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회기 워게임 캠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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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4 15:12

2월 4일 워게임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이 모여 만났습니다. 오전 10시부터 밤까지 게임을 진행했으니 꽤 긴 모임이었네요. 저는 오전 10시 40분쯤 도착해서 '삼국동맹전쟁'과 '버진 퀸'을 플레이했습니다. 모임 장소에 가보니 화이트님이 룰마를 맡아 '브라더후드 & 유니티'를 진행하고 계시더군요. 거만이, Lee, 현님 세 분이서 플레이하셨는데 이전에 한 번씩 모임에서 뵌 분들이라서 인사를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옆에는 버진 퀸 플레이를 위해 칼을 갈고(?) 오신 JJ님이 계셔서 인사를 나누고, 오후 1시에 버진 퀸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2인용 게임을 돌려보기로 합니다.

이 날 플레이는 메인으로 각자 원하는 게임을 정해서 1시에 동시에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 도착하시는 분들은 각자 하고 싶은 게임을 인원별로 모여서 하고, 또 1시 팀끼리는 게임이 끝나면 적절히 섞여앉아서 게임을 또 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저희 팀만 밥도 안 먹고 버진 퀸을 8시간(...)이나 했네요.

버진 퀸 팀: 초침, 예테보리, JJ, 거만이, 현, 우호

승리와 비극 팀: 화이트, 성호, 달

제3제국의 몰락 팀: 곰나루, 순대, Lee

모든 다리가 불타고 있다 팀: RGM, 슈리, CENTAG

중간에 페튼님이 오셔서 COIN 시리즈를 이어서 한 거까지는 기억나는데, 혹시 빠진 게 있으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저는 11시 조금 안 되어 도착해서 JJ님과 함께 '삼국동맹전쟁'을 돌려보기로 합니다.

'삼국동맹전쟁'은 1864년부터 1870년까지 파라과이와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가 벌인 전쟁입니다. 당시 파라과이는 1811년 독립 이후 60년 가량 독재자들이 연이어서 통치해오고 있었지만, 인종 및 계급의 형해화를 초점으로 하는 근대화 정책으로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국력도 강한 국가였고, 유럽의 군대 제도를 받아들여서 남아메리카에서 수준급의 강병을 보유하고 있었죠. 이런 자신감으로 남동쪽 해안선 진출을 꾀했지만, 이 과정에서 나머지 삼국과 갈등을 빚어 결국 전쟁까지 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질적으로 우수한 군대를 믿고 밀어붙였지만 애초에 파라과이와 브라질의 체급은 비교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전쟁이 진행되면서 파라과이는 남성 인구의 상당수가 전멸해 극악의 여초사회가 되며 여성인권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대격변을 겪었고, 영유권 분쟁으로 다투고 있던 영토 또한 많은 부분을 상실합니다. 한국 웹에는 흔히 남성 인구의 90%가 전멸한 전쟁이다! 라고 소개가 많이 되던데, 저는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지금 찾아보려니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군요. 아무튼 이 전쟁으로 인구의 15%에서 30%가 사라졌다고 하니, 사회에 큰 타격이 갔겠지요.

게임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운송(Transport) 단계가 있어 강을 따라 병력을 옮길 수 있고 (대신 운송한 유닛은 그 턴에는 이동할 수 없습니다) 이동 및 공격을 합니다. 상대의 특정 지역을 점령하면 카드를 받을 수 있는데 (지도의 아르헨티나 칸 우하단에 카드 모양 1~2개가 있고, 파라과이 영토에도 카드 모양 1~2개가 있는 게 보이시나요?) 마지막 마무리 단계를 할 때 카드를 기본으로 하나 뒤집고, 점령한 지역에 표시된 카드의 숫자에 따라 카드를 추가로 뒤집습니다. 그리고 카드에 있는 VP의 + 수치를 더한 다음, 뒤집은 카드 중 하나의 이벤트를 발동시킵니다. 이 카드 더미가 다 떨어지면 게임이 끝난다고 합니다.

게임은 역사를 반영하여 파라과이가 우세하게 시작하는 대신 삼국동맹이 더 많은 증원을 받고요 (2:5 비율입니다) 삼국동맹은 운송을 할 수 없지만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를 점령하는 순간 운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전투는 일반적으로 공격자 선공이지만 강을 건너 공격하면 동시 타격을 하고, 큰 강을 건너서 공격하면 방어자가 먼저 공격을 해서 피해를 입힙니다.

저는 파라과이, JJ님이 삼국동맹을 맡아 플레이했습니다.

각 국의 리더가 세 명씩 있어서 전투를 하거나 적이 점령한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무조건 리더를 배치해야 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인 미트레 설명을 하면서 '의사였는지 작가였는지 기억 안 나는데 먹물이다!' 라는 얘기를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미트레가 아니라 그 다음 대통령인 사르미엔토가 작가였더군요. 헷갈려서 틀린 설명을 했네요ㅠㅠ) 만약 리더가 있는 군대가 전멸하면 상대가 VP를 받게 되고, 특히 파라과이의 지도자 솔라노 로페스가 사망하면 바로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주어야 합니다. 카운터의 숫자는 주사위를 굴릴 때 명중 여부를 체크하면서도 쓰는데, 이런 게임이 늘 그렇지만... 3짜리로 싸워도 (=3까지 명중) 주사위를 던지면 4,5,6만 나오기 마련입니다. 야이 망할 주사위!!!! 저는 한번은 6646이 나오는 걸 보고 속이 뒤집어졌습니다. 다른 게임을 하면서 주사위가 이렇게 나왔다면 걱정이 없었을 텐데!!

저는 남부 전선은 일찌감치 쓸려서 쿠루파이티(실제로 파라과이가 전쟁 중기 밀리다가 영혼을 쏟아내 한번 틀어막은 곳입니다)에 병력을 두고 지키기만 하면서 모든 여유 병력을 북방으로 진격시켜 결전을 벌였습니다. 초반에는 영 주사위가 안 나왔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1짜리도 명중이 잘 나와서 운이 따라주더군요. JJ님도 저도 처음 하는 게임이라 다소 혼동이 있었는데, 룰북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찾아보면서 열심히 에러플을 교정했습니다.

게임 감상은... 규칙이 쉬워서 워게임에 입문하는 2인용 작품으로 적절할 거 같습니다. 다만 지명이 생소해서 찾기가 어렵다는 게 단점이고, 큰 강으로 이동하는 것도 헷갈립니다. 배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플레이해보면 좋으실 듯 합니다.

버진 퀸 얘기를 하기 전에 다른 테이블에서 플레이했던 게임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아쉽게도 '브라더후드 & 유니티'는 사진이 없네요. 다만 게임 종료 이후에 거만이님이 세르비아로 플레이하면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게임 디자이너가 당시 전쟁을 겪었던 크로아티아인인 것을 감안하면 그런 느낌도 의도하고 만들어진 거겠죠. 게임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즐겁게 보내고, 재미를 찾는 것도 좋지만 다른 감상도 느끼는 게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요. 워게임의 장르 특성상 더 그렇고요.

핀란드의 내전을 다룬 COIN 시리즈 'All Bridges Burning(모든 다리가 불타고 있다)' 입니다. 1918년 벌어진 핀란드 적백내전과 그 직전 시기를 테마로 하고 있는 3인용 게임인데, 상원(백군)과 적군 그리고 온건파로 나뉘어 플레이합니다. 저는 딱 한 번 해본 게임이지만, 행동 순서표에 따라 내가 유리한 행동을 하는 대신 상대에게 이점을 허용하느냐, 아니면 상대의 이점을 틀어막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행동을 희생하느냐 선택을 해야 하는 점이 매우 재밌었습니다. 이 게임의 디자이너도 핀란드인이고 본인 국가의 아픈 역사를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브라더후드 & 유니티'와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네요.

쿼터마스터 제너럴: 콜드 워입니다.

3인용 워게임 뭐가 좋을까요? 라는 질문이 나오면 늘 추천 1순위 중 하나인 '승리와 비극'입니다. 이전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어버버하면서 했는데, 다시 플레이해보고 싶네요 꼭.

베트남 전쟁을 다룬 COIN 시리즈 'Fire in the Lake'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1943년 7월 이후) 파트를 다룬 '제3제국의 몰락'입니다.

7년 전쟁을 모티브로 한 '프리드리히 최대의 위기' 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블랙 스완' 인데 아쉽게도 세팅만 해봤다고 하더군요 ㅠㅠ

저는 버진 퀸을 했는데, 저번에 프랑스를 해봤으니 이번에는 신교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신교는 네덜란드의 키 지역을 제어할 때마다 승점을 추가로 받고, 네덜란드가 아닌 지역 (주로 프랑스겠죠)을 제어할 때마다 또 승점과 추가 드로우를 받게 됩니다. 초기에는 거점이 없기 때문에 개종과 반란밖에 할 일이 없는데, 문제는 1턴에 안 좋은 카드를 받으면 게임이 쉽지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2,2,1,1을 뽑았습니다. 다시 뽑을래요 하기 뭣해서 그냥 했는데, 그건 실수였습니다. 이 게임에서 1을 두 장 이상 받으면 무조건 다시 드로우해야합니다 ㅠ

진영은 초침(신성로마제국) JJ(오스만) 현(스페인) 예테보리(신교) 거만이(영국) 우호(프랑스)로 나눠서 시작했습니다. 게임 시작 시에 신롬이 오스만(!!)을 밀어주면서 '이교도와 동맹을 맺다니!' 하고 분개한 거만이님이 프랑스와 신교를 구슬려 신롬을 공격하려 합니다. 이때 저는 프랑스에게 5점짜리 카드를 받고 (원래는 이러면 에러플이라는군요. 카드는 무조건 랜덤으로 주는 거라고....) 협조하기로 약속했습니다만, '동맹을 맺겠다'는 말은 안했기 때문에 외교 단계에서 넘어갈 때 동맹할 건가요? 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아니오. 라고 대답했습니다. 게임 시작부터 뒤통수를 맞아 분개하시는 우호님... 뒷감당이 조금 걱정됐습니다만,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면서 게임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스페인은 육군을 네덜란드에 집중해서 쌓아놓고 오스만과 해양에서 결전을 벌입니다. 저는 '칼뱅파의 열정' 본토 카드를 써서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개종을 시도했습니다만, 행동 포인트 2짜리로 반란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수는 있는데 손해라고 느껴져서요) 탐험대나 뽑아가면서 다음 턴을 기약하기로 합니다.

시간이 상당히 지나서 후기로 쓸 것이 많이 기억나지 않네요 -_-;; 이래서 미리미리 적어놓던가 메모를 했어야 하는데... 1턴이 끝나니까 VP 1점이어서 영혼이 빠져나간 기억만 나네요. 제가 무기력하게 앉아있으니까 불쌍하셨던지 거만이님과 초침님이 저에게 유리한 카드를 써주시면서 어느 정도 재기의 근거가 마련됩니다. 카드의 지원을 받은 신교로 네덜란드를 휩쓸어 키 지역 세 개를 끝내 모두 독립시키는 데 성공했고, 프랑스에는 통수를 쳐서 죄송한 마음에 다음 턴에 카드를 한 장 꽁으로 상납했습니다만.... '그러면 이번 턴에는 개종 행동을 시도하지 않겠다!' 라는 대가를 듣고 또 반란을 일으킵니다. 종일 신뢰와 의리를 상실한 모략 플레이를 즐겼습니다. 영국과는 끝까지 동맹으로 같이 갔는데, 나중에 '버진 퀸' 점수 그냥 드시라고 앙리 4세 나바르와 엘리자베스를 약혼시켰는데 (영국은 엘리자베스가 혼인 안하면 점수를 받거든요) 결혼 결정 페이즈 때 그냥 결혼하기로 하셔서 놀랐습니다. 주사위가 잘 나와서 양쪽 다 VP를 먹는 좋은 국혼이 되었답니다.

한편 영국은 해적질에 몰두하고, 프랑스는 북아프리카를 공격해서 점령한 다음 꼬박꼬박 결혼 점수를 받아갔으며, 스페인과 오스만은 영혼의 해군 맞대결로 지중해에서 사투를 벌입니다. 저는 신롬이 오스만의 뒤통수를 언젠가 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게임 끝까지 함대까지 제공해주는 등 든든한 동맹이었습니다. 반면 저는... 초침님의 은혜를 무시하고 영국의 신성로마제국 선전포고 때 끼어들어서 같이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제가 아까 카드 드린 거 기억 안나시나요?' '어... 무슨 카드요? 잘 모르겠네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까지 ... 아니 가지고 있던 소지품까지 홀랑 털어간다는 것이 저를 두고 하는 말이었군요.

전반적으로 처음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저와 JJ님도 두 번째여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외교 협상 페이즈 때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요. 1시에 시작한 게임이 9시를 넘겨서 마감했으니까 정말 오래 게임했죠. 저희 테이블 빼고 다른 테이블 분들은 다 저녁을 밖에 나가서 드시고 오셨는데, '아니 아직도 하고 있다니!' 하고 감탄하시더군요 (..) 저는 대충 참깨라면 먹으면서 때웠고, 다른 분들도 라면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하셨습니다. 원래 다섯 시간쯤 소요될 줄 알고 애인한테 자신있게 '8~9시쯤 일어날게!' 했는데, 예... 원래 한 게임 더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머리를 많이 써서 버진 퀸을 정리하고 그대로 일어나게 됩니다.

게임은 신교와 영국, 그리고 수에즈 운하 완공까지 성공한 오스만이 선두권을 다투는 가운데 참여하신 분들의 합의 하에 끝났습니다. 프랑스에서 반란 하나만 진압 안 당했어도 25점 채웠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아쉽긴 했는데, 게임 돌아가는 걸 보니 다들 지치기도 했고 계속 진행한다고 제가 승점 채워서 이길 가능성이 없어보였습니다. 또 특이한 게 이번 게임에서도 전투를 하나도 안했네요-_-;; 제가 원래 직접적인 다툼보다는 협잡을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다음에는 스페인이나 오스만으로 해볼까 합니다.

어쨌거나 이리하여 1월 전주, 2월 서울(회기) 워게임 캠프까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과 만나뵐 기회가 있어서 반가웠고, 특히 같이 게임하셨던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시작부터 저한테 배신당하면서 매운 맛 보시고 점점 흑화하신 우호님에게는... 감사와 사죄를 동시에 드립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게임 십여 개 가져오고 세팅하느라 몸을 혹사하신 화이트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혹시 이 후기를 읽고 관심 생기신 분들은 3월 대전에서 열리는 워게임 캠프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가 플레이한 이야기만 적느라 다른 테이블의 게임 내용이나 감상을 적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쉽네요. 혹시 참여하셨던 분들이 보신다면 각자 게임하면서 어떤 느낌이셨는지 간단하게라도 댓글로 첨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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