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마리아 모임 후기

2,142 조회

2022.04.23 20:27

코로나 걸려서 일주일 격리됐다가 나은 다음 보드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서 마리아 하실 분을 찾았습니다. 친구 중에서 한 명 정도는 어떻게 구해지던데 플레이시간을 들으면 질색팔색하는 분들이 많아서 슬프게도 모임을 하지 못하다가... 워게임 모임에서 한 분, 지인분 한 분을 섭외해서 3인팟을 결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화곡역의 '위플미플 보드게임카페' 에서 모였습니다. 원래 마곡에 있는 곳이었는데 (런닝맨도 거기서 촬영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최근에 장소를 옮겨서 오픈하셨더라구요. 집에서 가까워서 저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하필 블로그 공지를 미처 확인 못해서 공실일 때 가고(-_-;;) 그 이후로 코로나에 걸려서 방문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일까지 방문하면 음료수는 무료로 주신다고 하니까 가까우신 분들은 한번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해보고 싶은 게임이 많아서 저도 조만간 재방문을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제가 오스트리아로 플레이하고, 워게임 모임에서 오신 '현'님이 프로이센과 국본군을, 지인이신 '메데'님이 프랑스를 잡고 플레이하셨습니다. 오후 1시에 시작해서 딱 5시쯤에 끝났으니까 4시간 걸렸네요. 초반 30분 정도 룰을 설명했는데 혼자 할 때는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니까 무척 어렵더라고요. 일부러 플레이어 에이드를 만들어갔는데 제 종이를 중간에 박스에 넣어놓고 바보같이 어디 갔지 하고 찾다가 결국 의식의 흐름대로 설명해서 두 분이 약간 혼란스러웠을 수 있겠다는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현님은 보드게임을 많이 해보셨고, 메데님도 전쟁사에 대한 흥미가 높으셔서 잘 이해하셨습니다. 룰북을 미리 드렸는데 현님은 세번? 읽으셨다고 하셔서 굉장히 놀랐네요.

극초반인 1턴에는 각자 병력들을 전진배치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프로이센이 슐레지엔으로 밀고 내려오는 게 걱정이 되어서 그쪽 방면에 군대를 많이 넣어놓고 북상하기 시작합니다.

2~3턴에는 프로이센 군대가 슐레지엔을 장악하고, 전투로 오스트리아의 2번 장군을 사망시킵니다. 결국 이 2번 마커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되살아나는 일이 없었습니다 ㅠ.ㅠ 한편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프랑스의 2개 부대가 신성로마제국 지역으로 진출하고 나머지 1개 부대는 네덜란드-벨기에 전선으로 북상하는데, 하필 병력을 꽉꽉 채운 국본군의 손아귀에 걸리게 됩니다. 역시 사망.

프로이센을 맡은 현님의 공격이 매서웠는데 후사르가 있는 곳에 길이 없다고 잘못 보셔서 오히려 프로이센 2-3번에 둘러싸였던 오스트리아 1번이 위로 후퇴하게 되어, 전황이 거꾸로 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찬스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보급부대를 공격해서 프로이센의 보급을 차단하고, 프로이센은 전투에서 승리해 오스트리아 2개의 장군 마커를 지도 밖으로 내보내는 대승을 거두고도 물러나야 하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겨울 동안 병력을 보충하고, 정치 카드의 효과로 작센이 중립국으로 돌아서면서 오스트리아가 한층 유리한 고지에 섰습니다. 일단 초반의 양측 공격을 버텨내는 데는 성공해서 차근차근 카드를 모으면서 존버를 하면 유리할 거라 믿었는데... 그게 오산이었습니다. 프랑스가 전투를 많이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프랑스를 맡은 메데님은 처음에 국본군의 공격에 장군 마커 하나를 잃었지만, 저와 현님이 서로 교전하면서 카드를 많이 소모하는 동안 전투를 거의 벌이지 않고 차근차근 전술 카드를 모았습니다.

오스트리아 6번 장군인 아렌베르크가 국본군과 프랑스의 대치 상태를 틈타 프랑스 동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편 오스트리아 본국의 오스트리아 군은 더 나아갈 곳이 없고, 프로이센은 병력을 다수 잃으며 보급을 받으러 후퇴해 보헤미아 지역은 소강 상태에 빠졌습니다. 저는 여기서 결정적인 오판을 하는데... 본국은 최소한의 병력으로 방어하면서 북상해서 보급을 잃은 프로이센군을 마저 잡았어야 했는데, 그만 프랑스-바이에른과 정면승부를 하려는 유혹에 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현님에게 협상을 제안해서, 프로이센의 슐레지엔 합병을 용인하는 대신 오스트리아 북부의 프로이센 승리 마커를 제거하기로 합니다. (원래 처음에는 국본군의 전술 카드를 받으려고 했는데 ^^;;) 사실 이 협상을 하려면 기간을 좀더 길게 잡았어야 했는데, 겨우 8턴까지만 시간을 약속한 탓에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황제 선거에도 승리하고, 동맹국 작센의 패가 많아 (현님에게 작센이 오스트리아 동맹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만 알려드리고 작센의 병력을 어떤 식으로 소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드리지 않아서 카드가 많이 남았는데,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아깝네요) 자신있게 전진을 시도해봅니다. 그러나 오히려 플랑드르 지도에서 패배해 아렌베르크도 게임에서 이탈. 국본군은 프랑스 영토 내부로 깊게 들어온 탓에 보급부대를 위협받는 상황이 되고, 프랑스와 어떻게든 결착을 봐야 하는 선택지만 남았습니다.

9턴이 되자 중립국에서 벗어나고, 이전 턴에 정치 카드를 사용해 4번 장군을 동프로이센 상자에서 꺼내오는 데 성공한 현님이 다시 남하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때쯤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와 한타를 쳐서 바이에른을 먹고 게임을 끝내느냐, 아니면 동쪽으로 들어오는 프로이센 군대를 다시 발길을 돌려 상대하느냐?

전자를 선택한 것은 이 게임 최대의 오류였습니다. 바이에른 지역에 있는 바이에른군은 후퇴시켰지만 프랑스군과 싸움을 벌이면서 장군 마커가 또 하나 날아갔고, 그 때문에 후방의 프로이센을 견제할 병력이 심각하게 부족해지고 맙니다.

그 결과... 10번째 턴 (1744년 봄)이 되자 물밀듯이 내려오는 프로이센 군에게 오스트리아 북부를 대부분 빼앗기고, 최후의 한 곳을 수호하고 있던 오스트리아 4번 장군이 하필 제가 병력을 3으로 적게 준 마커인 탓에 전투에서 사망하면서 게임이 그대로 종료됩니다. 국본군은 초반에 프랑스 장군 마커 하나를 없애고도 수세에 가깝게 게임을 진행했는데, 프랑스-바이에른의 전투가 많지 않아서 손패가 워낙 많이 남아 정면으로 싸우면 불리했기 때문입니다. 현님은 처음에 프로이센의 패색이 짙어지자 국본군으로 승리를 노려보려고 하셨고, 실제로 겨울 점수도 가장 적은 세력이었는데 막판에 프로이센의 역전으로 뒤집혔네요. 어쨌든 승자는 같은 분입니다만 ^^;;

오스트리아인 저는 -1로 물러나면서 최대한 병력을 아끼다가 유리한 지역에서 싸우려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 소심하게 플레이한 게 아닌가 싶어서 아쉬웠네요. 상대가 카드를 많이 모으지 못하게, 들어오는 카드를 잘 보면서 전략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를 맡은 메데님도 막판에 제가 바이에른의 수도인 뮌헨 지역에서 승부를 볼 것을 알고 프랑스 장군을 더미로 붙이고 스페이드 카드를 잔뜩 모아서 손에 쥐고 계셨다고 하니, 설령 정면승부를 걸었던들 쉽지 않았겠지요;;

4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현님과 메데님 두 분이 열정적으로 임해주셔서 게임이 재밌게 돌아갔습니다.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 떠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다들 집중해서 했는데, 두 분에게 감사드리고 싶네요. 중간에 정치 단계에서 에러플이 한두 번 나온 거 같고, 프로이센이 승리 마커를 잃을 때마다 작센의 트랙이 이동한다는 규칙을 까먹은 거 빼면 룰도 안 빼먹고 잘 플레이했습니다. (19번 이벤트는 처음부터 설명하려면 너무 어려울 듯 해서 일부러 언급을 따로 안하고 있었는데, 프랑스가 군비 축소하는 걸 빼면 다 나오긴 했네요;) 저번에 보령에서 프랑스를 해봤고 이번에는 오스트리아를 해봤으니, 다음에는 프로이센-국본군으로 플레이해보려 합니다.

최근에 워게임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뒤적거리고 있는데,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임페리얼 타이드'나 유고 내전 배경의 '브라더후드 & 유니티' 독일 통일의 패권다툼을 소재로 한 '1866' 등 컴패스 사의 게임에 흥미가 무척 가더라고요. 아직 많은 게임을 경험해본 건 아니지만 게임 시스템보다는 테마가 재밌어야 관심이 가던데, 만약 다음 보드게임을 산다면 이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물론 마리아도 앞으로 많이 돌릴 것이고, 마리아 하자는 분 있으면 저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