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전사들과 함께하는 신들의 전쟁-칸즈메 가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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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6 17:19

칸즈메 가디스는 Zhu Rong의 덱빌딩 게임으로, 킥스타터를 거쳤고 Japanime Games을 통해 영문판이 발매되었습니다. 퍼블리셔는 이름을 보고 짐작하실 수 있듯이 탄토 쿠오레 영문판의 퍼블리셔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화려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게임은 일본어로 통조림이라는 이름답게 케이스가 원통형 캔인데, 중국인으로 보이는 디자이너가 어째서 제목에 일본어를 썼는지, 그리고 이게 게임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매뉴얼을 보면 신들의 대결에서 전사들이 항아리에 봉인되었다고 나오긴 하는데, 이 설정을 먼저 만들고 제목을 정하지는 않은 것 같고… 아무튼 기억하기는 좋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내용물을 보면 덱빌딩 게임치고는 카드 종류가 적은 편으로, 신 카드가 12장, 그리고 덱을 구성하게 될 카드가 21종입니다. 그 중 3종은 도미니언의 돈과 비슷한 역할이므로 실질적으로는 18종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18종의 카드는 각 5장으로 역시 다른 덱빌딩 게임에 비하면 한 종류 당 카드가 적은 편입니다.

게임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공격해서 에너지를 0으로 만드는 것인데, 팀전과 개인전이 가능합니다. 개인전의 경우는 15로 시작한 에너지를 25로 만들어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기본 덱은 신앙 1을 주는 신도 8장, 2의 방어 효과와 신 능력 무효화 능력을 가진 신도 2장으로 구성되며, 게임을 시작하면 5장을 들고 이것을 사용해서 액션을 수행하고, 신앙을 소비해서 카드를 구입하게 됩니다.

카드 공급처의 신도 카드들은 종류별로 분류하여 앞면으로 쌓아두고, 나머지 전사 카드들은 모두 섞어 여섯 더미로 나눈 뒤 맨 윗장만 공개합니다. 입맛대로 원하는 카드를 사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사야 한다는 점은 어센션과 동일한 셈입니다. 구매는 액션이 끝난 뒤에 이루어지는데, 역시 어센션과 마찬가지로 구매 횟수에 한정이 없어서 신앙만 충족된다면 원하는만큼 카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입한 카드는 다른 덱빌딩 게임들과 달리 자신의 덱 맨 위에 놓기 때문에 다음 턴에는 반드시 그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점이 무엇보다 특징적이고 게임의 특성에 맞게 잘 만들어져 있더군요.

액션은 기본적으로는 한 장만 사용할 수 있는데, 카드 좌측 상단에 색깔 심볼이 큰 것 하나, 작은 것 둘이 있어, 앞서 사용한 카드의 작은 심볼에 있는 색깔의 카드는 추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건 나이트폴에서 선보인 것과 동일한 시스템이죠. 때문에 카드를 구입할 때 자신이 어떤 색을 사두었는지 잘 기억해서 액션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덱빌딩 게임들과 달리 승점을 따로 구입하거나 생산할 수없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는 당연히 공격과 방어가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규칙이 따로 길게 설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카드의 액션 중 한 종류로 정리되어 있어서 익히는 것은 간단합니다. 카드의 공격 능력을 사용하고 공격 대상을 지정하면 대상은 손에서 방어 능력이 있는 반응 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방어 수치가 모자란 만큼 피해가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공격력 4로 공격하고 방어자가 2로 방어한다면 피해 2가 들어갑니다. 공격에도 횟수가 정해진 것은 아니라 카드 연쇄가 잘 되면 한 턴에 몇 번이고 공격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그 때마다 방어를 하면 됩니다. 규칙이 간결해서 좋습니다.

기본은 이렇게 간단한데, 게임을 굉장히 다채롭고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신 카드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할 때 신을 하나 선택하게 되는데, 이 신들의 능력이 각양각색인데다 플레이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것들이 많아서 플레이어들은 이 신들의 역학 관계를 잘 파악하며 게임을 진행해야 합니다. 가령 오딘의 능력 중 하나는 전사로 공격을 하면 다른 플레이어를 한명 더 공격할 수 있는 엄청난 것인데, 이런 신이 등장하면 플레이어들은 자연히 호로관의 여포를 상대하듯이 힘을 합쳐 견제하게 됩니다. 때문에 처신하기 따라서는 약한 신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다고 신의 능력간 밸런스가 엉망이라는 점을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팀전을 하면 플레이어들은 북구와 그리스로 진영을 나누어 팀별로 주신과 부신을 뽑고, 상의해서 어떤 신을 할 지 정하고 시작하는데, 이 때는 주신이 죽으면 패배하기 때문에 어떤 신을 고르고 주신을 뽑을 것인지 상당히 궁리를 해야 합니다. 이 과정도 재미의 한 부분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번거롭기도 하고, 여러번 플레이하면 확실히 강력한 조합을 고르기 싫어서 새로운 조합을 했다가 지고 후회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또 플레이 해본 결과, 극악무도한 짓을 하려고 작정하고 고른 신들이 싸우니 게임이 소모적인 양상을 보였고, 무작위로 골라서 플레이해보니 잘 나온 조합에 비해 적당히 만들어진 조합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여 재미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적으로 신 능력 설정의 문제라 개인전에서도 플레이어들이 방어적인 신을 고르자 살 카드가 다 떨어질 때까지도 게임이 끝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더군요. 플레이어들이 서로 다른 능력을 사용하는 게임에서 밸런스 문제는 흔히 벌어지는 일이긴 합니다만, 칸즈메 가디스에서는 그 정도가 좀 심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너무 강력한 신 능력에 대한 대처법으로 기본 방어 카드를 손에서 제거하여 능력 자체를 무효화하는 방법이 있고, 카드를 사면 덱 맨 위로 올라가니까 원한다면 매 턴 이렇게 무효화를 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덱의 순도가 떨어지니까 영 내키지 않을 뿐더러, 한 턴에 몇 번이고 쓸 수 있는 능력도 많기 때문에 그리 대단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플레이어들이 손을 잡아야 하죠.

그래도 이런 문제만 제외하고 보면 칸즈메 가디스는 지금까지 해본 전투형 덱빌딩 게임들 중에서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발한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서도 때리고 막는 구도가 간단하게 잘 구현되어 있고, 그 구도 안에 "생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카드는 게임 진행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모순이 살아있어서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가 사는 카드를 눈여겨보고 펀치를 날리거나 가드를 올리는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렇게 진행되는 게임은 덱빌딩 게임이면서 능력자 배틀이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가끔은 협잡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카드 종류가 적어서 도미니언에 비하면야 판이 그 밥에 그 나물인 감이 있지만 만일 확장이 나온다면 괜찮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덱빌딩과 2차원 미녀를 좋아하면서 서로를 웃으면서 두들겨 팰 수 있는 분들이라면 권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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