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워게임을 향한 열망 (그러나 이제 쉽지 않음) - 독일전차군단 2편
개봉기 (링크)
1편 후기 - 엘 알라메인, 덩케르크 (링크)
요즘은 그래도 하루 일정이 끝나면 집 주변에서라도 간단하게 뭔가 해볼 여유는 있어서 좋네요. 독일전차군단이 어떤 게임인지는 위의 개봉기와 1편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위 글을 읽으셨다고 가정하고 계속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전차군단의 세 번째 게임인 하르코프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제3차 하르코프 공방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지요. (현재의 표기법을 생각하면 하르키우가 맞겠습니다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를 얘기하는 것이니 관용적으로 익숙한 이름으로 부르겠습니다) 8턴 동안 소련군의 원군-이동-공격 단계, 독일군의 원군-이동-공격 단계가 차례로 진행됩니다. (현재 사진은 1턴의 소련군 이동 단계를 완료한 상황입니다)
승리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0. 기본적으로 승점이 더 높은 쪽이 이김
1. 상대의 유닛을 제거하면 개당 1점 (단, 소련군은 독일의 전차나 기계화보병을 제거했다면 개당 2점)
2. 게임이 끝났을 때 점령하고 있는 도시 헥스당 2점 (따라서 하르코프 -북서쪽의 4헥스 도시임- 를 모두 점령했다면 8점)
2-★. 단, 소련군은 도시에 최초로 돌입하는 순간 1점 획득
3. 소련군은 턴이 끝날 때마다 주황색 철도선(2점) 혹은 노란색 철도선(1점)의 헥스 중 하나라도 점거하고 있으면 승점 추가
4. 소련군은 폴타바(사진 좌상단에서 독일군 2개 유닛이 스택되어있는 도시) 혹은 드네프로 페트롭스크 (아래의 주황색 철도선을 따라서 가장 서쪽, 강 끼고 있는 도시) 중 하나를 점령하면 즉시 승리
스택이 불가능했던 엘 알라메인/덩케르크와 달리 하르코프에서는 한 헥스에 독일군 3개, 소련군 2개까지 스택이 가능하고 이동력에 추가로 +2를 소모하게 하는 대하천과 지형에 관계없이 이동력을 1만 소모하게 해주는 철도가 도입되었다는 점도 기존 게임과의 차이입니다.
게임판 좌상단을 확대해보면- 승점을 체크하는 란이 있고요, 게임의 주역인 하르코프가 이곳에 위치합니다. (여담인데 보통 이 시기 독일 마커에 철십자를 쓰는 게 보통인데 하켄크로이츠를 그대로 써서 놀랐습니다. 덩케르크 할 때 여자친구가 '일본에서 워게임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맘에 안 든다' 라고 하던데 이해가 살짝 갈 것도 같았 ㅎㅎ;)
게임판 상단에는 턴을 표시하는 박스와 원군을 놓는 칸이 있습니다. 각 마커의 좌상단에 표시된 숫자가 그 유닛이 원군으로 추가되는 턴입니다.
이번 게임의 CRT와 지형표입니다. CRT에는 AE(공격자 제거)와 EX(공/방 모두 1:1로 제거)가 추가되었네요. 이번 게임의 경우 소하천은 엘 알라메인이나 덩케르크와 달리 건너서 공격한다고 페널티가 없습니다만, 삼림/도시에 있는 유닛을 공격하거나 대하천을 끼고 공격할 때는 방어자의 전투력 2배가 적용됩니다.
동남쪽의 모양새는 대강 이렇습니다. 소련군은 도네츠 강을 건너자마자 보로실로프그라드 (사진의 5-8 전차유닛 바로 좌측에 있는 도시)를 점령해야겠네요. 게임판 구석에 A, B, Ppv 식으로 특정 헥스에 검은 줄을 그은 게 보이시나요? 초기에 여기에 유닛을 세팅하라는 표시입니다. 원군도 저기에서 나옵니다.
그러면 간략하게 혼자 진행한 게임 흐름을 요약해보겠습니다.
2턴이 끝난 후의 상황입니다. 소련군의 전차군단이 보로실로프그라드를 점거하고 도네츠 강을 도하했습니다. 독일군은 삼림과 도시를 이용하여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한편 북쪽에서는 소련군의 군단들이 하르코프를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3턴 종료 후의 상황입니다. 소련군이 도네츠 강을 넘어서 하르코프 직전까지 도달했습니다.
남동쪽에서는 철도를 통해 중간 쪽에 전선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독일군의 반격으로 인해 오히려 점령했던 일부 도시를 다시 빼앗긴 상황입니다.
이보다 더 동쪽에서는 교통정체가 벌어졌습니다.
4턴이 끝나고는 소련군이 하르코프 돌입에 성공했지만 이어서 독일의 증원군인 전차연대가 철도를 타고 달려오는 상황이네요. 남동쪽에서는 삼림-도시를 축으로 방어선을 형성한 독일을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6턴 종료 후에는 오히려 소련군이 하르코프에서 밀려나면서 포위당했습니다. 남동쪽 방어선은 강한 공세로 일부를 뚫긴 했지만 독일의 증원군이 계속 추가되고 있기 때문에 전황이 희망적이지 않네요.
7턴 종료 후의 모습입니다. 사실 고수들끼리 게임했더라면 이렇게 피아가 뒤섞이는 난장판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좌뇌와 우뇌가 게임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습니다 (ㅋㅋㅋ)
8턴까지 게임을 모두 끝낸 후의 사진입니다. 게임 중 계산한 점수는 소련 19점, 독일 14점이었습니다만 도시 점령에서 독일이 훨씬 많은 곳을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소련 23점, 독일 50점(!)으로 독일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네요. 사실 도시 방어력을 2배 하지 않는 치명적인 에러플을 해서 두 번째 진행한 판인데 오히려 그때보다 (독일 +10) 점수 차이가 더 나버렸습니다. 제3차 하르코프 공방전이 동부 전선에서 독일이 마지막으로 유의미하게 승리한 전투긴 합니다만 이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은... 저의 실수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다른 분들과도 게임을 돌려봐야 감이 올 것 같네요. 소련으로 가장 남쪽의 전선에 너무 집중해서 중앙의 슬라반스크부터 이어지는 세 개의 도시 축에 제3의 전선을 열 수 있었던 것을 간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 아무튼 좀더 흥미롭게 뜯어볼 구석이 많아보이는 게임입니다. 초보 단계의 헥스 게임을 해봤으니 다음 난이도의 헥스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자신감도 조금은 붙었네요.
마지막으로 번외편인 오퍼레이션 컴패스가 남았는데, 플레이해보는 대로 역시 후기 남겨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