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프린스에 너무 심취하진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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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8 18:40

부두프린스는 라이너 크니지아가 디자인하고, 2017년에 발매된 3~5인 트릭테이킹 게임입니다. 2017년이면 사실 제 2의 트릭테이킹의 전성기라고 할만한 연도이기도 합니다. 숲속의 여우와 클레임같은 2인 전용 트릭테이킹도 2017년에 발매가 되었으며, 토너먼트 앳 카멜롯이나 아미고사의 드루이드 같은 게임들도 마찬가지로 이 시기에 발매가 되었습니다.

트릭테이킹이라는 장르는 사실 오랜기간동안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았으나, 정작 퍼블리셔들 사이에서는 크게 유행하는 장르는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트릭테이킹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느낄 여지도 많다보니, 일반인들에게 어필할 매력이 없다고 느꼈던 것일수도 있겠죠.

그러던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유행을 타더니, 수많은 트릭테이킹 게임들이 저 시점을 기준으로, 말그대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구요.(이제 좀 잠잠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테트리스 퍼즐과 롤앤 라이트 시스템이 유행인 것 같군요) 당연히 이전 트릭테이킹들처럼 심심하거나, 별다른 차이점이 없진 않습니다.

제2의 전성기에서 트릭테이킹은, 사실 성격이 이전 트릭테이킹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도 느낍니다.(대표적으로는 제가 이전에 리뷰했던 b.o.n이나 스프링랠리 같은 것들이 있겠네요) 트릭을 많이 따기 위해서, 언제 ‘내가가진 카드가 탑 카드인지’를 포착하기 위해 모든 카드를 다 카운팅하고, 상대방의 패를 예측할 뿐 아니라, 어떤 수트가 없는지 까지 외우는 등의 끔찍한 트릭테이킹 보다는, 훨씬 가볍고 경쾌하고, 이기는 것 보다 지는게 훨씬 중요하지만, 마냥 질 수 만은 없는. 그래서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계획을 관철 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본질 자체가 달라졌다는 거죠.

하여간 이런 시점에 부두프린스가 나온 것입니다. 테마에 대해서는 별 언급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만, 이 게임의 시스템은 굉장히 쉽고도 참신합니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십여 장의 카드를 들고(플레이어 숫자에 따라 나눠주는 카드의 장수가 차이가 있습니다), 트럼프 수트가 정해진 상태에서 평범한 트릭테이킹을 합니다. 리드수트를 따라가야하고, 없으면 아무거나 낼 수 있고, 트럼프 수트가 없다면 리드수트가 가장 강력하고, 높은 숫자가 트릭을 따고 등등.. 그러나 가장 큰 차이가 있는데, ‘누구든 세 트릭만 따면 그 라운드에서 빠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때 그 플레이어가 먹는 승점이라는 것도, ‘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플레이어들이 현재까지 딴 트릭의 총 합’이 점수가 됩니다. 나 혼자 트릭을 많이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사실 다른 플레이어들을 모두 다 죽이고 끝까지 한 트릭도 안 따는게 훨씬 이득입니다. 내가 무의미하게 딴 트릭이, ‘먼저 나가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점수가 되니까요. 하지만 여기까지만 있다면, 단순히 지기만 하면 되는 의미 없는 게임이겠죠. 이 게임의 핵심은 ‘가장 마지막까지 세 트릭을 못 딴 플레이어는, 자신이 딴 트릭만 점수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꼴등 바로 직전에는 그 라운드에서 트릭을 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손에 남겨둬야한다는 뜻이죠.

최후의 2인이 남은 시점에서 이 게임은 갑자기 ‘트릭을 따야만 하는’ 두 플레이어들의 처절한 트릭테이킹으로 성격이 변합니다. 그리고 최후의 카드에서 갈라지는 함성과 절규는 구경하고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도 몰입하지 않을 수 없는 극적인 순간이죠.

이 게임은 첫 핸드를 엄청나게 많이 받고, 수트도 다섯 수트나 되기 때문에 손패 조절이 다른 트릭테이킹 게임보다 훨씬 수월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에게 훨씬 큰 통제가능성을 주는 요인은 따로 있는데, 바로 ‘세 트릭을 먹으면 라운드에서 빠진다’는 규칙입니다. 이 규칙은 앞에서 언급했듯 ‘지는게 훨씬 유리’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얼떨결에 트릭을 따더라도, 여전히 임기응변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결국 트릭 하나하나의 중요성은 게임 초반부에는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운이 너무 나빠서 재수 없게 트릭을 따더라도, 그 조차도 사실은 만회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을 첫 핸드를 보자마자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손패가 너무 약하고, 심지어 트럼프 수트가 단 한 장도 없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도 먹고싶어하지 않는 초반의 트릭을 손쉽게 먹을 수 있거든요) 여러분의 전략은 그저 ‘적당히 지다가 적당히 세트릭 먹는 것’밖에 없으니 이는 당연하죠. 스컬킹보다 훨씬 쉽잖아요.

하지만 라운드가 중반을 넘어 종반을 향해 달려갈 때쯤, 여러분이 초반에 세웠던 계획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가 드러납니다. 단지 세 트릭만 먹으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마지막까지 남아버려 꼴등을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면, 아마 이 전에 딸 수 있던 트릭들을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이 흘려버렸던 안일한 과거가 떠오르게 될 겁니다.

이게임에는 두 가지의 특수카드가 존재합니다. 0과 5/7이 그것인데, 0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해당하는 색깔의 가장 높은 카드를 밟는’ 카드입니다. 스컬킹의 인어인데, 일반 숫자보다도 약한 거죠. 또 하나는 5와 7인데, 이 카드로 트릭을 따면, ‘두 트릭을 딴 것으로’ 취급합니다. 이 두 가지는 게임의 결정적인 순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 트릭만 먹지 않으면 된다고 적당히 낮은 숫자를 털었는데, 그게 알고보니 5라서 재수 없게 두 트릭이나 먹고 가장 처음에 빠지는 웃기는 상황도 나오지만, 반대로 ‘절대 세 번을 이길 수 없는’ 너무 약한 패일때는, 오히려 7카드로 한 번에 두 트릭을 따기위한 노림수가 굉장히 절실하게 작용합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0인데, 최후의 2인 사이에서 트릭을 따는 것은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상황입니다. 이때 ‘트럼프 수트의 가장 높은 숫자’를 들고있으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자만하게 되는데, 그걸 노리고 상대방이 0을 내면서 트릭을 따는 그림도 충분히 나온다는 거죠. 물론 그보다는, 누군가가 지기위해서 0을 냈는데, 가장 높은 숫자를 내줘서 그 플레이어에게 강제로 트릭을 떠먹이는 상황이 더 자주 나옵니다만.

이 게임은 트릭테이킹의 기본 규칙에서 아주 약간만 손을 봄으로써, 게임의 본질 자체를 뒤바꿔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칙은 매우 쉽고, 운용은 매우 어려운 이상적인 게임이 탄생한것이죠. 트릭테이킹 고인물들은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을것이며, 트릭테이킹을 접해본적이 없는 유저들 역시도 ‘트릭테이킹이 왜 재미있는지’를 아주 절실하게 알려줄 수 있을 정도로 통제가능합니다. 손쉽게 알려주고, 긴장감 높지만 경쾌한 게임을 찾고있다면, 부두프린스를 꼭 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