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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1위를 계승 중입니다 - 제국의 투쟁(GMT) 리뷰

10,439 조회

2020.08.04 00:12

2017년에 출시되어 출시된 해 말에 긱 1위를 차지한 글룸헤이븐의 아성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약 3년 동안 많은 작품들이 긱 1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턱 밑에서 쫓고 있는 브라스 - 버밍엄, 올해 출시되어 누구보다도 빨리 100위권 안에 진입한 온 마스, 작년 에센 발매 이후 입소문으로 무성했다가 얼마 전 재판이 나오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마라카이보... 등등.

그런 와중에 저는, 다음 긱 1위를 현재 1000위 밖에 있는, 심지어 2인 전용인, 워 게임 냄새 물씬나는, 이 게임에 걸어봅니다.

제국의 투쟁(Imperial Struggle, 2020) - GMT, Dice Tree

그리고 저는 이 가능성을, 이 게임의 전작인 황혼의 투쟁(Twilight Struggle, 2005)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라는 4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긱 순위 1위를 집권한 것에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제국의 투쟁은 훌륭한 '황혼의 투쟁'의 후속작입니다. 즉, 황혼의 투쟁을 재밌게 즐긴 사람들이라면 제국의 투쟁에 아주 쉽게, Soft landing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제는 황혼의 투쟁이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배경

황혼의 투쟁이 냉전을 그리며, 전세계가 미국과 소련의 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세상을 그렸다면, 제국의 투쟁은 훨씬 전으로 돌아가, 제 2차 백년전쟁이라고 불리는 1697년부터 1789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의 왕위 계승에 대한 개입, 정치 싸움, 그리고 인도, 카리브 제도, 그리고 북아메리카를 식민지 삼아 벌어지는 경제적 활동까지. 전체적인 무대 자체는 황혼의 투쟁보다 줄어들었지만 냉전과 소규모 전쟁의 눈치 싸움으로 점철되었던 그 시대와 비교해, 한 세기 사이 큰 전쟁이 4번 이상이나 일어났던 유럽 정세의 혼돈 그 자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욕망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연합을 구성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인 9년 동안의 잉글랜드 계승 전쟁이 끝난 것을 기점으로(즉 이 게임의 시발점인 1697년부터), 본격적인 영국과 프랑스의 대립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프랑스 혁명 전쟁이 있기 전까지의 앞으로의 100년을 크게 3개의 시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1. 영국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스페인 왕위 계승을 막기 위한 전쟁으로 시끄러웠던, 왕위 계승 시대(1~2턴)

2. 유럽의 온 열강이 참여했던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과, 7년 전쟁, 이 와중에 베르사유 조약 등의 외교 혁명도 있었던, 혁명 시대(3~4턴)

3. 제국 주의가 나타나며, 아메리카 독립 전쟁, 그리고 이후 프랑스 혁명 전쟁의 발판이 되었던, 제국 시대(5~6턴)

이 혼돈의 100년을, 여러분이 직접 프랑스나 영국이 되어, 유럽과 인도와, 카리브 제도와, 북아메리카를 아우르며 전세계를 호령해야 합니다.

유럽에서의 정치적 싸움,

인도, 카리브 제도, 북아메리카에서의 식민지 점령을 통한 경제적 경쟁,

함대와 요충지 점령을 통한 전쟁에서의 군사적 대비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게임 플레이

다른 훌륭한 리뷰에서 게임 플레이에 대해 아주 잘 기술해주셨기에, 저는 느낌 위주로 황혼의 투쟁과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1) 흐름

일단 제국의 투쟁에서는, 황혼의 투쟁과 달리 4개의 지역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유럽, 카리브 제도, 인도. 즉, 4개의 지역이 완전히 독립적이며, 서로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하지만 턴 사이마다의 전쟁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그렇기에 황혼의 투쟁에서 대륙 간 연결을 신경쓰며 점수 계산 카드 타이밍도 고려해야 했다면, 제국의 투쟁에서는 점수 계산 타이밍이 확정적이지만, 4개의 지역을 모두 컨트롤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거기에, 무작위 3개 상품의 전역 수요에 따른 시장 점령도 매 턴 신경써야 함과 동시에 다음 전쟁을 준비하는 것까지 신경쓸게 정말 너무나! 많습니다.

[모피와, 수산물 시장이 집중되어 있는 북아메리카. 미국 독립 전쟁 이후, 미국이 독립해서 나오기도 한다]

[경제적인 이점은 없이 정치적 상황(마름모 칸들)에만 집중되어 있는 유럽. 정치적 상황이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코 좌시할 수 없다.]

[높은 가치의 상품이지만 부채를 야기했던 담배와, 설탕 시장을 제공하는 카리브 제도. 이곳의 해군 영향력이 중후반부터 발휘된다.]

[향신료, 면직물 시장을 제공하는 인도. 너도나도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여 이 시대에 있어 경제적 활동의 주요 요충지로 자리잡는다.]

황혼의 투쟁이 유럽, 중동, 아시아 중심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미 대륙에까지 점차 확산되어 나가며 전장이 차츰 이동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면, 제국의 투쟁은 말그대로 유럽의 정치적 혼돈, 제3국에서의 식민지 경제 대립, 무력적 충돌까지가 한 번에 일어나다 보니, 황혼의 투쟁에 비해 전장 한 가운데 덩그라니 떨어진 이등병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점수 계산이나 전역 상품 수요에 따른 무작위 요소에 따라 매 판 다른 느낌의 게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반면, 황혼의 투쟁에 비해 진입 장벽이 좀 더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 턴 시작

먼저 플레이어는 3개의 각 시대의 시작마다, 자신의 플레이 방향을 결정하는 내각 카드를 선택해야 합니다. 황혼의 투쟁과 비교하자면 '헤드라인 카드'라고도 볼 수 있는데, 황혼의 투쟁에서처럼 일시적으로 이벤트처럼 적용되는 것과 달리, 지속 효과나 턴 당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함으로써 지금 당장의 턴 뿐만 아니라 다음 턴까지 두 턴에 영향을 미치고, 내각 카드에 있는 키워드(중상주의, 통치, 양식, 재정 등)를 통해 사건 카드의 보너스 효과를 받을 수 있을 지 없는 지가 결정되어 플레이어들은 좀 더 깊은 고민에 빠져 들어야 합니다.

3) 행동

제국의 투쟁에는 카드 보다는 타일을 중심으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즉 9개의 타일을 뽑아 4개의 타일을 번갈아 선택하며 행동을 하는데, 이때 사건 카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공동 투자 타일 풀로 인해 행동 종류가 투자 타일에 미리 보이니, 상대방의 행동들도 어느 정도 추측할 수도 있습니다. 즉, 황혼의 투쟁이 뿌연 안개 속에서 상대방의 카드를 예측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있다면(나쁘게 말하면 '카드 빨'에 의존적), 제국의 투쟁에서는 어느정도 이번 턴의 전체적인 게임 흐름을 어느정도 윤곽을 잡아나가며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적어도 난 왜 OP가 후달린 카드만 나와! 라는 변명은 못합니다).

또한, 황혼의 투쟁이 자신의 차례에 카드 1장을 무조건 사용해 해당 카드를 OP로 사용할 지, 이벤트로 사용해야 할 지 고민하며 상대방의 이익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제국의 투쟁은 사건 카드를 어느 타이밍에 어떤 타일과 조합해서 써야할 지가 중요하며, 그로 인해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을 잘 따져봐야 하게 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4) 전쟁

사실 또 하나의 턴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일반적인 평화 턴과 다른 점이라면 전쟁에 대한 준비를 미리미리 이전 평화 턴에 해야하며, 전쟁 타일로 전쟁의 기본 군사력을 결정하고, 추가로 각 전장마다의 정치적 상황이나 요새 점령 상황, 함대 보유 상황 등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게 됩니다. 이 전쟁의 결과로 받는 보상마저 참 크리티컬 하므로, 상대에게 내주게 되더라도 최소한의 이익을 획득하게 끔 상대에 맞춰 전쟁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결론

황혼의 투쟁에서의 주사위빨, 카드빨이 어느 정도 게임의 실력에 영향을 주었다면(그래도 저는 운4 기6의 게임이라고 봅니다), 제국의 투쟁은 운의 요소가 어느 정도 최소화 되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운2 기8...?) 그렇기에 경험자와 비경험자 사이에서 업셋이 일어날 확률이 황혼의 투쟁보다는 적습니다. 이런 점은 좀 아쉬운 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무작위 요소(게임의 결과에 대한 무작위성이 아닌, 게임의 요소에 대한 무작위성)에 의한 매판 벌어지는 양상의 다양함은 자연스럽게 이 게임에 빠져들게 만드며 이 게임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다는 도전 욕구를 마구마구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레이 재미 자체가 황혼의 투쟁보다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봅니다.

극찬의 리뷰를 작성하고 있지만, 단점을 안적을래야 안적을 수는 없어서 적습니다.

- 룰 북은 참 거지같습니다. 룰 북만 읽고 플레이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 인터페이스가 엉망입니다. 전황에 대한 상황 이해, 전쟁에 기여하는 나라 및 함대 위치를 명확하게 연결해서 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 수많은 에러타와 오류. 현재 영문 1판을 산 사람은 베타 테스터입니다. Dice Tree(보드피아)에서 나오는 판본은 완벽하길 기대해 봅니다.

톰 바셀은 자신의 다이스 타워 리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7/10을 주었습니다(톰 바셀의 황혼의 투쟁 점수는 9.5/10).

"황혼의 투쟁을 좋아하는 많은 비 워게이머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 사람들이 제국의 투쟁을 쉽게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저는 정확히 이 의견에 반대의 의견을 남기고 갑니다.

"황혼의 투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좋아할 수 밖에 없으며, 이제 그 전장을 냉전에서 제2차 백년전쟁으로 옮겨야 할 때가 왔다"

과연 누가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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