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파이터:초보자 유도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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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2 00:11

(이미지는 전부 보드게임긱에서 퍼왔습니다)

1. 잡담 및 소개

보담에서 덱스터리티 게임을 추천받는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덱스터리티? 덱 빌딩 같은 건가? 도미니언?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뒤늦게 방송을 들은 후에야 "젠가"나 "할리갈리"류 게임을 지칭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초보자용 게임도 있었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저는 그런 게임 하나 정도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 쓰는 전략 게임도 물론 좋지만 너무 정적인 것들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던전파이터입니다. 제가 처음 제 돈으로 산 보드게임이 로빈슨 크루소라는 협력게임이었기도 하고요.(친구들이 치열한 경쟁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잡담은 그만두고, 이 게임을 3번 정도 돌려본 결과, 꽤나 좋은 초보자 입문 게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초보자를 데리고, 협력과 덱스터리티 사이에서

먼저 던전 파이터 게임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이렇게 생긴 주사위를....

이렇게 해서....

원판 위에 넣으면 됩니다. 참 쉽죠? (크흠....)

여러 부가적인 요소가 있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주사위를 원판 위에 잘 굴려 놓는다. 캐릭터 카드 효과도 있고, 던전 이동, 체력 수급, 주사위 배분, 다른 요소가 있겠지만 초보자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이것뿐입니다. 온리 피지컬 게임! 저는 던전 파이터를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손이 모든 걸 해결해줄 테니 그냥 던지라고. 그리고 여기서 협력게임의 단점이 장점이 됩니다!

협력 게임의 단점이란 흔히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권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협력 게임에선 의사소통과 AP의논이 메인이기 때문에 초보자와 함께 한다면 제대로 된 토의가 나올 수 없습니다. 방금 룰을 들은 사람이 숙지한 우리보다 목소리가 작을 것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던전 파이터에서는? 리더는 절대 혼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아니, 주사위가 나와야 뭘 하든 말든 하지....!" 던전 파이터는 모든 사람의 행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림판 급조입니다...ㅈㅅ)

던전 파이터의 장점은 이밖에도 있습니다. 정신 나간 캐릭터 일러스트나, 특색 있는 효과들... 이런 것들은 초보자가 좀더 여유를 갖고 나서 챙겨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신의 주사위가 3점, 4점, 혹은 1점이라도 들어가서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데에 도움이 됐다. 그런 뿌듯함과, 그럴 때 우리가 날려주는 따봉, 칭찬, 하이파이브 같은 것이 초보자가 처음 보드게임할 때 느끼는 보람을 선물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룰이 워낙 간단하고, 조금 어려워 보이는 것은 협력 게임이기 때문에 우리가 챙기면 됩니다.

3. 단점, 혹은 유의할 점

그럼 이 게임이 완벽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던전 파이터 한줄평에도 잘 나와있듯이 극악무도한 난이도로 유명합니다. 원판 안에 주사위 던져 놓는 게 뭐 그리 어렵냐 할 수도 있겠지만, 테이블을 한 번 튕기고 주사위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의외로 굉장이 어려운 편에 속합니다. 머리 쓰는 게 아니라 오직 피지컬 게임이기 때문에 극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방금 던졌던 야구공을 다시 같은 자세로 던져도 같은 곳에 던지기 힘든데, 더 작은 주사위라고 오죽할까요. 처음 하면 1점만 들어가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렇게 점수 내기가 어렵다면 초보자는 금방 짜증을 내겠죠. 아무리 던져도 내 주사위는 보드판 저 멀리 떨어져서, 소파 밑에 들어가고, 찾느라 먼지 뒤집어 쓰고...어후.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주사위는 아무리 해도 운이라고 하지만 해결법은 존재합니다.

4. 팁

처음 주사위를 던지면 실패 경우는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너무 세게 던져서 보드판 밖으로 나갔다. 반사 대미지->누적으로 사망

2) 이제는 좀 살살 던져볼까? 보드판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멈춤. 반사 대미지->누적으로 사망

3) 이제 힘을 적당히 준 것 같다. 중앙으로 가다가 어? 중심을 못 잡네? 보드판 밖으로 나감. 반사 대미지->누적으로 사망

그럼 제가 지금까지 말한 건 전부 잡소리였을까요? 초보자는 대미지 주기도 힘든 이 게임을 초보자 입문 게임으로 추천한다니...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해본 친구들 5명에게 이 방법을 추천해본 결과 전부 어느 정도(50%이상)주사위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연구 표본이 적긴 하지만 이 정도면 가장 쉬운 난이도는 클리어해볼 만합니다.

팁1. 보드판과 거리는 충분히

룰 상 주사위는 테이블에 무조간 한 번 이상 튕기고 보드판 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이때 테이블이 좁으면 조준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좁은 테이블에 한 번 맞추고, 그 이상 보드판으로의 힘조절까지 해야 되니까요. 이왕이면 충분한 면적이 있어야 주사위를 튕기기 좋습니다. 룰북을 참조하자면 주사위를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던질 수 있도록 주변의 음료, 사물 같은 걸 치워주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로서 조금만 연습해보면 1,2번 실패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0프로 보드판 안에 들어간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도 4번 중 1번 정도는 어이없게 주사위가 홈런을 칠 때가 있습니다...

팁2. 스핀을 넣어라

평소에 주사위를 어떻게 굴리시나요? 저는 부루마불을 하던 시절부터 그냥 주사위를 흘리듯이 던졌습니다.

(그림판이 또....)

하지만 이 게임은 피지컬 게임이기 때문에 요령이 필요합니다!

(그려놓고 보니 핸즈켓 슛 방법 같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주사위를 굴리는 게 아니라 약하게(매우 중요) 쏜다는 생각으로 스핀을 주면 주사위에 중심축과 방향이 생깁니다! 야구로 치면 어디로 휠지 모르는 너클볼에서 스핀을 줌으로서 패스트볼이 되는 것이죠. 스핀이 생긴 주사위는 더 이상 3번 실패처럼 맥 없이 방향을 잃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힘 조절을 연습한 플레이어는 안정적인 대미지 딜링이 가능합니다. 사실 상 이 글에서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팁3. 현실적으로 가능한 아이템만 사라.

던전 파이터에서는 한 맵을 전부 클리어 하면 마지막에 상점이 나옵니다. 물론 어떤 아이템이 나오는지는 그야 말로 신에게 맡겨야 할 문제지만, 아이템 중에서도 정말 함정 카드들이 많습니다. 손등에 놓고 튕겨서 던지기, 머리로 쳐서 던지기, 가림막 맞추고 던지기, 뒤돌아 던지기, 멀리서 던지기....이런 건 대표적인 함정 아이템들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아이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건한 자세로 던지기(가슴 중앙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 한 번 하세요), 스핀샷(정말 놀랍게도, 팁2를 쓰다보면 그냥 고정 +2댐이 생깁니다), 점프샷(높게 점프하지 마세요. 그냥....지상에서 1cm정도 떨어져도 점프는 점프니까요^^). 만약 양손잡이가 있다면 안 쓰는 손으로 던지기가 가장 꿀입니다.

.....제가 바로 양손잡이입니다ㅋㅋㅋㅋㅋㅋ

5. 마치며...

첫 해외직구를 했을 때 산 게임이기 때문에 애정이 깊습니다. 약간 모서리가 박손되서 오긴 했지만...제가 판타지 테마를 좋아하다 보니까 그런 것도 있었습니다. 첫 플레이 때 이걸 어떻게 깨지? 괜히 샀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주사위만 잘 굴린다면 초보자와 즐길 수도 있고, 그냥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즐거운 파티+협력+덱스터리티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플레이에서 어려움 난이도 보스 전에서 전부 사망하긴 했지만 다음 파티에서는 불 확장까지 껴서 할 예정입니다. 저는 캐릭터 몇 개랑 몬스터, 아이템만 추가했을 줄 알았더니 무슨 괴상한 불꽃 토큰하고 보드판 위에 놓는 화염 기믹(?)도 있더군요. 룰북이 필요 없을 줄 알고 해외직구 때 껴서 샀더니만 영어를 번역해야할 판입니다. 허허. 여튼 많은 분들이 던전 파이터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주사위로 스핀샷이 자신한테 맞는지는 체크하시고 도전하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이만 리뷰 마치겠습니다.

주사위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