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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밀레니엄 블레이즈 리뷰 - 본격 CCG 시뮬레이터

7,648 조회

2016.12.18 08:07

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덱빌딩, 핸드관리, 셋콜렉션, 시뮬레이션, 트레이딩, 드래프팅

플레이 타임 : 80 – 120분

플레이 인원 : 2 –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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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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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게임성 + 독창성 둘 다 성공적으로 잡아낸 게임을 하나 고르라면 전 주저없이 밀레니엄 블레이즈를 꼽을 듯 합니다. 너굴너굴의 2016년 Top 100 리스트에서 6위를 차지한 그 게임을 리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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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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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밀레니엄 블레이즈 세상 속에서 CCG 를 즐기는 플레이어가 되어 토너먼트에 나가게 됩니다. 콜렉팅 / 토너먼트 / 트레이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장 많은 승점을 모아야 승리하죠. 밀레니엄 블레이즈는 3 번의 라운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라운드는 실시간으로 이루어진 토너먼트 준비단계와 턴제로 이루어진 토너먼트 단계로 나뉩니다.

각 플레이어는 스타터 덱과 캐릭터 카드(추가 규칙), 그리고 돈을 약간 받은 채 게임을 시작합니다. 토너먼트 준비단계에선 다음과 같은 액션들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1. 토너먼트에 들고나갈 덱 구성하기

2. 카드 콜렉팅 하기

3. 상점에서 카드 사기

4. 소지한 카드를 일정 갯수만큼 버리고 프로모 카드 얻기

5. 애프터마켓에다 자신의 카드 팔기

6. 애프터마켓에서 카드 사오기

7. 타 플레이어와 카드 교환하기

게임 내엔 두 가지 상점이 존재합니다. 일반 상점과 애프터 마켓이죠. 일반 상점에서는 카드 뒷면을 보고 부스터(카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어떤 팩인진 알지만 무슨 카드인진 뜯어보기 전까지(구입전까지) 알 수 없죠.

또한 이곳에선 쓸모없는 카드를 일정량 버림으로써(Fusion) 프로모 카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프로모 카드는 능력이 제법 뛰어난 편이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토너먼트에 들고 나갈 카드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인데다, 토너먼트에 들고갈 카드군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요.

애프터마켓은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합니다. 플레이어에게서 쓸모없는 카드를 구입하고 다른 플레이어에게 되팔죠. 일반 상점과 달리 카드가 모두 공개이기 때문에 뜻 밖에 내게 필요한 카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애프터마켓에선 다음 토너먼트의 메타(유행)이 공개됩니다. 특성 속성 / 타입을 쓸 때마다 추가 점수를 얻는 규칙이 공개되죠. 토너먼트의 승자는 점수로 정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유행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토너먼트를 준비함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은 승점을 얻기 위해 카드 콜렉팅을 시도합니다. 이렇게 얻을 수 있는 승점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절대 무시해선 안돼요. 콜렉팅을 할 때의 규칙은 딱 한가지. 하나의 속성/타입으로 통일 시키되 별의 가치가 모두 다른 세트를 완성해야 합니다. 이렇게 콜렉팅된 카드는 승점과 교환 됩니다. 그리고 다시 게임에서 쓸 수 없게 되죠. 토너먼트에 들고 갈 카드와 콜렉팅으로 소모할 카드를 빠르게 판단하는게 중요합니다.

당연하지만 토너먼트에 들고나갈 8장의 카드와 1개의 덱박스 그리고 2개의 액세서리를 챙겨야 합니다. 실제 토너먼트에선 단 6장만 사용되지만, 여분의 2장을 더 허용함으로써 플레이어들에게 좀 더 유연한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죠. 매직 더 개더링이나 유희왕에서 사이드 덱을 준비하는 개념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덱박스와 액세서리는 플레이어에게 특수한 능력을 부여합니다. 전체적인 플레이 방향을 정해주기 때문에, 처음 게임 하는 사람들은 덱박스와 액세서리에 맞추어 카드를 구성하는게 좋아요.

친구들과 트레이딩 또한 가능합니다. 단 트레이딩은 등가교환의 조건을 따릅니다. 만약 내가 별 9짜리 카드를 주려 한다면, 상대방 또한 별 9짜리 카드(혹은 이하의 여러장)를 주거나 모자란 만큼 현금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대신 상대방은 ‘우정 카드’를 줄 수도 있습니다. 불공평한 트레이드에 대한 감사의 뜻이죠. 이 카드는 게임이 종료되면 승점으로 인정됩니다.

라운드는 약 20분이라는 시간동안 이루어 집니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죠.

1. 새로운 카드와 돈 받음

2. 속성 메타 공개

3. 7분동안 카드 구입/교환/판매

4. 추가로 카드 받음

5. 타입 메타 공개

6. 7분동안 카드 구입/교환/판매

7. 카드 판매 금지(토너먼트에 들고갈 카드가 모자라는 경우를 막기 위해 카드를 파는 행위가 금지됩니다)

8. 6분동안 카드 구입/교환/판대

9. 준비단계 종료

이 과정이 끝나면 토너먼트가 시작됩니다.

토너먼트는 생각보다 간단한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 턴 반드시 카드 한장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단, 왼쪽부터 차곡차곡 카드를 내려놔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내려놓은 카드의 액션 능력을 하나 쓰고 카드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카드는 정말 다양한 능력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토너먼트 종료시 특정 조건에 따라 RP(토너먼트 점수)를 획득하거나, 특정 이벤트가 발동 했을 때 능력이 발동하거나, 좌 우에 놓인 카드에 영향을 줄 수 있기도 하죠. 어떤 팩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어떤 덱박스와 액세서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토너먼트의 성향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RP가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클래쉬라는 카드 비교 전투를 통해 서로 끊임없이 견제하는 더럽고 치사한 게임도 나오게 되죠.

이렇게 모든 플레이어가 카드를 6번 내려놓게 되면 토너먼트는 종료됩니다. 가장 높은 RP를 가진 사람이 토너먼트 종류에 따라 실제 승점을 얻게 되죠. 또한 승자들은 프로모 카드를 추가로 받게 됩니다.

이렇게 3번에 걸쳐 토너먼트를 진행한 뒤 그동안 여러가지 경로로 모은 승점을 합칩니다. 가장 높은 승점을 받은 플레이어가 최종 승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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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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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99 는 정말 독창적인 게임을 개발하는데 특화된 회사입니다. 픽셀택티스를 처음 발표했을 때, ‘그저 그런 소규모 회사이려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킥스타팅을 통해 2인 대전 격투게임 배틀콘 시리즈나 CCG 시뮬레이터 밀레니엄 블레이즈 같은 참신하면서도 개성강한 에이스 급 게임을 내놓더니 그것을 토대로 다양한 관련 상품을 자체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죠.

그러나 언제나 참신한 게임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재밌다는 보장은 없는 법. 이 게임을 구입하면서도 “보드게임으로 CCG 세계를 시뮬레이팅 하는게 정말 재밌을까?” 하고 의구심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밀레니엄 블레이즈는 정말 재밌거든요.

1. 실시간과 턴의 독특한 조합

실시간과 턴이 조합된 게임은 꽤 드문 편입니다. 밀레니엄 블레이즈와 가장 유사한 형태를 가진 게임을 하나 고르라면 갤럭시 트러커가 있겠네요.

저는 이런 식으로 게임의 템포/리듬이 180도 바뀌는 시스템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번 비슷한 행동 & 비슷한 선택의 반복만 해야한다면 – 티칼 *콜록콜록* – 금방 지루해지고 따분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밀레니엄 블레이즈에선 2시간 내내 토너먼트에 들고나갈 카드와 콜렉션을 완성해야 하는 시간적 압박감, 그리고 실제로 토너먼트에서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전략적 압박감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죠. 이렇게 게임의 분위기와 템포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게임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조깅과 전력질주를 반복하면 몸이 더 강한 자극을 받는 것 처럼요. 만약 밀레니엄 블레이즈가 단순한 덱빌딩 게임이었거나 토너먼트에서 이겨야만 승점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면 이런 독특한 매력을 느끼진 못했을 거예요.

2.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엄청난 양의 카드

CCG, TCG, LCG 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뭘까요? 바로 카드가 부족하면 게임 본연의 재미를 100% 끌어올릴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가진 재미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 끊임없이 확장을 구입하게 되죠. 이런 게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공통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점를 안게 됩니다. 장기적인 지출 및 이로 인한 캐쥬얼 게이머 & 헤비 게이머간의 분리로 말이죠. 이것은 나중에 LCG 게임을 리뷰할 때 조금 더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밀레니엄 블레이즈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박스에 담겨 있는 수백 장이 넘어가는 카드는 확장을 고려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테니까요. 게다가 모든 카드가 게임에서 사용되는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카드 팩(카드 덱)을 일정한 비율로 골라 기본 덱에 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어떠한 팩들을 이용하여 게임을 즐기냐에 따라 게임의 전체적인 성향이 크게 바뀌며 이 많은 카드에서 파생되는 조합의 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만약 밀레니엄 블레이즈가 얼마 되지도 않는 카드를 가지고 CCG 시뮬레이터임을 주장했다면 비웃었을 겁니다. 그러나 게임에 사용되는 덱의 두께를 보고나면 ‘과연 이래서 시뮬레이터임을 표방하는구나’ 하고 납득하게 됩니다.

3. 콜렉션이냐, 메타냐, 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밀레니엄 블레이즈의 꽃은 역시 제한된 시간 내에 토너먼트에 들고나갈 베스트 카드를 고르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가진 덱박스와 액세서리의 성능에 따라 카드를 구성하게 됩니다. 말할 것도 없이 토너먼트에선 사용할 주력 카드 6장이 가진 상성관계는 당연히 중요하며, 나머지 2장은 게임 도중 전략을 바꿔야 할 때 사용할 보조 카드인만큼 다양한 경우를 상정하며 골라야 하죠. (제가 간신히 만들었던 천일야화 덱처럼 컨셉 & 예능 덱을 만들어도 되지만 저러면 토너먼트에서 참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거리도 부족했던걸까요? 밀레니엄 블레이즈는 메타(유행)라는 개념과 콜렉팅이라는 승점루트를 준비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을 더 깊은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매 토너먼트엔 유행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그 유행을 따라가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대등한 덱이 경쟁에 붙었을 때, 유행을 따른 쪽이 승리할 확률이 더 높죠.

그러나 이 메타는 매 토너먼트마다 바뀝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조건을 충족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게 절대 쉽지 않아요. 때로는 메타를 무시한 채 자신의 덱을 믿고 토너먼트에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토너먼츠 메타에 맞추어 카드를 딱딱 내려놓는 상대방을 보면 윽! 소리가 절로 나오죠.

게다가 콜렉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승점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카드는 콜렉팅으로 활용하여 점수를 뽑아내게 되는데, 이렇게 사용된 카드는 게임에서 다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이게 무섭습니다. 이렇게 카드가 정말로 필요 없는지 고민하다 끝내 버렸는데 나중에 “아- 가져올걸!” 하고 외치게 되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다양한 경우를 생각해야 하는데 덱을 만들랴- 메타를 따라가랴- 콜렉팅 하랴- 손과 머리가 바쁘기 때문에 압박감이 대단해요.

이러한 긴박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토너먼트 준비단계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내가 고른 카드가 올바른 정답인지 의심하는 그 순간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4. 풍성한 컨텐츠와 깊이

밀레니엄 블레이즈엔 정말 다양한 컨텐츠와 깊이가 담겨 있습니다. 수 백장의 카드 중에서 단 8장만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마어마 한데다, 카드마다 궁합과 상성이 있기 때문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조합으로 승부를 나서게 되죠.

아주 뛰어난 조합을 들고 토너먼트에 나서도 주의해야 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카드를 어떤 순서로 내려놓느냐에 따라 결과가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죠. 또한 1~2장의 희귀(강한) 카드를 가졌다고 해서 호기를 부려서도 안됩니다. 희귀한 카드 한장 없이 저렴한 카드군으로 콤보와 메타를 터뜨려 대며 토너먼트를 휩쓰는 상대방을 보고 멘탈이 터질 수도 있거든요.

Level 99는 이렇게까지 충분한 게임성을 뽑아놓고도 깊이가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Venue Deck 을 동봉하였습니다 (윗 사진). 준비단계가 시작되기 전 위와 같은 이벤트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라 공개합니다. 이번 준비단계 및 토너먼트에서 어떠한 추가 규칙이 생기는지 알려주죠. 안그래도 카드를 맞추느라 머리 아픈데 거기에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셈입니다. 전체적으로 간단한 규칙을 가졌으면서도 보통 게임 이상의 고민거리를 던져주는게 마음에 들었어요.

일부 사람들은 준비단계에 비해 토너먼트 단계의 깊이가 얕다는 평을 주곤 하는데, 저는 되려 더 복잡하고 깊었다면 게임 자체가 지나치게 무거워졌을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정도가 딱 좋은거 같아요.

자 그럼 세 가지 치명적인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1. 생각보다 늘어지는 게임

밀레니엄 블레이즈는 대략 2시간 내외의 플레이 타임을 요구합니다 (박스엔 80분부터라고 써져있지만 2인 혹은 숙련자 기준일겁니다). 사실 다른 전략게임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긴 플레이 타임은 아니예요. 그러나 밀레니엄 블레이즈가 가진 캐쥬얼한 게임성을 생각해보면 제법 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토너먼트 준비 단계의 시간을 줄이거나 토너먼트를 2회만 하는 식으로 탄력적인 조절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밀레니엄 블레이즈를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즐긴다는 느낌을 주지 못해요.

토너먼트 준비 시간을 크게 줄이면 초보자 및 영어 비숙련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감을 느끼겠죠. 콜렉팅 / 메타 / 덱 같은 다양한 것을 고려할 시간이 줄어드니 ‘에라, 모르겠다! 시간이 없으니 이렇게 하지 뭐!’ 하고 반쯤 포기한 채 게임을 진행할테고요.

그렇다고 토너먼트를 2회로 줄여버리면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카드를 모았는지, 어떤 성향의 게임 플레이를 하려 하는지, 지난 토너먼트에서 어떠한 약점이 노출 되었고 어떻게 보강할건지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듭니다. 게임이 가진 재미 요소 중 하나인데 말이죠. 이것 나름대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시간을 깎아낼 요소가 보이긴 하지만 깔끔한 맛을 남기진 않습니다. 저야 밀레니엄 블레이즈를 워낙 재밌게 즐기니 2시간이 짧다고 느끼지만,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겐 2시간 혹은 그 이상이란 시간은 거의 고문에 가깝게 느껴질 것 같아요.

2. 너무나 힘든 세팅

밀레니엄 블레이즈에서 사용하는 덱의 두께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그리고 그 덱을 종류별로 다시 분류해서 새로운 덱을 짜야할 생각을 하면 아찔하죠. 저 같은 경우는 한번 게임 덱을 구성하면 한동안 그 덱만으로 게임을 즐깁니다. 그러다 카드에 너무 익숙해진다 싶으면 일부 팩을 빼내고 새로운 팩을 집어넣는 식으로 즐기고 있어요. 만약 매 게임마다 새로운 팩으로 구성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거의 레전더리 덱빌딩 게임만큼 고통스러운 게임 리셋 &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게임을 구입하면 저 많은 종이 돈이 낱개로 들어있는데… 5장이 하나의 돈다발이 되도록 스티커를 모두 붙여야 합니다. 이 과정이 정말 힘들고 귀찮아요. 돈다발을 툭툭 던지며 게임하니 손맛은 상당히 좋은 편인데, 정말 스티커 작업이 힘들다면 포커 칩 같은것으로 대체해도 좋습니다.

3. 경험의 차이

역시 CCG 시뮬레이터(…) 답게 카드 군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는 상당한 차이를 가져옵니다. 아무리 카드 뒷면(팩)에 어떠한 타입/속성의 카드가 존재하는지 아이콘으로 그려져 있다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있느냐 없느냐는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게임을 처음하는 사람이 경험자를 이길 확률은 상당히 낮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주 흡족한 게임입니다. 어째서인지 밀레니엄 블레이즈를 하는 동안 리코쳇 로봇이 생각나곤 했어요. 8장의 카드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야 한다는 점, 그 8장의 카드 중 6장을 올바른 순서대로 플레이하며 점수를 극대화 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감각을 느낀걸까요? 매번 토너먼트에 나갈 때마다 “이게 최선일까?” 하며 떠오르는 의구심. “이게 최선이야!” 하며 스스로를 위한 격려. 자신있던 조합으로 완패를 당했을 때의 분함. 자신없던 조합으로 완승을 거두었을 때의 뿌듯함. 매 순간이 너무나 중독성 강합니다. 한동안 이 게임에 푹 빠져 살 것 같네요.

웬만해선 특정 디자이너 / 퍼블리셔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인데, 제게 있어 Level 99 는 배틀콘과 밀레니엄 블레이즈라는 게임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셈이군요. 오늘 페이스북을 보니 내년에도 독특한 게임을 발표하려 준비하는 것 같은데요. 내년엔 어떤 참신한 게임들을 발표할지 참 기대가 됩니다.

블로그 :: www.raccooncave.com/millennium-bl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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