나를 맞고소한 인간.
하지만 오늘 증인심문을 통해, 상대측 증인들은 스스로 자멸했고
저의 증인 담담히, 자신들이 본 사실 그대로 증언을 잘 해주어
전체적인 그림은 저에게 기울었습니다.
자신들의 거짓말에, 제가 선임한 국선변호사의 예리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어느 순간에 눈에 눈물이 조금 고이더군요.
누군가가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사건인데,
그냥 나란 사람 억울할 뿐인데.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어 저의 이 사건에 대해
저는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어요 솔직히.
증인석에 앉은 상대측 증인에게, 나도 모르게 가볍게 목례로 인사를 했네요.
기꺼이 쫓아오신 주민들의 수십개의 눈동자가 재판실을 채웠고
그들도, 적어도, 조금은 떳떳할 수 없었을꺼예요.
고개를 돌리다 순간 나와 마주친 증인은 속으로 뜨끔하지 않았을까요
실랑이를 했다면 그것으로 폭행죄가 인정되기 때문에
저의 무죄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전과가 생기든, 벌금이 나오든 상관없습니다. (사실 벌금은 적게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 결국 그렇게 될 것 같아요)
단지 그 사람이, 그 한줌의 권력을 가진 지위를 누리던 자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남길 바라죠.
흰색의 무결을 주장하던 악랄한 자에게, 진실이라는 무기로, 흠을 낼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너무를 잠시 지웠지만, 다시 써넣었어요. 생각해보니 그냥 기쁜게 아니라, 너무 기쁘기에.
아직 모든 사건은 종료되지 않았지만,
상대는 3심까지, 아마 1년 또는 그 이상으로, 자신의 최종 유죄판결이 나오는 것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곘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을꺼예요. 경찰서에 물어보니 아직 자신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더군요.
아는 경찰이 있다는 그런 소문도 있지만, 희망적인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그런 그런 소문이 있었죠.
어떤 거짓말을 하든, 당당함이 절대 무기인 그 사람이 만들어낸 그 아우라로 사람들의 마음 속엔 불안감이 싹트고
그래도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보드게임 페스타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자 이 부스, 저 부스 다니면서 게임도 배워보고, 마음에 드는 보드게임도 몇개 사들고 오겠죠.
작년에 보드게임을 설명해주던 그 부스의 까만머리 소녀는 올해도 그곳에 앉아있을까?
라는 의미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먹다 남은 병맥주를 뚜껑 닫아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김은 다 빠졌어도 아쉬운대로 마실만하네요.
덕분에 주절주절 글 쓰고, 넋두리 풀고 갑니다!
보이는 건 손가락 사이를 따라서 떨어지는 비
길 저편에 우뚝 선 타워
얼마 안있어 하늘에 닿겠지
나의 마음 그 무엇 하나
전할 방도가 없는데도
이 비에 내 마음이 조금 씻긴다면
구원을 받을 때가 있을까
지금은 귀를 귀울일 뿐
불꽃과 비의 울림에
나의 마음 그 무엇 하나
전할 방도가 없는데도
2000톤의 비가 내리면
난 오늘도 외톨이
2천톤의 비가 내리면
나는 오늘도 외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