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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의 평원 1,2인플 후기

6,045 조회

2019.09.06 12:09

지난 주말에 테스트 플레이 겸 1인플을 했고 어제 아내와 2인플을 하고 난 뒤 올리는 후기입니다.

우베의 게임은 아그리콜라 구판 밖에 해본 적이 없지만

아그리콜라때도 수많은 카드와 귀여운 동물 컴포넌트들로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었던지라 이번 아를의 평원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대했던 만큼 큰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테플 겸 1인플을 했을 때, 세팅의 압박을 이겨내고 첫 라운드 첫 행동을 선택할 때에는 꽤나 막막했습니다.

'이 많은 선택지 중 뭐부터 해야돼??' '이걸 골랐다가 액션을 낭비하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서 몇 수 앞을

계산해 보려다 너무 경우의 수도 많고 머리도 아파와서 포기하고 당장 하고 싶은 행동 위주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여행이 가보고싶다 - 수레가 필요하다 - 나무가 필요하다 - 나무를 캐야하는데 작업대로 도구 업글을 하면 효율이 좋다네?

그래서 첫 행동으로 작업대로 도구 업그레이드 - 다음 행동으로 나무 캐기

- 다음 행동으로 수레 만들기 - 마지막 행동으로 여행지에서 판매할 자원 얻기

아마 첫 라운드는 이렇게 진행했던 거 같아요.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다보니 해야될 행동이 점점 명확해지고,

그러다보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고. 그렇게 게임을 끝내면 내가 한 행동들에 대한 점수가 나오는데 그 때

'아, 이 행동은 안했어도 됐겠구나, 아 이거 조금만 더 모았으면 성 지을 수 있었는데 아쉽네' 하며 한판 더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렇게 며칠을 아를의 평원 생각하면서 앓고 있다가 드디어 어제 시간이 나서 아내와 2인플을 했습니다.

아그리콜라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일꾼놓기 시스템에는 익숙하지만 역시 첫 고비는 너무나 많은 선택지.

특히 아내는 평소에도 '가성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행동을 했다가 행동 낭비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초반에는 엄청난 장고를 하기도 했었지만 거의 모든 행동이 점수를 주고 크게 비효율적이지 않아

몇 라운드 지나니 스스로 목표의식이 생기고 그 목표를 위해 계획을 하게 되더라구요.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가 초반의 고비이지만 '일단 이걸 해볼까' 하고 무언가를 시작한 뒤로는

점점 목표가 생기는 점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아내의 경우엔 그냥 '토탄을 캐보고 싶어!' 라며 황무지를 뒤집고, 토탄을 캐고, 캐놓은 토탄을 쓰기 위해

토탄 운반선을 지어 자원으로 바꾸고, 바꾼 자원을 쓰기 위해 옷을 만들고, 옷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작업대로 베틀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목표의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게임이 흘러가면서 테마에 몰입할 수 있었네요.

견제를 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고 각자 목표가 겹치지 않는다면 아주아주 평화롭게 게임이 흘러가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을 싫어하는 플레이어라면, 농경 테마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매우 즐거울 거라 생각합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의 저의 농경지. 게임도 끝났겠다 축사와 외양간에 갇혀있던 동물을을 드넓은 초원에 풀어주었습니다.

아내의 농경지와 전체적인 플레이 모습. 테이블이(120x70) 작다보니 공간의 압박이... 와이프 창고의 3쟁기와 3마차가 인상적이네요.

우베의 게임이 대체적으로 그렇지만 게임이 끝났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컴포넌트와 일러스트들도 한몪 하는 것 같아요. (와이프는 시종일관 '너무 귀여워'를 외치며 게임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또는 해본) 아그리콜라와 비교를 하자면

아그리콜라는 각자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액션칸을)

서로 먼저 가져가려고 눈치싸움을 하면서 겨우겨우 밥을 먹이고

아둥바둥 농장을 꾸리다보니 가축들이 새끼도 좀 치고 없는 살림 모아다가 설비도 사고

집도 늘리고 하다보니 이제야 좀 먹고 살만 하다~ 할 때 쯤 게임이 끝나

누가 더 잘 살아남았는가를 겨루는 '농촌 경쟁 서바이벌' 느낌이라면,

아를의 평원은 어떤 분의 표현대로 유산을 물려받은 부농의 아들이라고도 할 수 있고

돈 많은 부호가 귀농하여 넓은 부지의 땅을 매입해 한 명은 '이 땅을 드넓은 농경지로 만들 거야'

또 한 명은 '나는 양과 젖소와 말들이 있는 목장의 주인이 되고싶다' 라며 각자 꿈꾸던

농경생활을 하게되어 게임이 끝날 때 누가 더 훌륭하게 귀농 생활을 했는가에 대한 점수를 겨루는

'귀농 체험 타이쿤' 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둘 다 각자의 재미는 있습니다. 테마적인 면에서 접근한다면 아그리콜라는 다가오는 고비를(음식먹이기)

어떻게 지혜롭게 넘기느냐,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고 남는 행동으로 어떻게 농장을 더 효율적으로 가동시켜

다음 고비에 대비하느냐 하는 재미가 있고 아를의 평원은 무수한 선택지를 통해 내가 원하는 농장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아직 2회플 밖에 안되지만 아직 써보지 않은 건물들도 넣어서 해보고 싶고, 거기다 확장 룰까지 껴서 한다면

앞으로 수십회플은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저희 부부의 취향에는 꽤 맞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매우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인 것 같습니다.

리뷰, 후기를 많이 써본 적이 없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아 글이 지저분했을텐데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여러분도 즐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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