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절도 미수 사건일 뿐이다 : 워터게이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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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01:49

1972년 6월 17일, 워터게이트 호텔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괴한들이 붙잡힙니다. 범인들은 단순 절도 사건임을 주장하나, 차츰 당시 재선을 준비하던 대통령 닉슨과의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언론의 계속된 의혹 제기와 FBI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닉슨 및 그 측근들은 사건들을 적극적으로 은폐합니다. 결국 닉슨은 1972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워터게이트 사건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이대로 묻히는 듯 하는데...

역사 속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은 결국 닉슨의 거짓말이 드러나며 닉슨은 두번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 과정에서 워싱턴 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두 기자의 활약이 컸지요.

2인용 게임인 워터게이트에서 플레이어는 닉슨 대통령과 기자, 각 진영을 대표해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닉슨은 빨간색 동력토큰 다섯개를 모아 임기를 무사히 채우면 승리하며, 기자는 그 전에 증거토근을 수집 및 배치하여 일곱 제보자들 중 두 명을 닉슨대통령과 연결하는 데 성공하면 승리합니다.

1. 플레이 소개

기자와 닉슨, 양쪽은 각각 20장의 카드덱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합니다.

주도권을 가진 쪽은 다섯 장, 주도권이 없는 쪽은 네 장의 카드를 각자의 덱에서 뽑습니다.

주도권이 있는 쪽부터 번갈아가며 한장씩 플레이합니다.

카드를 플레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카드의 숫자를 사용하거나 2) 카드의 이벤트를 사용합니다.

1) 카드 숫자 사용 : 카드에 나타난 숫자만큼 토큰 하나를 본인에게 가깝게 이동시킵니다.

토큰은 주도권토큰(흰색), 동력토큰(빨간색), 증거토큰(색깔/검정 양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주도권토큰을 최종적으로 갖게 되면 다음라운드 주도권을 갖고 선이 되며, 카드를 한장 더 뽑을 수 있습니다.

동력토큰을 최종적으로 갖게 되면 빨간색 토큰을 갖게 되며, 닉슨은 빨간색 토큰을 다섯개 모으면(혹은 9개의 토큰이 다 떨어지면-기자가 5개,닉슨이 4개를 먹는 경우) 승리합니다.

증거토큰(라운드당 3개씩 배치)을 최종적으로 갖게 되면 기자는 색깔 면, 닉슨은 검정 면으로 조사 트랙에 배치합니다. 기자가 색깔 면으로 제보자 2명을 닉슨과 연결하면 승리합니다.

2) 카드 이벤트 사용

카드의 이벤트는 크게 사건과 인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건은 일회용이며, 인물은 계속 덱으로 순환되어 사용됩니다.

닉슨덱은 공모자카드가 6장, 기자는 기자 카드가 3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건 카드에는 조사 트랙에서 연결해야 할 제보자 카드 7장씩을 포함해 여러 실제 사건들이 이벤트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양쪽 플레이어가 카드를 모두 사용하면 라운드가 종료됩니다.

라운드가 종료되면 토큰의 위치에 따라 주도권토큰(흰색)으로 주도권을 결정하고, 동력토큰(빨간색 토큰)의 소유를 결정하며, 마지막으로 증거토큰(색/검정)을 조사트랙 판에 배치한 후 다음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승부가 결정될 때까지 라운드가 반복됩니다.

2. 플레이 후기

총 4회 플레이하였으며, 직접 플레이한 것은 2회, 나머지 2회는 룰을 알려준 후 플레이하는 것을 관전하였습니다.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게임으로 잘 구현하여, 몰입도가 매우 높고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첫 플레이에서 닉슨 측으로 승리하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며 "고작 삼류 절도 미수 사건일 뿐" 의 카드 문구를 외치는데 몹시 신나더라구요.

플레이 전적은 닉슨 3승 : 기자 1승으로, 일단 닉슨이 기자에 비해 좀 더 플레이하기 쉽고 유리해보입니다. 일단 소모되지 않는 인물 카드가 닉슨이 여섯 장(기자는 3장)으로 훨씬 많고, 카드 효과도 좋습니다. 특히 라운드를 종료시키거나, 카드의 사건(이벤트) 부분을 한라운드동안 봉인하는 카드가 무척 강력했습니다.

그러나 기자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승산이 있었습니다. 기자가 1승하는 플레이를 관전했는데, 닉슨이 거의 승리하기 직전에 증거와 인물을 최종 연결시키며 반전으로 승리하는 게 무척 짜릿하더라구요. 한편의 반전 영화를 보는 듯 했는데, 닉슨 지지자였던 로즈를 중립으로 되돌리고, 다시 자기 편으로 배치하는 과정이 카드의 대사와 함께 한편의 법정 드라마 같았거든요. (로즈 메리 우즈 : "...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죄송하다는 것뿐입니다..")

어찌 보면 닉슨 덱은 힘으로 찍어누르는 느낌, 기자 덱은 정교한 설계와 카드 플레잉을 요구한다는 점 자체도 권력자 vs.기자의 현실구도를 잘 반영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무척 즐겁게 플레이했고, 쉬운 룰과 비교적 짧은 플레이 타임으로 커플끼리 하기에도, 친구에게 영업하기에도 좋은 2인용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