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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 Spit it out - 실소도 웃음입니까

1,433 조회

2016.04.18 10:51

발매년도 : 2015

인원 : 3-8

플레이타임 : 20분-30분

언어: 7/10

난이도: 0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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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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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출판사에 큰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닙니다. 판타지 플라이트, GMT, 아즈모디, 지맨 등 정말 메이저급이 아니면 나머지 출판사는 잘 몰라요. 실제로 구매한지 10년 가까이 지나서야 "엥? 이거 걔네가 출시한 게임이었어?" 하고 새삼스럽게 놀랐던 적도 많습니다. 이토록 출판사에 관심 없는 저인데... R&R은 이래저래 최초의 회사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최초냐구요?

첫 게임 이후 도대체 어느 회사가 이런 게임을 만든거야? 하고 직접 웹사이트까지 방문하게 만든 것이요.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웹사이트까지 방문하게 만든건지 함께 알아봅시다.

* 참고로 R&R은 몸마사, 하나비, 홈스트레치, 콜 바론 같은 나름 명성 높은 게임들도 출시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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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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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은 정말 쉽고 짧습니다.

1. 정답자는 주사위 두 개를 동시에 굴립니다.

2. 출제자는 카드 여섯장을 뽑습니다.

3. 출제자는 30초짜리 모래시계를 뒤집음과 동시에 문제를 하나씩 제출합니다.

4. 정답자는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에 대해 오답을 말해야 합니다.

5. 정답자는 주사위 눈에 해당하는 문제만 정답을 말해야 합니다.

6. 오답은 문제가 말하고자 하는 범위 내에서 벗어나면 안됩니다.

예) 바지에 입는 것을 말하시오

-> 초콜릿 (X)

-> 모자 (O)

7. 모두 올바른 오답 / 정답을 말하면 정답자는 1점을 추가로 받습니다.

8. 이렇게 모두 2번씩 문제에 도전하게 되면 게임이 종료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 이게 모든 규칙입니다. 바로 감상으로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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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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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 잇 아웃을 하면서 정확하게 세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1. 이게 2만원이야?

2. 재미 포인트가 뭐야?

3. 이것보다 나은 게임이 훨씬 많아.

하나씩 면밀히 살펴보자면...

1. 이게 2만원이야?

스핏 잇 아웃엔 약 300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게다가 양면으로 되어있으니 총 600가지 문제가 있는 셈이지요. 거기에 주사위 및 점수기록 용지가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입니다. 2만원이라는 돈이면 정말 재밌는 카드 게임을 하나 구입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돈을 보태면 괜찮은 저가형 보드게임도 살 수 있는 금액이죠. 이 금액을 스핏 잇 아웃에 쏟아부으시려는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2번 때문입니다.

2. 재미 포인트가 뭐야?

스핏 잇 아웃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재미포인트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정답자가 되어 정답을 맞추는 과정이고, 또 하나는 관람자가 되어 정답자가 끙끙대는 모습을 구경하는 과정이지요.

정답자가 되어 맞추는 부분은 그럭저럭 재밌습니다. 타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뇌마비(?) 현상을 이 게임에서도 느낄 수 있거든요. 늘 올바른 대답을 하도록 훈련되온 뇌가 갑자기 오답 = 정답이라는 시스템에 익숙해지지 못하면, "어....그..어어버ㅓ버...." 하고 크게 당황하게 되죠. 게다가 시작과 동시에 굴리는 두 개의 주사위로 인해 일부는 오답을 & 일부는 정답을 맞춰야 하는 혼란스러움도 재밌긴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는...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점점 뇌가 적응을 시작하고, 나중엔 막힘없이 오답/정답을 말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재미는 당혹감 / 뇌마비에서 오는건데... 그런 점이 모두 사라지게 되죠.

자, 그럼 다른 사람이 맞추는걸 보는 과정은 어떨까요?

이게 게임 내내 제 표정이었습니다. 글로 표현하면 얼마나 잘 전달 될지 모르겠지만...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주사위 눈) 2, 5

#1 "청바지 브랜드 하나 말해봐!"

=> 어어.. 음.. 어... 애플!

#2 "퍼레이드에서 찾을 수 있는 악기는?"

=> 드럼!

#3 "정원에서 기를 수 있는 채소이름!"

=> 어어...포도. 아니. 그... 야자나무!

#4 "빛의 삼원색은?"

=> 어음.... 음... 똥색, 살구색, 흐리멍텅한 색!

#5 "늙다의 반댓말은?"

=> 크..어... 이거 정답 말해야 하지? 어... 젋다!

#6 "아름답다의 반댓말은?"

=> "어... 눈부시다! 휴우!!!"

...

오 갓......

솔직히 두 세번 웃긴 했습니다만 순수한 재미에서 오는 웃음이 아니라, "뭐야 이 게임은?"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은 실소에 가까웠습니다.

자, 각 정답자는 30초씩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즉, 최대 8명이 한다고 하면, 30초 동안 제 차례를 진행하고 3분 30초 동안 남의 게임을 구경하는 셈이죠. 물론 모든 사람이 정확하게 30초를 쓰는 것도 아니고 숫자로 보면 별거 아닌거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상당히 대기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보드게임 용어 중 Active Downtime 이라 하여, 대기시간 동안에도 플레이어들이 무언가 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시스템이 있습니다. 같은 회사 제품으로 치면 하나비가 있겠군요. 자기 턴이 아니더라도 쉴새없이 남의 카드를 확인하며 좋은 힌트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핏 잇 아웃에서도 정답자를 방해하는 식으로 대기시간을 능동적으로 보낼 수 있지만... 상대방을 방해하는 것도 솔직히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재미없다는 말이 정말 "노잼이다" 라는건 아닙니다. 여느 다른 게임에서도 맛볼 수 있는 방해공작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특별한 점이 전혀 안느껴집니다. 이 게임을 구입해야 할 필요를 전혀 못 느낀다는 것이지요.

가끔 재미난 정답이 나오거나 기발한 대답이 나와서 모두가 피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3. 이것보다 나은 게임이 훨씬 많아.

이 게임보다 재밌는 게임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스핏 잇 아웃이 의도하는 "상식 비틀기" 류의 게임으론 훨씬 더 진행속도가 빠르고 난타전이 벌어지는 블리츠가 있고, 상식 문제로는 재치와 도박, 민첩성 게임으로는 할리갈리 컵스 / 우봉고 시리즈가 있으며, 8인까지 커버해야 한다면 젝스님트도 있죠. 이 게임 모두 스핏 잇 아웃에 전혀 밀리지 않는 에이스급 파티 게임입니다. 이미 재미 포인트에서 이 게임을 사야할 이유를 못 찾았는데... 이렇게 엄청난 경쟁자들이 있다면 -특히 블리츠- 더더욱 이 게임을 구입할 필요가 없지요.

정말 웬만해선 게임이 가진 고유한 장점 2~3개 정도는 언급하려 하는 편인데... 이 게임은 전혀 모르겠네요. 같이 플레이 했던 그룹이 별로였던걸까요? 그 날 컨디션 / 분위기가 별로였던걸까요? 언어가 문제였던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디 하나 잘못된 점이 없었지만 첫 인상은 정말로 따분 했습니다. 두 세번 했을 때 조금 더 요령이 생기긴 했지만...

별 의미는 없겠지요.

아마 이 게임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