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해본 마리아
안녕하세요.
두번째로 써보는 간단후기 입니다.
지식과 경험이 매우 얕고 글쓰는 제주가 없습니다. 두서가 없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전부터 꿈꾸던 마리아를 드디어 해보았습니다.
너무 몰입해서였는지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습니다. 아쉽지만 게임의 분위기와 느낌 정도만 공유하는 초간단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부분 미리 양해의 말씀 올립니다.
마리아는 18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후계자 없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오스트리아 왕위에 오르는 마리아 테레지아의 험난한 왕위 계승 여정을 보드게임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마리아" 보드게임 입니다.
혈연과 다양한 이해관계로 엮인 가문들이 오스트리아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그러한 혼란을 틈타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다양한 유럽 국가들의 무력과 정치의 알력다툼을 보드게임으로 절묘하게 구현했습니다. 마리아가 BGG 워게임 랭킹 상위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습니다. 워게임에 대한 경험이 미천한 저도 마리아가 역사적 테마를 잘 녹여냈다는 것을 느낄 정도면 아마 누가 플레이해도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역사에 관해 문외한이라 유투브를 통해 역사를 어느 정도 공부하고 게임에 임했는데, 그 부분이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지명이나 정치 이벤트를 보면서 당시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토크멘터리 전쟁사 155회 ~ 160회 추천. https://youtube.com/watch?v=FsNfcAnPn9c&si=EnSIkaIECMiOmarE )
메인보드는 크게 좌측의 플랑드르 맵, 우측의 보헤미아 맵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각기 다른 정치적 흐름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오스트리아(하얀색) 플레이어 기준으로, 우측 보헤미아 맵에서는 프로이센(파랑) 플레이어어와 대립하지만 좌측 플랑드르 맵에서는 협력합니다.
프랑스(붉은색) 플레이어 기준으로, 우측 보헤미아 맵에서는 프로이센(파랑) 플레이어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압박하지만, 죄측 플랑드르 맵에서는 프로이센 플레이어와 대립합니다.
프로이센(파란색) 플레이어 기준으로, 우측 맵에서는 오스트리아를 압박하지만, 좌측 맵에서는 오스트리와 플레이어와 협력하여 프랑스를 압박합니다.
이러한 상관관계가 정말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가며 밸런스 또한 굉장히 잘 잡혀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숙련도에 따른 차이는 존재할 수 있으나 어느 플레이어든 운영의 묘를 살리며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이런 밸런스가 게임 내내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드넓은 오스트리아 땅, 보기에는 좋지만 방어할 생각하니... 휴우....
저 위에 프로이센은 앞으로 기세등등하게 남하할 것입니다.
기본판에서는 각 장군의 병력을 종이에 적어서 관리하는데 이번엔 특별히 딜럭스 컴포를 통해 나무블럭으로 그 역할을 편하게 대체할 수 있었었습니다.
각 장군에게 할당된 병력을 살짝살짝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종이에 적는 것보다 군대를 운영하는 느낌을 조금 더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붉은색) 플레이어가 함께 조종하는 바이에른(주황색) 지역입니다. 현재는 합의에 의한 평화상태이지만 머지않아 이 곳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핏빛 전장이 됩니다.
장군마커(원통) 옆의 네모블럭이 보급부대 입니다. 장군은 보급부대와 일정한 거리내에 위치해야 합니다. 보급부대와 멀어지는 순간 장군은 그 역할이 상당히 제한되며 라운드가 지날 때마다 할당 병력이 줄어드는 패널티를 받습니다.
부대를 이동시킬 때마다 마치 육군참모총장이 되어 계룡대 지통실에서 지도 펴놓고 작전을 펼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거점 털릴 때마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박히는 경험을...
간단히 전투에 대해 말씀드리면,
상대방 장군과 마주치게 되면 전투가 일어납니다. 전투는 플레잉카드로 진행되는데 모든 카드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장군이 위치한 지도에 표시된 수트(모양) 카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주 간략히 얘기하자면, 공격자를 선두로 서로 번갈아 카드를 내며 총 합이 더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패배한 사람은 카드 숫자 총 합의 차이만큼 병력을 잃고 차이만큼 후퇴하게 됩니다. 여기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모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최소한의 차이로 패배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토의 일정부분은 포기하며 힘을 아껴야 하는 타이밍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초플이기도 하고 이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끝장 승부를 여러번 시도했는데 그때문에 나중에 카드가 모자라 정작 중요한 지역을 방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플레잉카드의 수트와 지역의 수트가 같아야 한다는 부분이 정말 참신하다고 느껴집니다. 주어진 자원은 한정적이고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리소스가 다르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플레이 했습니다. 여기서 어느정도 카드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전쟁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리소스를 전 영토에 골고루 사용할 수 없는 부분도 어느정도 납득이 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전투 시스템이 참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그와중에 카드 아트웍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네이페그 장군이 프로이센 군에 포위당한 모습입니다.
전투 시 퇴로가 없을 경우 몰살당하는 룰이 있기 때문에 전투에 임할 때 언제나 퇴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부대가 전멸되면 자국 대도시 거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병력구성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적은 차이로 패배하면서 완만하게 퇴각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왼쪽으로는 프랑스+바이에른 연합군, 위로는 작센군, 우측으로는 프로이센 군이 오스트리아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플랑드르 맵의 상황입니다.
오스트리아(흰색)와 국본군(회색)이 연합하여 프랑스(붉은색)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플레이어)와 국본군(프로이센 플레이어)가 연합하고 있는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오스트리아 플레이어는, 우측 보헤미아 맵에서는 프로이센 플레이어와 대치하면서 동시에 좌측 플랑드르 맵에서는 협력을 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게임 중에 플레이어간 조약체결이 자유로운데 이러한 정치적인 딜을 잘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당장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나중에 협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당히 딜을 하고 빠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메인보드를 잘 보시면 플랑드르 맵과 보헤미아 맵이 분리되어 있는데 하단에 몇가닥의 연결선이 있습니다. 이부분은 오직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만 지나갈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각자의 위치에서만 움직인다는 이야기 입니다. 프랑스는 이 연결선을 통해 병력을 이동시켜 플랑드르와 보헤미아 지역의 영향력을 밸런싱하게 됩니다.
바이에른을 정복하러 가는 길입니다.
이동로의 종류에는 메인도로와 일반도로가 있는데 굵은 선이 메인도로 입니다. 메인도로에서는 병력과 보급부대가 한번에 좀 더 멀리 이동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강행군(빠르게 진군)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 막판에 사활을 걸고 도전했던 바이에른 점령에 결국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후에 보시게 되겠지만 이곳에서의 과도한 출혈로 인해 오스트리아 북부를 프로이센에게 내어주게 됩니다. 이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전투에도 적당히 밀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때 배우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매 라운드마다 정치단계가 있는데, 이때 뽑히는 이벤트 카드에 의해 극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정치단계에 뽑힌 이벤트 카드로 정치트랙의 마커를 좌우로 움직여 유럽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을 나타내는데, 역사적 이벤트를 게임적으로 잘 녹여낸 시스템 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치 세듀의 군사트랙처럼 마커가 한쪽으로 쏠렸을 때 해당 국가는 혜택을 받고 반대편 국가는 패널티를 받는 식입니다. 어쩌면 전투만큼 이 부분이 중요한데, 이것도 전투와 마찬가지로 플레잉 카드를 적절히 잘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정치 이벤트 카드는 아주 좋은 협상카드로 쓰입니다!!
게임은 최대 12라운드까지 이어지는데, 12라운드가 되기 전에 프로이센 플레이어가 승리조건을 달성하여 게임이 끝났습니다.
전술카드 운영을 정말 잘 하셔서 오스트리아(저)의 부대를 격파하고 오스트리아 북부의 주요 거점을 순식간에 점령하면서 게임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역시 명불허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의 군사력은 대단했습니다.
킹갓제네럴엠퍼러 열성남님께서 18세기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앞에서 다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 프로이센과 작센은 연합하는 상황으로 시작하지만 특정 조건이 발동되면 작센은 오스트리아의 동맹이 된다든지, 특정 지역을 점령하여 황제투표권을 확보한다든지, 정치트랙의 상황에 따라 아군 장수를 외국으로 파병해야 한다든지, 훗사르 기병대를 배치해서 보급로를 차단한다든지...
게임 한줄평: "미쳤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저에겐 정말 너무 재밌는 게임이었습니다.
저의 글솜씨가 부족해 마리아의 재미와 경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룰설명(1시간) 포함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물론 플레이타임이 짧진 않지만 정말 순식간으로 느껴질 정도로 흥미진진 했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고, 단 한번의 플레이로 제 짧은 보드게임 인생의 올타임 넘버1 게임이 된 "마리아"의 초간단후기였습니다.
함께 플레이 해주신 나머지 두 분에게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시고 룰마스터 역할을 해주신 "레이지니"님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복된 새해 되십시오. Pe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