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워게임 입문 모임 후기
6월에 열었던 워게임 입문 모임의 후기입니다. 디토님과 성준님 두 분을 모시고 게임할 수 있었습니다. 게으름을 부리다가 후기를 이제 올리네요.
성준님 후기: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3141&tb=community_post&game_id=13634
원래는 모임 계획이 따로 없었는데, 디토님이 후기를 보고 연락을 주셔서 한번 더 모임을 진행했네요. 하반기에는 이렇게 긴 시간 모임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ㅠㅠ 그 대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브라더후드 앤 유니티 정도는 한두 번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첫 게임으로는 <정복과 결과> 를 돌렸습니다.
제가 일본, 디토님이 서방(미국+영국)과 중국 국민당, 성준님이 소련과 중국 공산당을 맡아 플레이했습니다.
초반에 나름 영국 참전을 늦추기 위해서 견제에 애를 써보고, 중국 국민당 세력을 끊기 위해서 쑤저우에 상륙해서 칭따오에 있는 중국 세력을 포위해서 말려죽이는 전략을 써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이 놈의 파르티잔은 때리면 왜 이렇게 늘어나는지... 파르티잔, 그러니까 빨치산은 공산당의 유격대인데 그 자체로는 아무런 기능이 없지만 나중에 소련 플레이어가 민병대로 변신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불쏘시개들이기 때문에 미리 진압을 해놔야 합니다. 하지만 6이 나오면 도리어 불어나는 무시무시한 규칙이 있어 제거가 어렵습니다. (꼭 6 나와야 하는 게임은 1 나오고, 1 나와야 하는 게임은 6 나오는 게 주사위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그 와중에 미군이 태평양에 모여서 어쩔 수 없이 선전포고를 하고 때려부쉈습니다만, 영국 해군에 의해서 보급이 차단당해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일단 중국 국민당을 빠르게 못 밀었던 게 큰 거 같고, 아니면 소련에게 선전포고해서 관동군으로 시베리아 진격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었을 텐데... 중국에 너무 많은 자원을 쏟아부은 거 같군요! (사실 일본 진영의 특성이 대놓고 미국에게 선전포고하라고 넣어준 거라서 소련과 미국 모두에게 전쟁을 걸기는 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카미카제까지 동원한 저의 마지막 한타도 실패했고, 소련군이 델리로의 돌격을 감행했으나 실패해서 결국 서방의 25점 경제 승리로 게임이 끝났네요.
저도 정복과 결과 플레이는 처음이었는데요, 소감은...
(1) 7시간...! 너무 길다!
아마 게임의 숙련도가 높으신 분들의 플레이라면 더 빠르게 끝났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렸네요. 승리와 비극 + 파르티잔 룰 뒤적뒤적한 시간만큼 걸리지 않았나 짐작해봅니다.
(2) 승비를 알면 도움이 되지만...
전작인 승리와 비극을 알면 도움이 되지만, 각 세력의 특징이나 국민당/공산당/파르티잔 규칙 관련 부분이 까다로워서 저는 '승비 할 줄 알면 문제없습니다!' 라고 자신있게 추천은 못하겠네요 -_-ㅋ 그래도 이번 모임에서는 디토님이 승리와 비극 플레이 경험이 있으셔서 룰 설명 때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3) 전작과의 확연하게 다른 색깔
승비는 3세력이 해야 하는 행동이 비슷하면서 지도와 블록으로 실제 역사와 유사한 일이 일어나도록 설계를 해뒀다면, 이 게임은 3세력이 해야 하는 행동이 모두 다르면서 지도와 규칙을 통해서 실제 역사와 유사한 일이 일어나도록 설계해둔 게임입니다. 어떤 걸 고르냐는 각자 취향이겠지만 저는 그냥 가볍게(?) 하려면 승비, 조금 더 머리를 쓰려면 정결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승비도 소련은 해본 적 없고, 정결은 이번이 초플이었으니 두 번 정도는 더 해봐야겠습니다만...)
두 번째 게임으로는 유고슬라비아 해체 과정에서 일어난 보스니아 전쟁을 다룬 <브라더후드 & 유니티>를 돌렸습니다.
이전 게임의 일본에 이어서 이번에도 나쁜 놈 역할의 세르비아를 맡게 되었습니다. 디토님이 크로아티아, 성준님이 보스니아를 맡으셨습니다. 마침 카드도 괜찮게 뽑혀서 맹공을 퍼부어보겠다 기대했네요.
물론 세상에 뜻대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포사비나 그리고 브르츠코, 스레브레니차, 고라즈데 (사진 기준 왼쪽~아래쪽) 정도를 차지하고 사라예보에 알박기를 하면서 공격이 돈좌됐는데요. 일단 차지한 구역 하나당 대외우호도(FA)를 -1 하는 보스니아의 카드가 너무 치명적이었네요. 나토 개입단계 2에 들어가서 매번 나토 군의 공습을 맞으면서 전력의 상당 부분이 소모됐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4점짜리 카드를 외교로 버려가면서 회복하는 수밖에 없었네요 ㅠㅠ
보스니아에게 사라예보를 내주는 것은 예상한 상황이지만 중간에 나토 폭격을 너무 얻어맞아서 크로아티아의 북진을 전혀 저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네요. 게임은 크로아티아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제가 그 동안 들었던 의문이 '포럼에서는 크로아티아가 너무 약하다고 얘기하는데, 정작 플레이해본 분들은 크로아티아가 이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는데 왜 그런가?' 인데 이번 게임을 해보면서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시작부터 게임 끝까지 두들겨놔야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모두 게임이 편해지는 것이었습니다 (..)
게임이 끝나고 비가 많이 와서 급하게 들어가느라 인사를 제대로 못 나눠서 조금 죄송스러웠네요. 그리고 게임 끝난 후에도 워게임 경험이 많으신 디토님이 규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셔서 이날 있었던 에러플이나 규칙서의 미진한 점을 바로잡을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준님도 워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시는 듯 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정성스러운 후기까지...!!)
마지막으로... 브라더후드 & 유니티는 현재 노블에서 50달러에 팔고 있습니다. 규칙설명 포함해서 3시간 걸리는, 규칙서와 카드까지 모두 번역이 완료된 워게임 흔치 않습니다. 먼저 사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막간의 영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