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리아 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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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6 10:25

보드라이프에서 모집했던 마리아 모임 후기입니다. 다음 주에 한 번이 더 예정되어있고, 그 다음은 생각은 있는데 계획은 아직 없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마리아'는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을 배경으로 한 3인 게임입니다. 구성품이 엄청 대단하진 않지만 3명 간의 밀고당기기와 팽팽한 긴장감, 맞대결에서의 일시적인 후퇴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전략성, 전투부대와 보급부대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돌아다녀야 하는 제약 등이 더해져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게임이에요.

1. 6월 20일 (월)

플레이시간: 오전 11시 30분 ~ 오후 2시 30분

모임원: 쏭매직님(오스트리아), 보드맨님(프랑스), 예테보리(프로이센/국본군)

평일에 시간이 되는 분들끼리 모여서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날 원래 약속시간이 11시였는데 제가 시간을 30분 착각해서 딱 그만큼 지각하는 바람에 늦게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기껏 시간내서 오셨는데 진짜 실례되는 짓을 했네요. 많이 죄송했습니다.

초기 세팅입니다. 프로이센으로 해보는 건 처음이었네요. 이거 전에는 프랑스로 두 번, 오스트리아로 한 번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오스트리아를 많이 한 거 같은 기억은 왜일까요... 아무튼 협상(을 빙자한 협잡)을 잘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합니다.

게임이 좀 희한하게 흘러갔는데, 초반에는 프랑스가 오스트리아 서부를 폭풍처럼 뚫으면서 진격했지만 원래 플랑드르 지역에 더 써먹기 가까운 1번 장군을 보헤미아 지역까지 보내느라 시간이 지체됐고, 그 틈을 타서 오스트리아가 6번 아렌베르크 장군을 이용해 프랑스의 동부 지역을 털기 시작합니다. 이 게임에서 제가 맡은 국본군은 내내 무기력했습니다-_-;; 초반에 프랑스가 너무 앞서나가서 게임이 금방 끝날 거 같아 일부러 쏭매직님께 협상을 걸었는데요, 오스트리아 북부에서 특정 선 아래로 물러나면 국본군으로 보조금을 2턴 동안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황제 선거에서도 마리아 남편을 지지했고요.

위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랑스는 바이에른부터 동부 지역까지 쫙 비었고 (나중에 1번이 다시 돌아오긴 했습니다) 반대로 오스트리아는 북서부가 횡합니다. 거의 축구 경기 후반 40분쯤에나 볼 수 있을 법한 극단적인 공격 전략을 두 분 다 구사하셨는데, 저도 같이 밀고 내려갔어야 하는데 너무 소극적으로 하느라 그냥 손가락만 빨고 있었네요.

6턴에도 슐레지엔조차 다 못 먹은 무능한 프로이센의 모습입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그 동안 못 봤던 상황이 나왔는데요... '겨울에 본인의 보급부대가 본인 세력의 주 요새에 있으면 장군을 배치할 수 있는가?'입니다. 적군의 보급부대는 아군 장군의 재배치를 막지 못하지만, 아군의 보급부대는 어떻게 되는지 룰북에 명확히 명시되어있지 않습니다.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합의에 따라 하우스룰로 그 옆 도시에 배치하는 걸로 처리하고 끝났는데요, 알고보니 아군 보급부대가 아군의 주 요새에 있으면 겨울 턴에 장군을 배치할 수 없는 게 맞더군요. 보급부대는 정규 턴의 이동 Phase에서만 재배치를 할 수 있는데, 겨울에는 그런 Phase가 없으니까요. (보드라이프에 올렸던 룰북 한국어판은 반영해서 수정했습니다.)

월요일 게임은 뮌헨을 점령한 오스트리아가 바이에른을 보호범위 밖으로 쫓아내면서 결국 승리를 거뒀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프랑스가 유리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보드맨님은 게임에서 주사위 안 쓰는 부분을 호평하셨는데 저도 늘 그 부분이 좋다고 생각하다가... 오늘까지 게임을 해보니까 맘이 좀 바뀌네요. 저는 바보라서 주사위가 있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_-;; 하지만 1차 세계대전 게임 하다가 1이 4번 연속으로 나오는 황당함을 겪고 나니까 걍 주사위는 없는 편이 이득인 듯도 하고...

2. 6월 25일 (토)

플레이시간: 오전 10시 40분 ~ 오후 2시 15분

모임원: 보라님(오스트리아), 예테보리(프랑스), 알님(프로이센/국본군)

어제는 다행히 일찍 가서 미리 세팅까지 완료했습니다. 보라님이 먼저 오셨는데 룰 설명하는 영상도 보고 오셨다고 해서 열정에 감탄했습니다. 저도 영상을 한번 찍어볼까 하는데 편집하기가 너무 번거로워서 고민이네요. 게다가 영상에 집중을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저는.

룰 설명 잘하는 법 없을까 하고 찾아보다가 너굴너굴님 글을 읽고 이거다! 싶어서 <게임 테마-승리 목표-라운드 진행-자기 차례에 할 일-진영 선택-잔룰> 이 구조로 설명을 해봤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월요일에는 룰 설명하면서 횡설수설했는데 (알아들으신 두 분의 인내심과 이해력에 박수를... ㅠㅠ) 토요일엔 그래도 구조를 그리고 설명하니까 한층 나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설명해볼까 합니다. 두 분이 어느 진영이든 다 괜찮다고 하셔서 고민하다가 보라님이 장군 디스크를 국가별로 하나씩 집어서 랜덤 뽑기를 하셨는데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_-b

알님은 마리아뿐만 아니라 같은 퍼블리셔에서 내놓은 '프리드리히'도 갖고 계시다고 하더군요. 마리아 돌려보신지는 오래됐다고... 저도 프리드리히 해볼 생각은 있는데, 직접 갖고 있는 게 아니면 아무래도 이 게임 해보고 싶어요~! 하기는 좀 그래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4명은 3명보다 모으기 더 힘들잖아요. (물론 플랜B를 감안하면 보드게임 모임에선 4명이 더 편한 것도 같습니다만...)

미리 가서 빠르게 세팅해본 모습입니다. 혹시 게임 세팅에 어려움 있으셨던 분들은 사진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옆에는 제가 만든 플레이어 에이드인데 원래는 2쪽 이내로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글씨가 너무 작으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어떤 룰은 쓰고 어떤 룰은 안 쓰고 하기가 뭣해 이것저것 집어넣다보니 6쪽이 되어서 참조표보다는 룰북 요약에 가까워졌습니다; 거의 완성했습니다만 나중에 정치 카드 한글화까지 끝내면 같이 올려볼게요.

알님이 제작사에서 파는 장군 표시용 플라스틱+나무 블록 세트를 들고 오셔서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11유로니까 단독으로 주문하긴 좀 그렇겠지만 게임 살 때 같이 하나 있으면 나쁘지 않겠더라고요. 근데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장점은 기존 마리아 규칙처럼 종이랑 펜 들고 깨작깨작거릴 필요가 없다는 거고, 단점은 병력 수가 상대방에게 노출되기 쉽고 (어차피 저는 다 까먹는 편이긴 한데...) 세팅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거죠. 그리고 자기가 자기 병력 수를 자꾸 까먹게 되고 한번에 병력을 볼 수 없다는 것도 약점이네요. 이렇게 열거하면 단점이 더 많아보이지만 이렇게 카드 들고 디스크랑 큐브 옮기는 게임 하는데 종이에다가 숫자 써야 하는 건 상당히 큰 귀찮음이라, 장점 하나가 꽤 압도적이긴 합니다. 아마 처음에 게임 살 때 이런 게 있는 걸 알았으면 샀을 거예요.

카드홀더까지 구비해주셔서 좀더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는 종이쪼가리와 펜들이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군요. (하지만 겨울 점수 체크할 때는 썼으니까...)

승리에 욕심을 내보겠다고 벨기에에 있는 오스트리아 장군에게 덤볐다가 처참히 깨져서 가장 먼저 사망한 프랑스 5번 장군 디스크입니다. 저 6번(아렌베르크) 장군이 그대로 프랑스 동부를 때렸으면 게임이 쉽게 넘어갈 뻔 했는데 다행히 보급부대를 제거해서 본토 방어는 수월했네요. 두 분이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로 대결할 때는 칼같이 하시다가도 국본군과 오스트리아 차례에는 기동을 긴밀하게 상의하셔서 동맹 느낌이 제일 잘 나는 게임이었습니다.

역시 이 게임은 일반적으로 하게 되면 오스트리아가 초반에 고전을 많이 하게 되는 듯 합니다.

저는 스페이드가 많아서 네덜란드 전선에서는 일부러 스페이드 지역 쪽에 콕 박혀있었습니다 ㅎㅎ

오스트리아 주력군이 프로이센에 의해 삼면포위당한 모습입니다.

오스트리아가 크게 무너져서 어떻게든 프로이센을 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프로이센은 동맹국이고 오스트리아는 적국이다 보니 오스트리아를 밀어주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급기야는 프로이센이 오스트리아 영토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는 만행도 저질러봅니다-_-;;

그렇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결국 프로이센이 승리하면서 공급처를 모두 비우고 승리합니다. 프랑스로 공급처를 거의 다 비웠는데 (승리 마커 하나 남은 상황이었음) 간발의 차이였네요. 오스트리아 맡은 보라님이 상당히 고생하셨는데 끝까지 게임을 잘 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이걸로 마리아 풀타임 돌린 건 4판째인데 프로이센 3승, 오스트리아 1승이군요.

여담이지만 요새 이런 자리를 만들면 '워게임'의 정의가 뭐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네요. 저는 일단 전투가 들어가야 워게임 아니냐 생각합니다만.... 그러니까 '황혼의 투쟁' 같은 게임은 제 기준에서 워게임은 아닙니다. 마리아도 얼마 전에 긱 포럼을 보니 '유로 게이머를 위한 워게임' '워게임 아닌데?' '상호작용이 이렇게 많은데 이게 어딜 봐서 유로냐' 같은 견해가 막 나뉘던데, 그만큼 현재의 보드게임이 어떤 한 단어만으로 정의내리기가 복잡해졌다는 게 그러한 논의에서도 드러나는 모양입니다.

모임하신 네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덕분에 좋은 게임 재밌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 이제 다음 주에 모임이 한 번 더 있고, 그게 끝나면 다시 언제 어떻게 모임을 해볼지 생각 중입니다. 혹시 해보고 싶은 생각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문의 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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