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 파이어아벤트(Feierabend) 후기

1,224 조회

2022.10.23 09:17

파이어아벤트(feierabend)는 일과후/퇴근후 정도의 의미를 가진 독일어입니다. 이 게임 작가가 게임이름 첫글자를 항상 F로 맞추는 프리드만 프리제 이다보니 억지로 만든말인가 싶었는데 독일에서 많이 쓰는 단어라고 하네요. 영어로는 정확히 매치되는 단어는 없는데 영어제목은 Finishing time으로 억지로 또 F로 잘 맞추었네요

'파이어'는 celebration, '아벤트'는 evening이라는 뜻이여서 파이어아벤트는 단순히 after work 보다 더 강한 의미(뭔가 더 기쁘고 좋은 느낌)의 단어라고 합니다.

이 게임은 제목 그대로 노동자가 일과후를 알차게 잘 보내서 행복도를 올리는게 목표인 게임입니다.

1인부터 6인까지 가능해서 범용성이 아주 좋구요. 6인플로 해봤는데 아주 쾌적하게 잘 돌아갔습니다.

일과후 활동은 크게

1. 놀이동산가기, 소개팅하기, 연인과 숙박업소 가기 같은 돈 드는 여가

2. 낚시(?), 산책, 연인과 바이크 타기 같은 돈 안드는 여가

3. 그리고 가장 돈이 많이 들지만 행복도를 많이 높여주는 휴가가 준비되어 있구요.
(게다가 휴가는 돈만 있어서 갈수 있는게 아니라 파업투쟁을 통해 회사에서 휴가여건을 보장 받아야 갈수 있습니다. 설정이 디테일하죠)

4. 추가로 술퍼먹기랑 집에서 쉬기도 있습니다. 게임 망하면 이걸 가장 많이 할수밖에 없다는...철저한 현실고증

또한 소개팅으로 연인을 만들어서 연인과 함께 여가활동을 하면 보너스 점수가 붙는다는 디테일한 설정이 재밌습니다.

연인과 숙박업소 가기가 가장 가성비가 좋아서(모텔에서 보드게임이라도 하나보죠?) 다들 모텔 자리 비기만 기다립니다.

문제는 일꾼을 다 사용하면 다시 일터로 끌려와서 기껏 올려놓은 행복도가 다시 마이너스 나락으로 빠진다는겁니다.

시작할때 주 70시간(!) 근무의 노예같은 근무환경으로 출근과 동시에 행복도가 -16이 됩니다. 첫턴에 기껏해야 행복도 3~4올렸는데 몇배가 날아가버리는거죠.
게다가 행복도가 -10 이하 구간에서는 아무활동도 할수 없고 오로지 술만 퍼마셔야됩니다. 게임초반에 이 구간을 벗어나는게 대단히 빡빡합니다.

노동환경은 주당 근무시간, 급여, 성별임금차별로 구분되고 각각의 트랙을 올려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파업투쟁(strike) 토큰을 사용해야합니다.

파업투쟁 토큰은 매번 일꾼을 다 사용하고 출근했을때 급여와 함께 제공되는데 이걸 많이 얻기위한 트랙을 올리기 위해서도 파업투쟁 토큰이 사용됩니다.
또한 일과후에 여가를 보내는 대신 노동조합에 일꾼을 보내면 파업투쟁 토큰을 추가로 얻을수 있는데 이 액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게임초반 노조 가입이 늦어져서 처참하게 꼴찌를 했습니다ㅠ)

대부분의 전략게임이 그렇듯이 초반에 엔진을 만들지 못하고 당장 먹는 점수에만 몰입하면 후반부에 처참하게 멸망하죠. 이 게임도 여가를 잘 보내는 것 이상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해서 엔진을 구축하는게 중요합니다.

현대 직장인들의 아픔을 코믹한 그림체로 블래코미디처럼 재밌게 묘사해서 테마 몰입도가 아주 훌륭합니다. 디테일한 설정도 재밌어서 게임 하면서 갖가지 드립을 치며 정말 재밌게 할수 있습니다.

여가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만으로는 행복을 쟁취하기 어렵고 투쟁을 통해 사회와 직장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나름의 사회적 메세지도 담고 있는(거 같은)데 그걸 무겁지 않게 잘 표현해서 부담스럽지 않고 딱 좋습니다.

테마구현 훌륭하고 신박한건 알겠는데 메커니즘은 시시한거 아니냐? 라는 의문이 드실수 있는데요.

게임자체는 되게 쉽습니다. 메커니즘도 그냥 선점효과가가 있는 일꾼놓기랑 트랙올리기가 다 입니다.

하지만 매우 독특한 일꾼놓기 메커니즘 하나가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데요.

플레이어마다 라운드 종료(일꾼회수) 시점이 상이하다는 점입니다.
시작할때부터 턴 순서에 따라서 일꾼갯수를 다르게 받고 시작하는데요(1-2번째는 5마리, 3-4번째는 6마리, 5-6번째는 7마리)
개인별로 일꾼을 다 사용하면 혼자 라운드가 종료되고 일꾼들이 출근(?)을 하게 됩니다. 각자 일꾼개수도 다르고 일꾼을 쓰지않고 파업토큰만 쓰면서 턴을 넘길수도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별로 일꾼회수 시점이 다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원하는 액션칸이 비게 되는 시점을 계산해서 내 턴을 조절해야 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해지죠.
또한 출근을 많이 할수록 감점도 많아지는 반면 일꾼을 돌려받고 급여와 파업투쟁토큰도 많이 받을수 있으니 턴 조절을 어떻게 할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파이어아벤트>는 정말 프리드만프리제가 아니면 만들수 없을 기괴하면서 신박한 게임이라 생각하구요.
프리제 게임을 좋아하지 않으시는분들도(시운전님이라든가.스타79님이라든가..ㅎㅎ) 이 게임은 재밌게 하실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