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석촌 워게임 모임 후기
기다리고 기다리던 4월 1일 워게임 모임이었습니다. 프로야구 개막전 날짜와 겹쳤지만 과감하게 무시하고 석촌의 푸른하늘 카페에 모였습니다. 개막전을 보지 않은 것은 무려 십몇년만의 일이군요... 먼저 일부 인원이 함께 모여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제가 10분 가량 늦은 데다가 줄을 서야 하는 맛집인지 몰라서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됐습니다.
상호가 '오로라 돈까스' 였던 거 같은데, 경양식이더군요. 오랜만에 먹는지라 괜찮았습니다. 올리브를 같이 주는 게 좋았구요.
30분 정도 늦어진 탓에 정신이 없었는데, 이미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이 상당수 있더군요. 각자 테이블대로 나눠서 플레이하기로 합니다. 이 날 첫 게임으로는 '마레 노스트룸' '모든 다리가 불타고 있다' '정복과 결과' '전체주의의 발흥' 이 돌아갔습니다.
이전에 소개드린 '전체주의의 발흥(Rise of Totalitarianism)'입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파시즘을, 야구조아님이 사회민주주의를, 페튼님이 공산주의를 맡아 플레이하셨습니다. 로마에 공산주의 폭동이 일어나려는 모습입니다. 토리노에서는 유명한 사회주의자 그람시가 프로파간다 활동에 힘을 쓰고 있군요...
초반에는 공산주의 진영이 엄청나게 액션 치트를 많이 놓고 시작합니다. 실제로 파리 강화 회의 전후 이탈리아에서는 기존 사민주의 정당의 실패와 만족스럽지 않은 전쟁 결과에 힘입어 공산주의 운동이 활발했는데요, 이를 '붉은 2년' 이라는 용어로 호칭합니다.
아무튼.. 야심차게 들고 간 게임이었으나 3시간 정도 게임을 하다가 접었는데요. (8턴짜리 게임에서 2턴 1라운드까지밖에 진행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_-;;) 일단 저의 룰마 숙련도가 형편없어서 에러플이 많이 나왔습니다. (특히 게임할 때는 몰랐는데 첫 이벤트카드부터 설명을 반대로 했더라고요) 첫 턴이 끝나고 바로 진행해야 하는 독일 대선을 안 했고, 한 지역에 치트를 하나만 놓을 수 있다고 처음에 잘못 설명했다가 정정하는 등... 나름 준비를 많이 하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에러플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저 스스로 게임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안된 거 같아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중간에 게임 설명도 원하는 대로 잘 흘러가지 않았고요. 게임 설명하는 구조를 다시 익혀서 재도전해야겠단 결심을 하고 접었습니다.
저 혼자 할 때는 몰랐는데, 다른 사람이랑 게임을 해보니까 예상보다 훨씬 시뮬레이터 같더라고요. 게임이 시뮬레이터 같다는 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대체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름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아쉬워서 집에서 혼자 다시 해봤는데, 한번 더 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게임 구조가 이해가 되더라고요.
옆 테이블의 게임이 끝나가는 듯 해서 잠시 기다리다가, 인원을 다시 나눠서 4명/3명으로 두 번째 게임을 플레이해보기로 합니다. 4명 팀은 '라 벨 에포크' (BGG 링크) 라는 게임을 하기로 했고, 3명 팀은 '신의 놀이터' 라는 게임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저와 곰나루님 그리고 페튼님이 참여했습니다.
어떤 게임일까 했는데 중세 말 근세 초 폴란드 귀족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해야 하는 게임이더군요. 게임이 시작되면 각자 어느 지역에 귀족 토큰을 얼마나 놓을지를 표시하고, 국왕의 중앙군에 더해줄 병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상대에게 공개하지 않는 블록으로 결정합니다. 즉 중앙군에 아무도 추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게임이 시작되고 우크라이나에 잔뜩 큐브를 놓은 저의 모습입니다. (파란색)
프로이센은... 버렸습니다! 미안해! 하지만 제 재산과 군대는 소폴란드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있으니까, 거기만 잘 지키면 되죠.
그런데... 이게 맞나? 게임 도중에 적군이 확산되는 규칙이 있는데, 지나칠 정도로 불어나서 에러플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폴란드 역사를 생각하면 그냥 원래 그런 게임이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막고 소폴란드까지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자! 프로이센, 리투아니아, 대폴란드는 버렸다! (..) 스웨덴, 러시아, 합스부르크의 공격으로 세 지역은 사실상 초토화되었습니다. 저도 시작할 때 미미하게 트롤링을 하면서 시작하긴 했지만, 마지막 턴에 셰임 의회를 (가운데 있는 동그란 디스크를 놓는 공간인데, 특수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원이 됩니다) 대놓고 날려버리는 곰나루님의 멋진 매국 행위로 (..) 게임은 곰나루님이 승리하셨습니다. 협력과 배신이 잘 어우러져서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하는 벨 에포크를 찍어봤습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네 진영으로 나눠서 경쟁하는 게임인 거 같은데, 게임판만 봐서는 황투 비슷한 느낌인가? 했는데 아직 정보를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더군요.
신의 놀이터를 돌리고 나니 시간이 애매해서 한 게임을 더 할까 하다가, 페튼님과 잠시 '해머 오브 스캇'을 짧게 플레이해보고 개인사정으로 귀가했습니다. 참여하신 모든 분들 수고많으셨고, 이런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계속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