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서울 워게임 캠프 후기
어느새 주기적인(?) 행사로 정착한 6월의 워게임 캠프입니다. 이번에도 석촌에서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나가면 당분간 시간 내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 꼭 참석하고 싶었답니다.
첫 게임은 <브리타니아>입니다. 각자 브리튼 섬을 놓고 다투며 각축을 벌이는 국가 및 부족들을 맡아서 최대한 많은 영토를 점령하고 점수를 내는 게임이었습니다. 시대 배경은 고대 로마부터 헤이스팅스 전투까지입니다. 전투는 주사위로 하고, 산지에 있으면 명중률이 감소합니다. 저는 녹색(웨일즈-주트-칼레도니아-데인)을 맡았습니다. 하이텔슈리님이 노란색, 건일님이 파란색, 재덕님이 빨간색을 맡아 플레이하셨습니다. 첫 턴에는 저렇게 로마군이 침공하러 들어옵니다. 초반에 건일님이 상당히 주사위가 잘 나오셔서 로마군의 진공을 상당히 지체시켰는데 재밌었습니다.
로마군이 공격하러 들어와서 몇 개 이하의 영토가 남으면 항복하는 옵션도 있고, 또 라운드마다 특정 세력이 추가로 쳐들어오거나 장수들이 추가되어서(명중률을 +해줌) 테마 구현을 위해 잘 노력한 게 티가 나더군요. 저는 웨일스로 로마에 항복하고, 칼레도니아로는 그냥 무난하게 섬을 지키면서 점수를 얻는 가운데 주트족으로 켄트와 서섹스 지방을 노렸습니다.
각 세력별로 이렇게 점수를 얻는 조건이 있습니다. 칼레도니아 같은 경우 5라운드와 7라운드가 끝날 때 Orkneys, Caithness, Hebrides를 갖고 있으면 4점, Moray, Skye, Dalriada를 갖고 있으면 2점이고 10-13-16라운드에는 Caithness도 2점짜리로 빠지는 식입니다. 즉 저 일곱 곳만 중점적으로 방어하면 잘 살아있을 수 있습니다. 데인은 11라운드에 처음 등장해 점령하는 곳마다 2점, 12라운드에는 점령하는 곳마다 8-4-2-1점, 13라운드와 16라운드에는 점령 후에 특정 지역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승점을 얻게 됩니다.
웨일스는 존버로 점수를 먹기만 하면 되는 종족이었으나 빨간색 아일랜드(창 모양)에게 탈탈 털려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한편 아랫쪽에서는 색슨(빨간색 도끼 모양)의 세력이 강하고, 중부에서는 앵글(푸른색 도끼 모양)의 세력이 강하네요. 각 세력마다 특색이 있는데 가령 로마로 시작하는 노란색 같은 경우 초반에 점수를 최대한 먹어둬야 하는 세력이었습니다.
게임이 막판으로 흘러가면서 노란색은 노르웨이의 하랄드 하르드라다, 파란색은 노르망디 공 윌리엄 ('정복왕 윌리엄')이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이미 잉글랜드 남부를 먹고 있었던 색슨과 데인(초록색 배 모양)은 이제 큰일이 났군요!
중부에서 윌리엄이 해롤드 고드윈(색슨)을 잡았고 저는 데인의 스벤으로 노르웨이의 하랄드를 잡아서 마지막 역전을 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아마 가만 있었으면 승자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는데, 끝나고 점수를 세어보니 170점대라서 압도적 꼴찌더군요. (나머지 세 분이 230점대로 모두 비슷했는데, 노란색을 맡은 하이텔슈리님이 간발의 차이로 앞서서 승리를 가져가셨습니다.)
브리튼 섬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주사위 탓하는 거만큼 재밌는 게 없잖아요. (..)
재덕님이 돌아가시고 슈리님과 제가 가져온 3인용 워게임을 여러 개 놓고 보다가 건일님이 해보고 싶으셨다고 한 <전체주의의 발흥>을 두 번째 게임으로 선택해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파시즘, 건일님이 사회민주주의, 슈리님이 공산주의를 맡아 플레이하셨습니다. 이 게임은 각자 전간기 독일과 이탈리아의 정권을 잡아 승점을 짭짤하게 챙기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각 국가들의 인구 계층을 내 쪽으로 끌어들여야 하고, 덤으로 사회민주주의 세력은 최대한 경제상황 등에도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반면 파시즘이나 공산주의는 열심히 폭동 일으키고 흑색선전을 해가면서 정권을 무너뜨리면 됩니다 (..)
처음에 슈리님의 공산주의 세력이 대선 및 총선에서 표를 휩쓸어서 독일 대통령으로 룩셈부르크, 총리로 텔만, 이탈리아 총리로 그람시가 나오는 진귀한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감옥에서 죽었어야 하는 혁명가들이 정권을! 저도 프로파간다 행위로 독일 및 이탈리아 중산층을 열심히 파시즘에 경도되게 하도록 노력했고, 건일님도 최대한 공산주의 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결국 이러한 노력 끝에 이탈리아에서는 저의 로마 폭동으로 정권이 파시스트에게 넘어갔고, 독일에서는 건일님의 사회민주주의 진영이 다른 정당들과의 연정으로 화려하게 총선에서 승리하여 집권당으로 복귀했습니다.
게임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합의하에 2턴까지만 플레이를 하고 종료했습니다. 이번 게임은 그 전보다는 잘 돌아간 거 같은데, 다만 집에 와서 돌이켜보니 마지막에 정부 안정도를 확인할 때 갈등 치트마다 주사위를 던져서 경제 상황에 반영해야 한다는 개념을 제가 까먹어서 에러플이 있었네요. '기타 정당에 영향력 미치기'에서도 액션 하나마다 그 행동을 하나밖에 할 수 없다는 제한을 빼먹었고요. 잘 해보고 싶은 게임인데 늘 한두 개씩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이 있어서 아쉽습니다. 준비를 더 해서 다음에는 꼭 전간기를 한번 완주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게임은 '용호삼국지'입니다. 플레이어가 각자 9개 세력 중 일부를 맡아서 최대한 많은 영토를 차지하면 되는 게임인데, 망한 세력이라도 가운데의 천명 표에 따라 '세력 부흥'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긴장감이 대단(?)한 게임입니다. '본국'과 '동맹'의 개념이 있어 자신이 제어하는 세력이라도 '동맹'이라면 외교로 강제 중립국이 될 수도 있고, 주사위 결과에 따라 천명 표가 밖으로 빠져나간다면 그 라운드가 그대로 끝나기도 해서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저는 마등-원소-조조를 하다가 조조가 두 번 정도 망했는데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돌아오더군요... 그래서 다행히 마지막에 조조 알박기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2인플이 기본 규칙이고 다인플이 옵션이라는데 제 생각에도 2인플로 이 게임을 하면 재미없을 것 같더군요. 한번 균형이 무너지면 복구하기가 어려워서 3~4명이 플레이하면서 1등 플레이어를 견제하는 게 좋아보였습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팍스 로마나'와 '다크 밸리' 등을 했던 거 같은데 서로 게임하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 이번 캠프에서는 교류를 많이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네요. 다른 분들의 후기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