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세션>은 덱빌딩/일꾼놓기 게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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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19:30

<업세션>은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사교계라는 매우 특이하면서 매력적인 테마를 가진 전략게임입니다.

BGG를 보면 이 게임의 메커니즘으로 덱빌딩과 일꾼놓기 라고 되어 있네요.

덱빌딩+일꾼놓기는 요즘 아주 핫한 메커니즘이죠.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 <듄 임페리움>, <엔들리스 윈터> 같은 게임들이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근데 저는 의문이네요. 과연 <업세션>을 덱빌딩+일꾼놓기 게임이라고 할수 있을까?

제 결론은 '아니다'입니다.

"네가 뭔데 권위 있는 BGG의 분류를 무시하냐?"고 하실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마 다른 생각이신분도 많을거 같습니다.

<업세션>은 '장소타일'과 '손님카드'가 필요로 하는 일꾼(하인)들을 사용해서 손님을 접대하는 액션을 하고 이를 통해 각종 혜택을 받는것이 게임의 주된 흐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하인들을 일꾼놓기 처럼 카드와 타일에 놓아서 액션을 수행하고 손님카드는 시작덱으로 주어진 카드에서 특정기능으로 계속 늘려나가고 이걸 반복해서 사용합니다.(한번 사용한 카드는 버린덱으로 가고 패스를 하면 버린덱이 다시 핸드로 옵니다)

이렇게 보면 당연히 덱(손님카드)을 늘려나가니 덱빌딩이고 하인미플을 놓아서 액션을 하니 일꾼놓기가 맞아보이지요.

근데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손님카드가 아니고 손님토큰(메이지나이트의 기술토큰 같은..)을 내 개인판에 놓고 이걸 쓸때마다 뒤집었다가 패스하면 다시 뒤집어서 사용가능하게 만들고..
하인미플이 아니라 자원으로 바꿔서 손님토큰과 장소타일을 쓸때 정해진 자원을 내는 방식으로 바꾸면?

이렇게 바꿔도 게임의 방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똑같습니다. 하지만 이걸 덱빌딩과 일꾼놓기라고 할수 있을까요?
과연 똑같은 메커니즘인데 단지 기물의 물리적인 형태만 바뀌었다고 갑자기 덱빌딩이 되고 일꾼놓기가 되는게 맞는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 덱빌딩의 경우

그렇다면 '덱빌딩'이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요?

이걸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내가 사용하는 카드덱을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늘려가기만 하면 덱빌딩이라고 해버리면 업세션에서와 같은 오류가 된다고 봅니다.
기물의 물리적 형태와 무관하게 다른 메커니즘과 차별화되는 덱빌딩만이 주는 특징적인 재미요소가 존재해야된다고 봅니다.

단순히 특정능력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카드 또는 pool/bag을 통해 구현할수 있는 덱/백/풀빌딩이 주는 재미요소?

일단 무작위성이 떠오릅니다. 도미니언류의 덱빌딩은 덱을 늘려나간다고 해서 능력이 그대로 늘어나는게 아니라 더 좋은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높일 뿐입니다. 드로우가 어떻게 될지는 무작위이니깐요. 이게 사실 도미니언/돌팔이/오를레앙 같은 게임들의 큰 매력이죠.

근데 카드를 셔플하는데서 오는 무작위성을 덱빌딩의 필수요소라고 정의해버리면.. <에이언즈 엔드>는요? 라는 의문이 들죠.

아시다시피 <에이언즈 엔드>는 카드를 셔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에이언즈 엔드>에서 덱빌딩 메커니즘이 주는 유니크한 재미요소를 그대로 느낄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이언즈 엔드>의 메커니즘을 기물만 기술토큰으로 바꿔서 타블로(개인판) 빌딩만으로 재현할수 없죠.
이렇게 보면 또다시 원점입니다. 셔플이 주는 무작위성은 일단 필수요소는 아니군요.

이번엔 <로코코>의 경우를 보죠. <로코코>는 <업세션> 못지않게 "이게 덱빌딩이 맞나?"하는 생각이 드는 매우 독특한 덱빌딩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드를 셔플하지 않을뿐더러 드로우도 하지 않고 그냥 자기가 원하는 카드를 선택해서 핸드로 가져옵니다. <업세션>과 매우 유사하죠.

<업세션>과의 유일한 차이점은 '엑티브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업세션>은 버린덱의 카드들을 '패스'액션을 통해 버린덱의 카드들을 한번에 핸드로 가지고 오지만 <로코코>는 '액티브덱'이 다 떨어지면 '버린덱'의 카드들을 '액티브덱'으로 보냅니다.
이러한 식의 메커니즘은 아까 가상의 <업세션>의 경우처럼 타블로(개인판) 위의 기술타일 같은걸로 똑같이 만들수 없는거죠. 그래서 저는 <로코코>는 덱빌딩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덱빌딩 게임의 필수요소는..
'액티브덱', '버린덱', '핸드'라는 3가지 요소에서 카드가 순환하는게 필요하지 않나. 그게 다 있어야 다른 엔진빌딩이나 타블로빌딩과 차별화되는 덱빌딩만이 주는 재미요소가 작동하지 않냐는 것입니다.

<업세션>의 경우는 핸드가 핸드이자 액티브덱이 되기에 핸드(또는 액티브덱)와 버린덱만 존재합니다.
이것과 똑같은 매커니즘을 가진 게임이 있는데 바로 <루이스 앤 클라크>입니다.

저는 같은 이유로 <루이스 앤 클라크>도 덱빌딩 게임이라고 부르기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타블로빌딩이라고 보는게 더 맞다고 보는거죠. 메이지나이트의 기술토큰과 다를바가 없거든요.
물론 BGG에서는 <루이스 앤 클라크>도 덱빌딩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또다른 특이한 덱빌딩 메커니즘을 살펴보죠. 바로 <블랙아웃 홍콩>과 <스카이마인>입니다.
이 두 게임도 얼핏보면 '액티브덱', '핸드', '버린덱'의 구분이 없어보입니다.

핸드에서 카드를 사용할때 액션슬롯에 내려놓고 슬롯중 하나를 선택해서 버린카드들을 몽땅 핸드로 가져오는 시스템인데요. 이렇게 보면 '핸드'와 '버린덱'밖에 없어보이네요.
하지만 이 시스템은 개인판 위의 기술타일 같은걸로 따라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는 '액션슬롯'이 액티브덱 또는 핸드의 역할을 대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블랙아웃홍콩>과 <스카이마인>은 덱빌딩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2. 일꾼놓기의 경우

<업세션>의 하인미플의 경우 일꾼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자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1회용이 아니고 순환하면서 다시 사용할수 있게 되지만 자원을 순환식으로 쓰도록 만들어도 그냥 자원관리이지 일꾼놓기가 되는건 아니죠.

일꾼놓기 게임으로 알려진 <닌자토>의 경우를 봅시다. 닌자토는 표창모양의 일꾼을 액션칸에 놓고 액션을 합니다. 라운드 당 총 3개의 표창을 원하는칸에 놓고 액션을 하죠.

근데 저는 <닌자토>를 일꾼놓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로 선점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이 들어간 액션칸에 들어갈수 있고 심지어 자기가 했던 액션도 다시 할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표창 모양의 일꾼 미플을 완전히 제거하고 일꾼을 놓는 행위 없이 그냥 구두로 이번차례에 나는 이 액션을 하겠다고 선언만하고 플레이를 해도 완전히 똑같은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물론 액션 횟수를 세는데 다소 불편함이 있겠지요)

그래서 일꾼놓기 메커니즘이라 부를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꾼놓기는 그게 Hard cap(다른 일꾼이 들어간 칸에는 못들어감)이든 Soft cap(다른 일꾼이 들어간 칸에 들어갈수는 있지만 먼저 들어간 일꾼이 이득을 취함)이든 선점효과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단순한 액션셀렉션과 차별화가 된다고 보거든요.

<업세션>은 자기 개인타일 위에 일꾼을 놓고 액션을 하기때문에 당연히 선점효과가 있을리 없고 하인미플을 사용하는건 사실상 자원관리라고 생각합니다.

3. 결론
그래서 저는 업세션은 덱빌딩+일꾼놓기 게임이라 부르기 보다는 타블로빌딩, 엔진빌딩, 자원관리 게임 정도로 생각하는게 맞지않나 생각합니다.

글이 너무 두서없어서 이해하시기 어려울거 같기도 하네요ㅠ 뭔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P.S. 업세션 재밌습니다. 꼭해보세요.^^ 그리고 웨이트가 3점이 넘지만 <비티컬처>나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 보다 쉽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