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말서가 게임이 될 줄이야... 어느쪽의 시말Show일까요 ?
이 게임은 최근에 제가 보라에 등록하긴 했지만, 이미 몇몇 분들이 리뷰를 살짝 올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리뷰를 가장한 룰설명과 테마에 초점을 맞춰서 알려드리겠습니다.
1. 무슨 게임 ?
게임 박스에도 써 있지만, 트릭 테이킹 게임의 일종입니다. 비슷한 게임으로 다섯개의 오이가 있는데, 저는 못해봤지만, 그것보다 상위 호환 버젼이라고 해보신 분이 얘기해주시네요.
2. 게임의 테마와 룰 ?
이 게임의 테마는 말 그대로 "시말서" 입니다.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회사의 중간관리자 즉 쉽게 말해 팀장입니다. 우리들의 우수한(?) 팀원들은 각가지 이유로 시말서를 팀장에게 갔다줬습니다. (그것도 무려 10장씩)
(카드는 10가지 종류이고, 각 카드의 숫자는 "감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카드 하단에 빼곡한 일본어는 그림의 내용에 따른 시말서 입니다. 한마디로 게임에서 몰라도 되는 시각적 요소 입니다. 1번부터 시말서의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개월 감봉 : 늦잠으로 지각한 시말서
2개월 감봉 : 보안카드 분실한 시말서
3개월 감봉 : 데이타 백업하다 날린 시말서
4개월 감봉 : 발주를 잘못낸 시말서 (100개를 천개로 발주)
5개월 감봉 : 행사장의 비싼 프로모션 시설을 고장낸 시말서
6개월 감봉 : 중요한 서류간 든 가방을 지하철에 놓고 내려서 시말서
7개월 감봉 : 만엔짜리 물건을 1엔에 잘못 올린 순간 들어온 183명의 주문에 따른 시말서
8개월 감봉 : 담당 거래처 도산으로 인한 시말서
10개월 감봉 : 회사차량으로 사고를 내서 쓰게된 시말서
12개월 감봉 :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공장에 불이 붙어....화재로 공장 날리고 쓰는 시말서
(3인으로 시작하는 경우에만 카드를 각각 1장씩 빼고 시작합니다.)
팀장들도 이 시말서를 그대로 꽁쳐놓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상부에 보고를 해야될텐데 여간 눈치가 보입니다. 팀장들은 순서대로 시말서를 내기 시작합니다.
( 이 게임의 특이한 점 중 하나인데, 이 게임의 최초 선플레이어는 위의 시말서 카드 1장씩을 받아서 오픈한 후 가장 큰 감봉에 해당하는 시말서를 가진 플레이어가 선플레이어가 됩니다. 이 때 받는 시말서 카드 1장은 플레이어가 갖게 될 첫번째 시말서(감봉) 카드 입니다. 한 마디로 일단 모두 시말서 한장씩을 갖고 출발합니다. 만약 이렇게 받은 시말서 카드의 가장 큰 감봉 숫자가 똑같다면, 그 사람들끼리 랜덤하게 선을 정하면 됩니다. )
선을 잡은 이팀장이 "5개월 감봉" 시말서 한 장을 제출합니다. 다음 차례인 김팀장도 질 세라 "10개월 감봉" 시말서 한 장을 제출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3번째 차례인 한팀장은 그 정도로 심각한 시말서가 손에 없습니다. 한팀장은 눈치껏 팀원이 제출한 시말서 중 가장 약한(=감봉이 낮은=숫자가 낮은) 시말서를 살포시 눕혀서 제출합니다.
(이 게임은 티츄 처럼 바로 앞 사람이 낸 카드 보다 크거나 같은 카드를 제출 해야만 합니다. 만약 제출할 수 없거나, 전략적으로 패스를 하고 싶다면, 자신의 손에 있는 카드 중 반드시 가장 작은 숫자의 카드를 가로로 꺾어서 내야 합니다. 가장 높은 숫자를 낸 플레이어는 다음 트릭의 선을 잡습니다. 만약 모두가 같은 숫자의 카드를 냈다면, 마지막에 카드를 낸 플레이어가 다음 트릭에 선이 됩니다. (트릭 = 모든 플레이어가 선부터 시작하여 끝까지 한번씩 카드를 내는 걸 뜻함) 이 처럼 한 트릭이 끝났을 때 발생하는 효과는 다음 트릭에 최초로 카드를 낼 수 있는 선을 잡는다는 것 밖에 업습니다. )
앞서 가장 충격적인(!) "10개월 감봉" 시말서를 제출한 김팀장이 이번에는 첫번째 보고를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김팀장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8개월 감봉" 시말서 3장을 한번에 묶어서 제출합니다. 상부가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다음 순서인 한팀장은 이 정도 충격을 넘어설 시말서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보고서 양은 맞춰야 되기 때문에 이번에도 눈치껏 팀원이 제출한 가장 약한 시말서 3장을 묶어서 제출합니다. 마지막 차례로 이팀장 또한 한팀장과 마찬가지로 가장 약한 시말서 3장을 묶어서 제출합니다.
(이 게임의 황금률 중 하나는 반드시 선 플레이어가 낸 카드 장수와 같은 장수로 모든 플레이어가 카드를 내야된다는 점 입니다. 게임 라운드가 시작 되었을 때는 싱글로만 카드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누군가 싱글로 앞 사람이 낸 카드보다 크거나 같은 카드가 없을 경우(혹은 전략적 패스를 할 경우), 자신의 손에 든 가장 작은 숫자 카드를 "가로"로 눕혀서 내려놓게 되고, 이렇게 "가로"로 제출한 카드가 나왔다면 그 다음 선 플레이어 부터는 원하다면 같은 숫자 카드는 한번에 원하는 만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이론상 한번에 똑같은 시말서 6장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를 한번에 아무리 많이 내려놓더라도 반드시 자신의 손에 1장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즉, 손에 "3개월 감봉" 시말서가 다섯 장만 남아 있다고 해도, 이 중에 1장은 무조건 손에 남기고 SET로 내야 된다는 의미 입니다.)
(만약 누군가 "7개월 감봉" 시말서 3장을 묶어서 냈다면 다음 팀장은 최소한 똑같은 "7개월 감봉" 시말서 3장을 내거나, 아니면 "8개월 감봉" 이상의 시말서 3장을 SET로 내야만 합니다. 설령 자신에게 "12개월 감봉" 시말서가 2장이 있다고 해도 3장이 안되기 때문에 낼 수 없습니다. 싱글과 마찬가지로 SET 시말서의 경우도 자신이 낼 수 없다면(혹은 전략적 패스를 원한다면) 자신의 손에 있는 시말서 중 가장 작은 숫자의 카드를 동일 장수로 "가로"로 내야합니다.)
폭풍같은 시말서 보고가 이제 막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팀장들은 지금까지 9장의 시말서를 상부에 보고했고, 이제 각 팀장들에 손에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보고하지 못하고 숨겨놓은 단 한장의 "시말서"만 남아있습니다. 9번째 트릭에서 가장 화끈한(?) 시말서로 보고한 이팀장 부터 마지막 손에 든 한장의 "시말서"를 제출합니다. 그리고 각 팀장이 보고한 마지막 시말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팀장 : "7개월 감봉" 시말서
김팀장 : "7개월 감봉" 시말서
한팀장 : "4개월 감봉" 시말서
마지막까지 보고 하지 못하고 숨겨두었던 한 장의 시말서는 팀장 자신의 시말서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세 명의 팀장이 모두 시말서를 갖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감봉 시말서를 갖고 있었던 팀장이 다른 팀장 중 가장 작은 감봉 시말서까지 자신의 시말서로 가지고 갑니다. 이팀장과 김팀장 모두 똑같이 "7개월 감봉" 시말서를 제출했지만, 이팀장이 먼저 보고했기 때문에 가장 늦게 보고하고 가장 큰 실수(시말서)를 감추었던 김팀장이 덤탬이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라운드 마지막에 시말서를 받은 김팀장은 다음 라운드 시작 플레이어가 됩니다.
(이 게임은 10장의 카드를 다 쓰는 것이 한 라운드 입니다. 플레이어는 9장의 카드를 위와 같은 트릭테이킹 방식으로 내려놓고, 마지막 1장의 카드의 숫자를 비교해 가장 높은 숫자를 낸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가 제출한 낮은 숫자의 카드까지 함께 자신의 감봉으로 가지고 옵니다. 즉,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모든 플레이어 중 단 한명만이 시말서 카드 2장을 갖게 됩니다. 이런식으로 한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6종류의 시말서를 갖게 되거나, 혹은 감봉이 9 or 12 or 15개월이 되는 순간 해당 플레이어는 퇴사가 되면서 게임은 종료됩니다. (9-12-15개월 감봉은 숏~롱게임 중 원하는 것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감봉은 카드에 있는 숫자 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1장만 있을 때는 감봉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플레이어가 설령 4개월, 5개월, 10개월, 12개월 총 4장의 시말서를 모았다고 해도 감봉은 0개월 입니다. 하지만 같은 시말서가 2장이 될 때부터 감봉이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4개월, 5개월 감봉 시말서가 있는 플레이어가 다음 라운드에 4개월 시말서를 2장 받게 된다면...
4개월 + 5개월 = 감봉 0 개월
4개월 + 4개월 + 5개월 = 감봉 4개월
4개월 + 4개월 + 4개월 + 5개월 = 감봉 8개월
4개월 + 4개월 + 4개월 + 5개월 + 5개월 = 감봉 13개월
이런식으로 동일한 시말서가 2장이 될 때부터 그 시말서에 해당하는 감봉을 받게 됩니다.
누군가 종료조건(일명 퇴사조건)이 달성되면 게임은 종료되고, 가장 작은 감봉을 받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만약 똑같은 감봉을 받았다면, 시말서를 적게 받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이 또한 똑같다면 훈훈하게 악수하시면 됩니다.
3. 간단한 감상평
이 게임은 직장인이라면 팀장의 기분으로 쉽게 몰입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시말서 라는 테마 때문에 서로에게 뭔가 덤탱이 쒸우는 느낌도 나고, 테마에 몰입해서 하게 된다면 무척 재밌을 것 입니다. 기본 규칙상으로는 3인~5인까지지만, 6인까지 하더라도 큰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최초 10장을 갖고 시작하지만, 매 라운드 마다 2장이 빠지기 때문에 게임이 길게 갈 경우 플레이어는 10장 미만의 카드를 갖고 라운드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매 라운드 나눌 수 있는 최대 장수를 나눠주면 되기 때문에 6인이 하더라도 룰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열판 정도 돌려본 바, 매우 쉽게 누군가 끝날 것 같으면서도 잘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절대 안전할 것 같았던 플레이어가 순식간에 시말서를 모아서 퇴사되는 등 게임의 흐름은 매우 가변적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플레이어가 받은 시말서(감봉) 카드는 공개된 상태로 두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 수록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나에게 선물해주고 일본어 룰 까지 알려준 보드게임 친구 "한군"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을 남깁니다.
"한군, 혼또니 아리가또. 고노 게임와 이찌방 스고이데쓰"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말서 카드입니다. ^^ 표정이 너무 해맑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