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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반지의 제왕: 협력 리뷰

4,687 조회

2016.11.19 15:31

발매년도 : 2000년

게임 타입 : 협력, 타일뽑기, 주사위, 핸드관리, 여행, 셋콜렉션

플레이 타임 : 60분

플레이 인원 : 2 –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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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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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드게임의 세계로 인도해준 바로 그 게임. 반지의 제왕을 알아봅시다!

[주의 1] 해당 리뷰는 친구와 적 확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의2] 해당 리뷰에 포함된 황금색 반지는 다른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가져온 콤포넌트 입니다. 본 시리즈엔 동일 제품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주의3] 이하 반지의 제왕 소설과의 구분을 위해 반지의 제왕: 협력이라고 해당 게임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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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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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반지 원정대의 호빗이 됩니다. 조용한 마을인 백엔드 부터 시작하여 브리, 리븐델, 모리아, 로스로리엔, 아이센가드, 헬름협곡, 쉘롭의 둥지, 그리고 종착지인 모르도르까지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호빗 중 한명은 반지 운반자라는 막중한 임무를 띄게 되며, 시나리오의 진행에 따라 호빗들이 앞으로 전진하거나 맞은편의 사우론이 점차 호빗을 향해 전진합니다. 사우론이 서있는 공간에 도달하거나 지나치게 되는 호빗은 그 즉시 사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끝날 때마다 반지 운반자가 누가 되는지 신경써야 합니다. 만약 반지 운반자가 사망하게 되면 게임은 그 즉시 종료 됩니다.

시나리오의 진행은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됩니다. 좌측에 있는 시나리오 마커가 가장 밑에까지 도달하거나, 보드 중앙에 있는 메인 트랙이 끝까지 도달하면 됩니다. 시나리오 마커가 진행될 수록 플레이어들에게 불리한 이벤트가 연속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중앙에 있는 메인 트랙을 빠르게 공략하는게 승리의 열쇠가 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빨리 전진하면 안됩니다. 시나리오가 종료 되었을 때 모든 호빗은 반지, 태양, 심장 토큰을 하나씩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족한 토큰 하나당 호빗이 사우론을 향해 전진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생명 토큰은 보드 하단에 놓인 서브트랙에서만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빨리 시나리오를 종료해버리면 그만큼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됩니다.

또한, 반지토큰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다음 반지 운반자가 됩니다. 죽기 직전의 사람이 반지 운반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턴은 타일을 뽑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나쁜 영향을 주는 타일을 뽑으면 해당 영향을 해소한 뒤 한번 더 타일을 뽑아야 합니다. 만약 무기 / 숲 / 우정 / 여행 같은 좋은 타일을 뽑으면 해당 마커를 한칸 전진 시킨 후, 자신의 호빗을 뒤로 한칸 움직이거나, 카드를 두 장 뽑거나, 손에서 호빗 카드를 사용하는 등 액션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한장을 쓰거나 두 장을 쓸 수 있는데, 두 장을 사용할 땐 흰색 & 회색 조합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핸드 관리를 꾸준하게 해주어야 하지요.

게임을 하며 모을 수 있는 실드(게임 종료 후 점수의 일부가 됩니다)를 사용하여 간달프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사우론의 전진을 막아주거나, 이벤트 타일의 발동을 막아주기도 하는 등 호빗들을 위험에서 구출해주는 역할을 하죠.

호빗들의 동료들은 시나리오를 진행하여, 또는 리븐델과 로스로리엔 같은 안식처에서 공급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동료 카드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반지파괴 여부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쌓여가는 오크군대 카드 또한 처리해야 합니다. 총 8장이 되면 무조건 패배하기 때문에 억지로 피해를 받아가며 군대와 싸워야 하기도 하지요. 이 녀석들도 여간 골치 아픈게 아닙니다.

게임 도중에 반지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지를 이용하여 마커가 지나간 자리에 있는 실드 / 토큰 / 특수카드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서둘러 시나리오를 종료해야 한다면 반지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요.

이렇게 모르도르까지 화산 정상에 도달하면 마지막으로 반지 운반자가 시험에 들게되며, 마지막으로 주사위를 굴려 생존하게 되면 반지 파괴에 성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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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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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있어 반지의 제왕은 굉장히 큰 의미가 담긴 게임입니다. 저를 보드게임의 세계로 인도한 최초의 보드게임이자, 게임은 곧 경쟁이라는 개념을 완벽하게 깨뜨린 보드게임이기 때문이죠. 자, 반지의 제왕에 대해 이모저모 살펴봅시다!

1.스토리 전체를 아우르다

반지의 제왕이란 세계관은 다양한 장르의 보드게임에 사용 되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LCG, 반지의 제왕: RISK, 반지의 제왕: 대결, 반지의 제왕: 다이스 빌딩, 반지의제왕: 모노폴리, 반지의제왕: 듀얼 등등… SF에 스타워즈가 있다면 순수 판타지엔 반지의 제왕이 우뚝 버티고 있지요.

그러나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이러한 게임들은 반지의 제왕 세계관 내에서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사건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끔 테마만 빌렸을 뿐 소설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스핀오프를 만들어 파는 한 경우도 있죠. 이런 게임을 접할 때마다 큰 아쉬움을 느낍니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캐릭터끼리 주사위를 굴리며 치고박고 싸우는걸 보면 재미야 있지만, 게임 내내 “뭐야? 넌 누구야? 소설에 있었어?” 하는 어색함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협력은 원작에 충실합니다. 호빗 일행이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떠나는 기나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빈약한 장비를 가지고 고향을 떠나, 모르도르의 기사단- 나즈굴의 위험한 추격을 뿌리치고, 로스로리엔과 리븐델에서 잠쉬 숨을 돌리며 아라곤 & 김리 & 레골라스와 같은 강한 동료를 만나며, 위험에 빠졌을 땐 반지를 사용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동료과의 끊임없는 신뢰와 도움을 통해 험한 관문을 뚫고 모르도르 산의 정상까지 도달하는 과정까지!

책이나 영화를 본 플레이어라면 “맞아! 이런 부분도 나왔지! 이런 캐릭터도 여기에서 만났어!” 하고 대번에 알아볼 정도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게임 속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소설의 보드게임화’ 라는 표현이 이 게임만큼 어울리는 일도 없을 겁니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이 게임만큼 팬을 배려한 게임도 없습니다.

2.상당한 난이도

반지의 제왕:협력은 15년 전에 나온 게임치고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벌어지는 이벤트도 대부분 위협적인데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사우론, 속절없이 사우론을 향해 전진하게 되는 호빗, 가능한 빠르게 시나리오 트랙을 전진해야 하지만 동시에 사이드 트랙도 신경써야 하는 어려운 운영, 계속 쌓여가는 모르도르의 군대 등 여기저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악랄하게도 5인 플레이시 반지 토큰은 인원 수 만큼 있지만 하트와 태양 토큰은 인원 수보다 적습니다. 누군가 반드시 희생을 해야만 하죠.

이렇게 신경써야 할게 굉장히 많기 때문에 큰 위기없이 잘 진행하다가 엇! 하는 순간에 죽음의 직전까지 몰리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반대로 죽음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신중한 게임운영으로 모르도르까지 도달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죠. 이렇게 모르도르 근처에서 좌절하게끔 조절 된 난이도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반지를 파괴하기 직전이었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된건데!’ 하고 한번 더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킵니다.

3.희생의 중요함

최근 나오는 협력 보드게임을 보면 모두 함께 승리하거나 모두 함께 패배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에 임하게 됩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협력에선 독특한 패배규칙 때문에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게임에 임해야 합니다. 바로 “반지 운반자가 죽으면 패배한다” 는 규칙입니다. 이 규칙 하나로 인해 반지의 제왕:협력은 타 협력게임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모든 것은 반지 운반자가 중심이 되어 결정됩니다. 위험이 닥쳐올 때마다 플레이어들은 “아니야, 내가 희생할게. 반지운반자인 너는 죽으면 안돼.” 라며 스스로 피해를 안고 사우론에게 목숨을 잃거나, 반지운반자가 죽음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고 “나는 곧 사우론에게 죽을거야. 그러니까 네가 반지를 이어받아.” 하며 토론을 통해 반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머지않아 사망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동료들의 희생을 통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끝내 반지운반자가 반지를 파괴하면 게임을 클리어 했다는 기쁨과 동시에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도 듭니다. 이것은 여느 협력형 보드게임에선 찾기 힘든 독특한 감정이지요.

자, 장점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단점을 꼬집어보죠.

1.전체적인 흐름은 반지의 제왕이지만…

분명히 전체적인 흐름은 반지의 제왕입니다. 다사다난 했던 그들의 행보는 모두 시나리오로 간략하게 처리되어 있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간략화 된 나머지 소설/영화를 곱씹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게임 자체가 상당한 압박감을 주기 때문에 “아 맞아~ 이런 이벤트가 있었지. 소설에서는 이 때 아라곤이~” 하며 그들의 여정을 곱씹어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그저 시나리오가 터져나가며 생명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막아내는데 급급해지기 때문이죠. 조금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게다가 반지의 제왕을 잘 모르는 사람이 게임을 해도 그 사건의 의의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것이 무슨 사건인가? 보다는 이 사건이 내게 주는 피해는 얼마인가? 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좀 더 여유있는 플레이를 통해 호빗들의 여정을 떠올린다면 참 즐거운 게임이 되겠지만, 빠른 템포로 게임을 진행하면 큼직한 플롯만 빨리빨리 찍고 가는 싸구려 여행사(…) 같은 느낌만 받게 됩니다.

2.굉장히 중요한 타일 운

이 게임의 난이도는 타일이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만약 타일을 섞었는데 시나리오 타일 / 사우론 타일이 타일 덱의 위에 몰려있다면 시작부터 지옥의 강행군을 하게 됩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시나리오야 어떻게든 2번정도 막을 수 있긴 하지만, 그 외에도 괴로운 타일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게임이 터져나가는걸 완벽하게 막을 순 없습니다.

정말 재수가 없다면 첫번째 보드에서 사우론이 절반 가까이 호빗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죠. 팬데믹 같은 게임에서는 질병카드가 사용되고 다시 덱으로 돌아오는걸 보며 확률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지만, 반지의 제왕은 그것을 감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찌보면 타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는 재미난 경험을 하게 해주지만, 게임 내내 정말 조심스럽게 운영했는데도 실력에 상관없이 마지막의 악운으로 전체 여정을 망치면 큰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3.고정된 시나리오로 인한 낮은 리플레이성

반지의 제왕은 진행의 흐름이 고정 되어있습니다. 시나리오 순서가 바뀐다던가 생각치도 못했던 카드를 받는다던가 하는 경우는 없죠. 덕분에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고 반지를 파괴할 확률을 늘려주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리플레이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팬데믹과 같은 협력 보드게임이 장수하는 이유는 매 게임마다 다른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매번 플레이어들을 새로운 상황 속에 던져 넣음으로써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하게끔 만들고, 매번 다른 상황 속에서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게 되는 것이죠. 이 점이 재밌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즐긴 협력게임을 다시 즐기게 되는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에는 이 점이 제법 부족합니다. 정말로 반지의 제왕을 좋아해서 그 여정 자체를 즐기거나, 게임 종료 후 매겨지는 점수를 통해 신기록을 세우는게 아니라면 이미 클리어한 반지의 제왕을 다시 집어들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이번 여정도 똑같은 길을 걸을테고 똑같은 위기를 겪을테니까요.

무려 15년 전에 나온 게임이지만 잘 만들어졌습니다. 테마는 내다버리는 레이너 크니지아가 만들었는데도 반지의 제왕을 게임 속에 잘 녹여냈지요. 부분적으로 아쉬운 점이나 일부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없는 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팬이라면 한번쯤 해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원문 :: www.raccooncave.com/lord-of-the-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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