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보드게임 개발 "실패일지" - (2) 정배는 배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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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00:53

이 글은 노하우라기보단, 리버스-노하우. 저의 실패이력에 대해 다룹니다.

본 글은 아마 아래 한 줄로 요약될거에요.

내가 이게 재미없을거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

혼자서 마구잡이로 개발을 하다보면 이러한 후회를 하곤 합니다.

아마도 내 아이디어에 너무 몰입해서...(저는 스스로 '홀렸다'고 표현합니다.)

혹은 정작 구현에 있어서 놓친 부분이 있어서...

등등.

각설, 이 글을 쓰는 취지는 저 스스로도 뼈저린 실수를 각인하고, 혹여나 자작 게임을 만드는 분들께서도

저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전문성이 없는 그저 매니아입니다! 프로작가가 아니기에, '반박시 여러분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지난 번 게시글에서, 직접 즉시 룰을 개조해보시기도 하시는 적극적인 댓글들 덕에 또 흥미로운 고민들을 하게 되더군요 ㅎ_ㅎ 이번에도 지나가시던 은둔 고수, 슨배임들께서 조언으로 막힌 혈을 뚫어주실 수 있을지 기대해보며 또다른 실패록을 하나 업로드 해봅니다...!

지난번엔 블러핑의 '유인이 없어서' 권력싸움으로 변질된 정치질게임. 그리고 권력싸움이라기엔 '개인이 너무 미약해서' 단순히 쪽수빨 싸움이 되어버린 패망과정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유인이 너무 강해서' 망했던 기획을 소개합니다:

타이쿤 장르의 게임이었습니다. 소소하게 가게를 확장하고, 매일매일 생선을 발주하고, 손님을 감당 가능할 수 있는 만큼 받아 일일 영업을 하는 식의 사이클이었는데요, 전략적 요소를 주고 싶단 생각에 [마케팅 카드]를 만든 것이 실수였습니다.

혹시 저만 그럴까요? 당시 저는 본인이 애정하는 요소가 게임 내에서 자주 활용되길 바라는 작은 바람이 있었나봅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마케팅 카드]를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만들었습니다. 판도를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들을 남발했죠.

그리고 그게 실수였습니다. 마케팅 카드는 더이상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라, 기본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안 하면 바보)

시드 마이어씨가 그랬더랬죠,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고. 다만 제 게임은 아니었던 겁니다! 그냥, "당연한 선택의 연속" 인 게임은 전혀 재밌지 않습니다. 마치 틱택토처럼요.

그렇기에 사실 진짜로 '재밌는 게임' 의 경우에는, 모든 선택지가 기댓값이 비슷하여 다양한 선택이 유도되는 순간이 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정배'가 존재한다고요? 그러면 그건 정'배팅'이 아닙니다. 그냥 번잡스러운 필수적인 과정일 뿐인 것입니다. (물론, 기댓값이 낮더라도 '도박' 심리로 저지르는 선택지가 간혹 존재하긴 하겠습니다만... 이는 추후 랜덤성과 재미와 관하여 더 고찰해봅시다.)

그리고 이건 사실 더 나아가서는, '잘 설계된 룰' 만이 아니라 '유기적인 상호작용'으로 쉽게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A선택지와 B선택지 간에서 갈등되도록 하기 위해 각 선택지의 효과를 '룰 설계' 측면에서 고민할 수도 있지만....

'N명 이상이 A선택지를 고르면 B선택지에 보너스 추가' 같은 상호작용으로도 너무 쉽게 밸런스가 잡혀버립니다. (물론 밸런스가 잡히는 것과, 매력적인 룰인 것과는 차이가 있겠지요 ^^)

아무튼, 오늘의 결론은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개사기 선택지는 선택이 아니다. 그냥 매 턴 카드를 뽑듯이 예정된 수순일 뿐이다. 개똥 선택지도 마찬가지다.'

이상입니다. 저같은 실패를 하지 않길 바라며 다음에 뵙겠습니다 ^~^

P.S기회가 될 경우 나중에 '혼합전략 내쉬균형' 이라는 게임이론을 예시로 가져와봐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