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중간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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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7 09:26

반지전쟁이란 게임이 굉장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난이도가 대단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고 2인플에 맞춰 있어서 구입을 꺼렸습니다.

그러다가 스케일님의 정성스런 포스팅에 용기를 내서 구입해 봤는데, 정말 룰이 어렵긴 합니다. 4번 플레이 해봤습니다만 에러플을 안해 본 판이 없을 정도이고 그 에러플이 승패에 영향을 끼칠만한 것들이어서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추적주사위 배분시 동료수 이상을 놓으면 안된다라든지, 정치트랙이 전쟁에 가 있지 않으면 적의 국경을 침범할 수 없다라든지, 전쟁 중이 아닌 국가에서 병력을 뽑는 경우라든지, 은연중에 나도 모르게 에러플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렵다는게 룰 자체가 어렵다기 보단 자잘하게 기억해야 할 룰들이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메이지나이트보다도 더 잔룰이 많은 느낌이랄까요. 근데 이 룰들이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라 하나하나가 다 이유가 있어, 이 복잡한 룰들이 중간계의 테마를 제대로 살려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위에 에러플의 예들 중에서 추적주사위 배분의 경우, 반지원정대 동료들의 수가 적다면 당연히 사우론이 이들을 추적하기 어려워지니 추적주사위 배정 숫자도 줄어들게 룰이 정해져 있습니다. 또한 카드의 내용이나 주요인물들의 역활들도 소설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테마의 몰입감을 더 높여 줍니다. 세세한 룰들이 테마를 살리는 것은 메이지나이트를 해보신 분들도 공감하실 겁니다.

이런 크고 작은 룰들의 난관을 몇번의 테플로 넘어서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우론과 자유민족간의 혈투, 반지원정대의 목숨을 건 모험의 서사시에 녹아 들듯 빠져버리게 됩니다. 플레이를 하면 자연적으로 소설의 내용처럼 어둠의 세력이 중간계를 위협하면서, 반지원정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절대반지를 운명의 산으로로 가져가는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플레이어는 그 큰 이야기의 틀속에 크고 작은 변수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원작소설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갑니다. 보드판 위에 주사위를 굴리고 피규어를 움직이고 카드들 쓰면서 보드게임이 이런 경지에 이룰 수 있구나라는 감동을 느낍니다. 마치 자신이 중간계의 역사를 쓰는 듯한 기분이 들고, 어떤 플레이를 하든 자신만의 서사시를 써내려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톨킨의 소설을 새로 쓰듯 테마에 흠뻑 취하게 되지요.

이런 작품을 플레이 해본 것 자체가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하네요. 늦게 알게 되서 기념판이나 확장팩들을 구할 수 없다는게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당장은 본판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케일님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료로 고생한 자료를 쓰기엔 정성이 너무 대단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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