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서울 워게임 캠프 후기
최근 매달 개최되고 있는 워게임 캠프입니다. 이번 5월에는 13일 전주, 20일 서울로 나눠서 플레이했습니다. 시간만 있다면 둘 다 갔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서울에서밖에 참여하지 못했네요.
5월 20일 토요일에 석촌 푸른하늘에서 진행한 이번 서울 워게임 캠프에서는 세 팀으로 나누어서 진행했습니다. 마리아(예테보리, 페튼, 령빠) 제3제국의 몰락(하이텔슈리, 로열, 창예) 바로크(거만이, 초코벌레, 아이사, 뜨달) 저를 포함해서 총 10분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제3제국의 몰락(Downfall of Third Reich)입니다. 비슷한 이름의 게임이 많아서 매번 언급하면서 헷갈리네요 ㅎㅎ;; 방금 올라온 하이텔슈리님의 자료도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마리아입니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을 다룬 3인용 게임이죠. 설명은 많이 보셨죠?
바로크입니다. 신성로마제국의 선제후가 되어 정치 및 전쟁을 진행하는 게임이라고 하던데, 소재가 너무 매력적으로 들렸는데 플레이해보지 못해서 아쉽네요 ㅠ_ㅠ
마리아는 제가 프랑스, 페튼님이 오스트리아, 령빠님이 프로이센을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이전부터 그냥 진영을 못 정하겠으면 장군 마커를 세 종류 골라놓고 뽑아서 진영을 정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했네요 -_-ㅋ
초반 진행입니다. 프로이센이 슐레지엔을 무섭게 압박하고 있지만, 오스트리아가 잘 버티고 있습니다. 특히 후사르가 아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서 프로이센의 전술 카드 출혈을 꾸준히 강요하고 있네요. 프랑스는 두 갈래로 나누어 오스트리아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서쪽에서는... 저의 실수로 프랑스 장군 마커 하나가 해당되는 문양의 카드가 없는 곳에 들어가 전멸을 당했네요-_-;; 덕분에 균열이 생겨서 국본군이 치고 내려오고 있고, 간신히 이를 저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6턴쯤 되니 게임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작센이 중립국으로 빠지고, 이탈리아 전선에서의 불리함으로 프랑스는 매턴 전술카드 1장을 손해보면서 시작하게 되었네요. 한편 오스트리아 6번 장군인 아렌베르크의 군대가 네덜란드에서 보헤미아 지도 쪽으로 건너오면서 바이에른에 있던 프랑스와 바이에른 군이 양면포위를 당하게 됩니다.
7턴에는 국본군이 더 깊게 들어와서 랭스 직전까지 들어왔습니다. 프랑스는 저번 겨울에 장군 마커 하나를 살려서 참전시켰습니다만 (사실 새로 살아난 마커의 병력은 1이었습니다-_-;; 블러핑용) 바이에른 전선에서의 상황은 녹록치 않군요. 프로이센도 아직 전진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중립국인 작센의 마커들은 여차하면 프로이센의 수도 베를린을 찌를 작정으로 북상해있습니다.
8턴에는 마침내 프로이센의 4번 장군 마커가 참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신 정치 상황의 변화로 프랑스 장군 마커가 이탈리아 전선으로 파견을 나가게 됐고요... 오스트리아 북서부에서 깔짝거리던 프랑스 장군 마커가 깊숙이 침투했지만, 보급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한편 바이에른 전선은 사실상 오스트리아에 의해 장악을 당했고, 서부는 여전히 교착 상태네요.
9턴까지 진행하니까 약 3시간 정도 게임을 했는데, 프로이센 전선을 담당하고 있던 오스트리아 스택이 전멸하면서 상당히 기묘한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즉 오스트리아는 바이에른을, 프로이센은 슐레지엔을, 프랑스는 오스트리아의 중심부를, 국본군은 프랑스 북서부를 공략하면 거의 한 턴만에 게임이 끝나는 엔드 게임 수순에 돌입한 것이죠. 마침 다른 테이블에서도 게임이 서서히 끝나가는 분위기길래 잠시 서로 멈추고 끝내기 수읽기를 해봤는데... 저는 일단 안 끝나더군요. 10턴을 한번 진행해보기로 합니다.
이제 10턴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프로이센이 슐레지엔을 다 차지하고 오스트리아 북부로 진입해 들어왔고, 프랑스-국본군-오스트리아 승리 마커가 모두 하나 남았습니다. 바이에른 방면의 바이에른과 프랑스 장군 마커는 전멸해서 사라졌고, 프랑스의 1번 장군 마커도 국본군에게 걸려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전선에 나가있던 장군 하나가 대승을 거두면서, 결국 마지막 승리 마커 하나를 털게 되어 승리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한 게임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거 같네요. 우상단을 보면 아시겠지만 프로이센도 슐레지엔을 다 차지하고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었고, 작센이 프로이센의 수도 베를린을 차지하고 있어 저 전투에서만 승리하면 이기는 상황이라 또 정말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규칙서를 다시 읽으면서 돌이켜보니 제가 상당히 중대한 에러플을 해서 게임의 향방이 바뀐 거 같더군요. (양심고백합니다) 첫째는 신성로마제국에 위치한 선제후 도시 4곳 중 3곳을 차지하면 국본군 또는 프랑스의 승리 마커를 올려놓는다는 규칙을 설명하지 않았고(그래서 게임 내내 선제후 칸에 승리 마커를 두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두 개의 더미를 함께 쌓아놓으면 두 더미가 최소 1씩이라도 병력을 교환받을 수 있다면 제거되지 않는다는 규칙을 설명하지 않은 것입니다. 마지막에 제가 오스트리아 더미에 쌓여있는 병력 3 이상을 전멸시키면서+장군 마커 하나를 날려서 이겼는데, 아마 더미에 남아있던 병력이 2보다 적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_-;; 마리아를 안한 지 좀 오래되어서 빼먹은 설명이 있었는데, 하필 게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치는 실수여서 맘이 좀 찜찜하네요. 함께 플레이한 두 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아무튼 페튼님은 마리아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이전부터 하셨는데 같이 플레이해볼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었습니다. 제가 본 오스트리아 중 가장 공격적인 오스트리아 플레이어가 아니었나 합니다. 오스트리아가 초반에 너무 수세에 몰리면 게임이 재미없어지는데, 공격적인 성향으로 플레이하시는 편이라서 초반에 오스트리아가 치고 나오면서 게임이 재밌게 진행되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전투를 하는 지역과 맞는 문양의 카드가 안 나와서 아쉽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내가 싸우고 싶은 지역에서의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 마리아를 플레이하고 나면 가장 아깝게 느껴지는 부분인 거 같습니다. 저도 바이에른 덱에서는 도통 카드가 안 뽑혀서 제발! 스페이드! 제발! 다이아! 를 외치면서 게임했는데, 게임 끝날 때까지 클로버랑 하트만 나오더군요-_-ㅋ 령빠님은 후사르의 지독함에 치를 떠셨고(..) 보급부대를 좀더 같이 움직였어야 한다는 후회와 작센을 괜히 레벨업시켜줬다는 후회를 하시던데, 그래도 이런 구도로 흥미로운 3인 대결이 나온다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신 거 같아서 저도 좋았습니다.
사족이지만, 정치 카드 글씨가 너무 작아서 게임하다보니 눈이 아프더라고요. 아예 배경설명 텍스트를 포기하고 아이콘만 크게 살려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깨작깨작 펜으로 적고 있어야 하는 건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데, 확장을 사서 큐브로 처리할지 아니면 그냥 피스크래프트 큐브를 들고 다니면서 가림막을 하나 만들지 그것도 아니면 다이얼로 돌리는 무언가를 살지 고민입니다.
아무튼 1차로 시작한 게임이 다들 비슷한 시간대에 끝나서, 2차 게임은 교류 역시 취지로 하는 워게임 캠프답게 좀 섞여서 할 수 있었습니다. 1차 게임이 끝나고 여덟 분이 되어서 인원을 어떻게 분배할까 고민하다가, 거만이님이 저번에 소개했던 시칠리아 마피아 게임을 마침 가지고 계시다고 해서 부탁드렸습니다. '라 파밀리아'(거만이, 예테보리, 뜨달, 창예) 팀과 '용호삼국지'(하이텔슈리, 초코벌레, 아이사, 페튼) 팀으로 나누어서 진행하기로 합니다.
거만이님이 라 파밀리아를 가져오시는 동안 잠깐 구경해본 용호삼국지입니다. 상당히 스케일이 커보이더군요. 캠프가 끝나고 나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인지 찾아봤는데, 인터넷에는 정보가 많이 없더라고요.
라 파밀리아입니다. 시칠리아 섬의 마피아가 되어 경쟁 조직 및 중립 조직을 제거하는 2:2 팀전 게임입니다.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 12개의 구역 아래 각각 세 곳의 하위 구역이 있고, 두 곳의 하위 구역을 차지하면 1개의 구역을 점령하게 되며, 혼자 5개의 구역을 점령하거나 팀원과 함께 점령한 구역이 6개 이상이 되면 이깁니다.
배치를 해본 모습입니다. 저는 '루피노' 패밀리의 보스가 되었네요... 게임판 좌상단(제가 보는 방향에서 반대 방향)에는 자신의 디스크를 놓아 행동을 정할 수 있고, 그 행동을 가지고 차량이나 선박을 뽑거나 공장을 건설하거나 건설한 마약 공장(..)에서 돈을 뽑아내거나 조직원을 모집하거나 모집한 조직원을 배치하거나 경쟁 혹은 중립 조직의 조직원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쏘거나 폭탄을 던지거나...) 가림막 뒤에 있는 큐브가 조직원이고, 마지막 실행 단계에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오더 모음이 있습니다. (직사각형 판) 개인판 위의 디스크를 제거하면 디스크를 통한 액션 혹은 오더의 효과가 더 강화됩니다.
제가 검은색, 거만이님이 빨간색으로 한 편이 되었고 창예님이 초록색, 뜨달님이 파란색으로 한 편이 되었습니다. 첫 턴에 큐브를 놓고 오더를 놓은 모습입니다. 제가 섬 동쪽 (제가 보는 시선에서는 왼쪽 중앙)에 조직원들을 많이 놓았는데, 창예님의 첫 공격으로 시원하게 날아갔습니다 (..) 그때부터 복수에 눈이 멀어 어떻게 하면 이기지! 어떻게! 하다가 게임이 반쯤 지나갈 무렵 정신을 차렸네요. 액션을 계획할 때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을 상대가 할 수도 있고, 상대가 심지어 디스크를 놓고 막아버릴 수도 있어서 항상 플랜 B가 중요한 게임입니다.
마지막 턴에 4:4까지 간 모습입니다.
막 턴에 전투 오더로 서로 상대의 구역을 날려버리다가, 3:1 상황에서 제 전투 오더만 남아서 게임이 끝났습니다. (제가 상대를 잡아도 3:2로 여전히 역전할 수 없었습니다) 2시간 반? 가량 플레이한 거 같았는데 정말 재밌었네요. 다음에도 또 해보면 좋겠습니다.
옆 테이블에서는 용호삼국지가 끝나고 '제국의 몰락(Downfall of Empires)'을 하고 계시더군요. 잠깐 구경했는데, 뜨달님과 저만 남았는데 2인용 게임은 별달리 가져온 게 없고 옆 테이블의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인지라 저는 일단 귀가하기로 했습니다. 멀리서 오셨는데 짧게라도 무언가 하나 더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ㅠㅠ
잘 아는 게임 하나, 처음 접해보는 게임 하나를 했으니 만족스러웠습니다. 같이 게임하신 분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어서 이번 모임은 앞으로도 종종 떠오를 거 같네요. 이번 캠프는 명목상(?)으로는 저의 주관으로 되어있었는데, 이미 모임이 여러 번 진행된지라 자율적으로 매끄럽게 돌아가서 할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0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돌아가는 2-3인용 워게임을 하나쯤 사놔야겠군! 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에는 새로 산 게임들도 테플이나 규칙 번역을 못하고 있어서, 들여놓는다고 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긴 하지만 ㅠㅠ) 하지만 큰 문제 없이 모임이 잘 끝나서 좋았습니다. 혹시 보드라이프 보시는 분들도 워게임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번쯤 방문하시면 좋겠습니다. 늘 후기를 더 잘 써서 다음에는 더 많은 인원을 꼬셔와야지! 하는데, 쉽지 않군요... ㅋㅋㅋㅋ 기회가 된다면 6월에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