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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어 (샀기에) 쓰는 리뷰3: 아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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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7 16:07

<아문레> 구판 일러스트(출처: 보드게임 긱)

1. 들어가며

<아문레>는 2003년에 출시된 이래로, 절판되었다가 최근 슈퍼미플에서 재판되었고, 다시 다다에서 한국어판(엄밀히 말하면 설명서만이지만)을 출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죠. 저는 구판을 구해서 가지고 있긴 하지만, 보다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해서 기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재밌는 게임이거든요.

아문레는 라이너 크니지아의 여러 경매 게임 중 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같은 작가의 다른 경매 게임인 <태양신 라>와 테마도 비슷하고, 메커니즘도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두 게임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또 두 게임은 모두 3-5인까지 가능한 게임이지만, 가장 재밌다고 하는 인원수도 다릅니다(찾아보니 '라'가 2-5인이네요. 제가 가지고 있던 999게임판은 3-5인이었는데, 신판이 나오면서 바뀌었나요?). 여러모로 닮은 듯 서로 다른 형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간단히 <아문레>의 룰을 살펴보고, 왜 좋아하는지, 또는 어떤점이아쉬운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아문레>의 간단 룰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에 유명했던 광고 중에 하나가 드비어스社의 광고가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이어서 구체적인 광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광고문구만은 기억이 납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드비어스社의 최근 광고

마찬가지로 <아문레>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이 요약 할 수 있습니다: "피라미드는 영원히"

플레이어들은 이집트의 구왕조와 신왕조 각각 세 시기마다, 농부들에게 세금을 걷고, 낙타 무역을 하며 피라미드를 쌓습니다. 그리고 한 왕조가 끝나면 주인도, 농부도, 낙타도 모두 사라져.. 오직 피라미드만이 영고한 세월을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아문레>는 크게 두 시기로 나뉩니다. 각각은 구왕조와 신왕조로, 한 왕조가 끝날 때마다 피라미드를 바탕으로 점수를 계산합니다. 그리고 각 왕조는 다시 세 시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3라운드 돌고 점수 계산하고, 다시 3라운드 돌고 점수 계산합니다.

이집트 시대의 농부들은 괴롭다(출처: 보드게임 긱)

'피라미드 = 점수'라면, 피라미드는 어떻게 쌓을까요? 바로 돈입니다. <아문레>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돈'입니다. 각각의 라운드의 구성을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피라미드를 세우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라운드는 크게 5개의 페이즈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문레> 한 라운드의 구성과 각 페이즈별 사용가능한 파워카드

페이즈가 많아 보이지만, 별로 많지 않습니다. 먼저 위 요약표의 페이즈1은 카드 배치입니다. <아문레>(구판 기준)에는 총 15개의 지역이 있습니다. 매 라운드가 시작할 때마다, 플레이어의 수만큼 지역카드를 공개합니다. 이제 공개된 지역카드에 해당하는 지역들이 이번 라운드의 경매 대상이 됩니다.

다음으로 페이즈2는 경매입니다. 이 경매 방법이 조금 특이합니다. 기본적으로 한 플레이어는 한 지역카드에 입찰하되, 이게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플레이어는 한 번 입찰하되 자신과 같은 지역에 누군가 다시 상회입찰을 한다면 반드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다시 입찰해야 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이동하고, 이동당하다가 평형 상태에 이르면 경매가 끝납니다. 구왕조에서는 이 경매 프레이즈가 금방 끝나는 편이지만, 신왕조에서는 엄청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페이즈3은 자원 구매입니다. <아문레>에는 크게 세 가지 자원이 있습니다. '농부, 벽돌(피라미드), 파워카드' 이 중 '농부'는 '돈'을 벌기 위해, '돈'은 '벽돌'을 구매하기 위해 쓰입니다. 즉 '농부 > 돈 > 벽돌'이런 순환 구조가 있는 셈이죠(파워카드는 카드마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 다릅니다). 이 자원들은 하나를 살 땐 아주 저렴하지만, 많이 사면 살수록 단가가 오릅니다. 때문에 이번 턴에 1개, 다음턴에 1개를 사는 게, 이번 턴에 2개, 다음턴에 0개를 사는 것보다 유리합니다.

페이즈4에서는 아문레에게 제물을 바칩니다. 이 과정에서 눈치 싸움이 일어납니다. 아문레에게 공헌한 전체양이 많으면, 비가 많이 와서 농부를 지닌 땅이 축복을 받지만, 돈이 중요한 게임에서 너무 맣은 돈을 쓰는 것은 또 지양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반면 또 제물을 가장 많이 낸 사람에게 아문레가 포상(자원 3개)을 내리기 때문에, 고민은 계속됩니다. 만약 농부가 많은 땅주인이라면,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이는 내되, 다른 사람들도 많이 내서 많은 비가 왔으면 싶을 것이고. 농부가 없고 메마른 사막에서 활동하는 낙타를 가진 땅주인은 되도록 비가 안 오길 바라면서도, 아문레의 포상을 놓치기는 싫어지죠(1원이라도 내면, 아문레가 1개 자원을 포상으로 내립니다).

페이즈5에서는 4의 결과에 따라, 농부나 낙타로 인한 수입을 얻습니다. 유일하게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버는 페이즈입니다.

이렇게 세 라운드가 지나면, 왕조의 마지막에 피라미드를 바탕으로 점수를 계산합니다. 나일강 양편의 제일 피라미드가 많은 땅의 주인, 모든 땅을 골고루 개발한 땅주인 등 여러 요소로 승점을 얻습니다.

이렇게 두 왕조(구, 신왕조)가 끝나면, 게임이 종료됩니다. 간단하죠? 즉 큰 흐름만 쓰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경매 > 구매 > 수입'*3 / 점수 계산 / '경매 > 구매 > 수입'*3 / 점수 계산

글재주가 없어 말을 복잡하게 해서 그렇지, 사실 위에 쓴 한 줄이 답니다. 그럼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셨으리라 믿고, 주관적인 의견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3. 주관적인 견해

앞서 밝혔듯, 저는 이 게임을 좋아합니다. 때문에 아무래도 장점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단점도 있지만요 ^^; 제가 생각하는 장단점을 위주로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1. 생각보다 쉽다?

<아문레>는 긱 웨이트가 3.07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태양신 라>가 2.36인 것에 비하면 다소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점대 초반의 긱웨이트를 가지는 게임들을 살펴보자면, <데드오브윈터>(3.00), <버건디의 성>(3.05)과 같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게이머들에게는 미디엄 게임이고, 입문자에게 적극 권할 난이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문레>가 이런 게임들만큼 복잡한가?라고 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진행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뭐가 중요하다구? 피라미드. 피라미드를 세우려면 뭐가 필요하다구? 돈. 돈을 버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구? 농부나 낙타로.'와 같이 합리적인 순서로 진행됩니다. 적어도 '이 액션을 왜해야 하는지 모르겠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그리고 설명은 복잡해 보여도, 한 라운드만 돌면 다들 감을 잡아서, 뭘해야 할지 금새 파악하게 됩니다.

또 경매게임의 어려운 점이 '이 상품을 위해 얼마까지 내가 내야하나?'라는 감을 잡기가 어렵다는 점인데, 땅간의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고 수입도 바로 직후에 얻게 되기에 상품의 가치를 알기 쉬운 편입니다.

사실 수십판을 돌린 게 아니라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 게임의 주인이나 숙련자가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긴 하지만, 처음하는 입문자가 이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에 게임 센스의 차이도 무시 못하겠습니다만...금방 누구나 익숙해지기 때문인 듯합니다.

3.2. 밸런스가 잘 맞는다

<아문레>의 땅을 보면, 밸런스가 안 맞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수입도 거의 없는 쓰레기와 진배없는 땅도 있는 반면, 가져갈 때 보너스도 있고, 농부 놓을 자리도 많은, 소위 젖과 꿀이 흐르는 땅도 있죠. 그러나 젖과 꿀이 흐르는 옥토의 소유자가 꼭 게임의 승리자가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이 게임이 경매 게임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두 시기로 나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좋아보이는 땅은 '누가 봐도 좋아보이기' 때문에, 민족 대이동이 잦습니다. 반면 시궁창같은 땅은 마지막에 밀리고 밀려서 오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의외로 이 차이만큼 수익의 차가 안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신왕조 시기에는 피라미드 건설이 보다 중요해지는데, 벽돌 하나라도 더 많이 지어져 있다면, 이러한 수익의 차이는 금방 뒷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구왕조는 짤짤이 점수를 벌면서, 돈을 비축하고 신왕조에서 비축한 돈으로 피라미드를 싸지르는 구조라고 생각하기에, 땅간의 밸런스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은 듯합니다(물론 신왕조에서 그 땅이 농부도 돈도 피라미드도 없을 순 있습니다만...)

3.3. 5인이 가능한 미디엄 웨이트 게임

<아문레>의 가장 큰 단점은 인원수입니다. 3-5인이라고 되어 있지만, 3명이 이 게임을 하는 장면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요. 최적은 5명입니다. 왜냐하면 3라운드 간 모든 지역카드가 공개되기 때문이죠. 또한 경매라는 특성상 인원수가 많을수록 더 변수가 많아집니다. 4명도 괜찮기는 했지만... 5명에 비할 게 못 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4인이 가능한 다른 재밌는 게임도 많구요.

저는 보드게임을 보통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나누지 않고 같은 테이블에서 하는 걸 선호합니다. 룰 설명이야 할 수 있지만, 실제 게임을 그 게임을 아는 사람과 같이 하느냐 아니냐는 꽤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가장 애매한 인원수가 5인과 6인입니다. 7명 이상이면 어쩔 수 없이 테이블을 둘로 나누면 되지만, 5-6인은 '굳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 가족게임이나 파티게임을 많이 돌리곤 하죠. 근데 점차 친구들이 익숙해질수록, 조금 더 복잡한 것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 왔습니다.

저는 이런 순간이 <아문레>가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5명이 제일 재밌는 게임은 파티게임이 아닌, 적어도 어느 정도 전략성이 있는 게임에서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닐라>, <맹그로비아>, <이스탄불> 같은 가족 게임이 있지만, 글쎄요. 저는 이들보다는 <아문레>가 더 깊이가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또 5명이 한다고 시간이 그렇게 늘어지는 것도 아니라서요.

물론 자신만의 5명이 모였을 때 내놓는 게임(<데드오브윈터>나 <엘 그란데>라든지..?)이 있다면, <아문레>는 '5인플만 재밌는 반푼이 게임'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없었다면, 5인용으로 <아문레>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저는 <콜로세움>과 <아문레>를 중간 정도 무게의 5인 게임으로 골랐거든요).

3.4. 구성물

<아문레> 구판은 사실 좀 미묘한 일러스트입니다... 그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사진빨은 엄청 잘 받는 게 또 아문레입니다. 게임이 끝나고 피라미드가 왕창 쌓여 있는 모습을 옆에서 찍으면 정말 이집트 같습니다(?!). 긱에도 유독 옆에서 찍은 보드판 사진이 많은데,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ㅋㅋㅋㅋ

거짓말을 보태서 레알 나일강 같은..(출처: 보드게임 긱)

신판은 일러스트와 구성물이 더 좋아졌던데, 얼마나 예쁘게 사진빨을 받을지 상상조차 안 가는군요...개인적으로는 질박한 걸 좋아해서 구판을 더 좋아하지만(<사무라이> 구판과 신판같은 느낌이랄까요?), 객관적으로는 신판이 모두가 더 좋아함직한 일러스트인 듯합니다. 여튼 의외로 구성물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3.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어째 3.1-3.4를 부정하는 절이 될 것도 같습니다만, <아문레>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건 인원수입니다. 5인 미디엄 게임이 필요하다면 좋겠지만, 범용으로 어떤 인원수도 커버할 수 있는 게임으로는 굉장히, 굉장히, 아주, 부적합합니다.

또 기본적인 룰은 깔끔한데, 파워카드 사용이 번거로운 점은 좀 불편합니다. 파워카드는 각각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다 다른데요. 게임을 맛깔스럽게 해주는 부분이지만, 설명과 사용이 조금 번거로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수확 시기(페이즈5)에 쓰이는 카드들은 카드 디자인이 좀 덜 직관적인 것 같습니다. '농부를 놓을 수 없더라도' 공짜 농부를 한 명 놓을 수 있는 것과, '모든 수입을 포기하고' 돈 8원을 얻는다는 게 잘 드러나지 않아서요. 물론 한 번 설명을 들으면 착각하진 않겠지마는... 저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페이즈별로 색상을 정해놓고, 그걸 요약표에는 반영해주지 않은 점도 좀 아쉽습니다(위의 라운드 요약은 싸제(?)입니다).

재미를 주는 포인트이자, 아쉬운 점이기도 한 점은 두 왕조입니다. 신왕조는 정말 피튀기는 경매가 있고, 피라미드들을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세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에 반해, 구왕조는 조금 그런 박진감이 덜합니다. 입문자들과 할 땐 감을 잡는 용도로 구왕조를 플레이하고, 완전히 이해된 상태에서 신왕조를 진행할 수 있어서 좋지만, 음 글쎄요, 완전히 룰을 다 이해한 상태에서 구왕조를 플레이한다면, 모두 너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결론

5명이 할 수 있는, 중간 난이도의 무게를 가진 게임을 원하신다면! 사세요! 두 번까지는 아니지만 사세요!

그러나 이미 맘 속에 찜쿵해놓은 5인용 약혼자가 있다면,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말 재밌는 게임이니, 한 번 해보시는 것은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혹 4명이 하고 <아문레>를 평가하셨다면, 꼭 5명이 풀로 채워서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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