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스타일 능력자 손털기 게임-플라토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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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6 19:01

Plato 3000

플라토 3000은 "로마에 영광을"로 유명한 케임브릿지 게임즈 팩토리에서 출시된 게임으로, Sheamus Parkes가 디자인했습니다. 프린트 앤 플레이로 공개된 게임을 개선하여 실물화한 것인데, 아들룽 게임 못지 않게 놀라운 가성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테마는 현대의 과학 문명을 상실한 미래를 배경으로 현대의 문명을 발굴해낸다는 것이긴 한데, 사실 테마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게임의 기본 시스템이 와이어트 어프로 익숙한 루미 계통이기 때문이죠.

일정 장수의 카드를 받고 게임을 시작하면, 자신의 턴에는 우선 연구나 발굴을 할 수 있습니다. 연구는 덱에서 카드 두 장을 뽑아 그 중 한 장을 갖는 행위고, 발굴은 두개의 버린 더미 중 맨 윗장을 갖는 것입니다. 여기서 버린 더미가 둘이라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 게임에서는 연구로 버린 더미와 턴을 끝내면서 버린 더미가 나뉘어 있습니다.

그 뒤에는 손에서 새 직업으로 같은 카드 세 장을 등록하거나, 이미 누군가 등록한 직업을 원하는 만큼 내려놓거나, 이론을 한 번 발표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은 익숙한 반면 이론만 생소한데, 이건 특수 카드 사용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게임 카드는 직업과 이론으로 구성되어, 플레이어는 턴 중 한 번 이론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 효과로 연구를 한 번 더 하거나, 아니면 버린 더미에서 카드를 여러 장 가져오거나, 라운드가 끝난 뒤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액션은 원하는 순서로, 원하는 것들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턴을 끝내면서 손에서 카드 한 장을 버립니다. 꼭 버려야 하기 때문에 버릴 카드가 없으면 안됩니다. 아마 와이어트 어프를 해 보신 분은 익숙한 규칙이겠죠.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해서 플레이어 한 명만 손에 카드를 남기거나 덱이 다 떨어지면 라운드가 끝나고, 점수를 계산합니다. 내려놓은 카드의 숫자는 더하고, 손에 남은 카드의 숫자는 빼면 됩니다. 이렇게 100점을 넘길때까지 하면 되는 것이죠.

이렇게 매우 간단한 게임이지만 카드마다 특수 능력이 있어서 나름대로 이를 운용하는 재미가 각별합니다. 예를 들어 농부는 연구로 뽑은 카드 2장을 모두 갖게 해주고, 역사가는 발굴할 때 아무 위치에서나 카드를 뽑을 수 있게 해 주며, 프리스트는 새 직업을 2장만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누가 뭘 모을지 생각하면서 자신이 어떤 직업을 먼저 놓아 어떤 이득을 볼지 궁리해야 하는데, 조커로 쓰는 엔진 카드의 존재가 또 변수가 됩니다. 조커를 쓰면 직업을 빨리 내려놓을 수 있지만 장 당 -3점을 받기 때문에 마냥 좋지만도 않기 때문이죠. 물론 엔진의 감점을 없애주는 직업인 메카닉도 있어 타격없이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그런 한편으로 점수를 많이 얻으려고 카드를 많이 뽑자면 상대가 먼저 손을 털고 라운드를 끝내서 고스란히 감점을 당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딜레마가 있어, 이 역시 고민스럽습니다.

4인이 플레이하면 2대2로 팀전을 하게 되는데, 이때는 팀원끼리 이론 발표 대신 말없는 교환을 할 수도 있어 팀웍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나에게 필요 없으면서 동료에게는 꼭 필요한 카드를 파악하고 주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이론 발표는 카드 총량이 늘어나니까 빨리 끝내고 싶다면 교환이 좀더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해보니 꽤 재미있어 만족한 작품이었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전략 게임이나 파티 게임과는 달라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지만 전통적인 시스템을 세련되게 변용한 케이스라고 생각됩니다. 몰입해서 전략을 탐구하거나 폭소를 할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은근한 맛이 있어 유행이나 취향을 타지 않고 이따금 즐기기 좋을 것 같습니다. 시스템은 다르지만 로스트 시티즈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카페에서 잠깐 돌리기도 적당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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