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게임이란 단어를 보고 라떼 생각에 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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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9 10:47

어제 오늘 글을 올리기도 하고 올라온 글을 읽기도 하다가 “라떼”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디플로머시라는 게임이 있죠. 1950년대에 발매한 게임입니다. 긱 사이트에는 1959년 발매한 버전이 올라와 있지만 사실 그 보다 몇년 전에 발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1999년에 발매한 아발론 힐의 빅박스 버전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고백을 해보자면, 제가 가지고 있는 이 게임은 딱 세번 플레이 되었습니다. 그 중 두번은 제가 직접 플레이어로 참여했고, 한 번은 진행만 도왔죠.

갑자기 디플로머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 했던 때가 제가 가장 즐겁게 게임 했던 경험들 중 하나라서입니다. 보드게임 까페 nuF 에서 플레이 했었고,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약 20여명이 함께 플레이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국가는 7개국이고 각 나라당 두세명씩 편을 짰죠. 나머지 6개국과 외교를 벌이려면 2명의 팀원으로도 힘들거든요. 사실 이 게임을 더 오래 전에 즐기셨던 분들은 이메일 등으로 플레이 하시기도 했습니다. 서로 며칠여 간 각자의 공간에서 외교를 벌이다가 정해진 시간에 다시 모이거나, 각 국가들이 각자의 결정 사항을 진행자에게 통보하면 그 때 보드위에 반영하여 플레이 하는 식이었죠. 보드라이프에서도 오픈 채팅으로 진행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여간 제가 플레이 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어떤 국가들은 화장실에 모이기도 하고, 어떤 국가들은 주방에 모이기도 하고, 어떤 국가들은 담배 한 대 피자며 밖으로 나가기도 했죠. 그렇게 서로 우리끼린 똘똘 뭉치자며 으쌰으쌰 해놓고, 화장실에 있던 한 국가와 주방에 있던 한 국가가 갑자기 함께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 까페 안에 남은 국가들은 저녀석들이 무슨 얘길 하는거나며 머리를 맞대기도 했죠. 그렇게 외교의 시간이 지나면 다들 한자리에 모여 결과를 반영하고 나서 각 국가마다 성명 발표 차례를 진행했죠. 이야~ 터키 너네 그렇게 안 봤는데 이게 뭐냐? 와~ 스페인 너네 이제 영국 똘마니 다됐네? 이러면서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네요. 아사리판의 정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글 쓰다가 플레이 인원수가 많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생선 담배 고기완자”라는 게임도 생각나네요. 피시 플루펜 프리카델린 이라고 읽던가요? 보드게임계의 별종 프리드만 프리제의 2002년 작입니다. 5인 최적의 게임인데 각 테이블 당 5인씩, 총 3테이블로 15인이 (함께라고 말하기는 좀 뭐한)동시에 게임을 진행 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별로 진행하다가 옆 테이블로 난입하여 템을 구하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독특한 게임이죠. 보드라이프 게시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인 “세상에 나쁜 게임은 없다” 시리즈의 멤버 중 한명인 키니군이 적극 추진하여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결과는…… 아마 제가 1등이었을 겁니다. 아, 긱사이트 평점 6.6인 데다가 저 시리즈와 엮였다고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저 평점은 매우 저평가 된 점수고, 제가 장담하지만 평점 6.7은 우습게 넘길 게임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게임 인생 중 가장 재밌던 기억 중 하나예요. 아마 “세나게” 시리즈를 쓰시는 분들도 모르긴 몰라도 정말 즐겁게 게임들 하실겁니다.

아휴, 라떼 얘기는 짧게 끝내죠. 보시는 분들보다 글을 쓰는 제가 즐겁네요. 다들 즐거운 게임 생활을 즐깁시다.

아, 눈팅만 하다가 게시판에 글 쓰기 시작하면서 닉네임 수줍은 시아버, 로 글을 썼는데 제 아내가 보더니 무슨 야동이냐고 묻더군요. 그런 뜻으로 쓴 건 아닌데 ㅜㅜ 그래서 그냥 리클러스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