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보게서포터즈](데이터주의)조선시대 학습용 자작 보드게임 제작기
*보드게임 커뮤니티에 제가 평소 생각하는 수업 관련된 내용이나 교육 철학적 성격이 녹아있는 글을 올리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어찌보면 보드게임과 관련이 없다고 저도 생각이 들지만
보드라이프는 매니아 게임으로서의 보드게임 뿐만 아니라 교육적 시각으로 보는 보드게임도 충분히 품어주실 듯하고
은근히 많은 선생님들께서 활동하고 계셔서 용기내어! 올려봅니다.
교사들이 가장 외면하고 싶은 현실 중 하나가 '수업 중 무기력한 학생'일 것입니다.
참담한 현실이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하지만 꼭 마주해야할,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무기력한 학생'들이 증가하는 원인은 사회, 경제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 동안 대세로 추앙받았던 각종 '수업 방법'에 대한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학생을 가르친다던가, 모둠 활동으로 발표를 시킨다던가, 만들거나 꾸미거나 그리거나
토론을시키거나 프로젝트를 시키거나 기타 등등 모두 돌이켜보면
소수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뒤처진 학생들을 끌고가는,
수업의 주인공은 소수의 공부를 잘하는 엘리트 학생들이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더욱 소외되고 동급생들에게 닥달당하고 무시당하는 그런 풍조가 무기력한 학생들이 증가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찌보면 교직사회에서 말 안듣는 꼴통이기도 하고
수업에서 배제된 학생들을 보며 교사로서 회의감이 들었던지라
조금이라도 농띠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붙였으면 좋겠다 싶어서
개발새발 조악한 보드게임을 단원별로, 주제별로 만들어서 학생들과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 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겁고
좋아서 본의 아니게 3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보드게임으로 수업을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공격(?)이 '과연 학습에 도움이 되느냐?', '그냥 한 시간 노는거 아니냐?', '흥미에만 치우쳐져있다.' 등등이었는데 저도 이런 공격에 한때 마음이 동해 '그냥 교육청에서 시키는 대로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이 와중에 학생들이 무기명 설문에서 보드게임을 하니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친구들과의 관계 면에서도 훨씬 좋아졌다고 답해준 내용들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드게임을 직접 만들면서 나타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제작 물품이 마땅찮았다는 것입니다.
이 때 마침 나타난 물건이 '마이 게임 스튜디오'였습니다.
카드입니다. 앞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내용을 채워서 속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너무 감동적인? 구절이라 사진을 찍었습니다.
기존에 보드게임을 만들면서 제가 느꼈던 문제점 및 학생들의 피드백 요청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게임판을 A4나 B4로 코팅하면서 들고 다녔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교실로 들고 다니기가 힘들다.
이런식으로 종이가방에 만든 보드게임을 넣어서 가져다녔는데 빵 봉투가 내구성이 약해서 쉽게 찢어지기도 하고, A4, B4게임판은 종이가방에 보관하기가 매우 불편했습니다.
2. 카드 보강재가 흐믈흐믈한 재질이 있어 내구성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카드보강재를 두세장씩 넣어야 쓸만했었는데 이마저도 학생들이 게임 중 흥분해서 움켜쥐면 다음 번엔 쓰지 못하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ㅠㅠ
3. 플텍을 씌운 카드 끝이 뾰족하고 날카롭다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보강재도 끝이 날카롭고 플텍도 날카롭다 보니 셔플 중 학생들이 따가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4. 주사위, 마커, 토큰, 카드보강재를 따로 따로 구입을 했다.
그래서 조금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한 번에 올인원 처럼 있는 물건이 없을까 찾아보았지만 마땅찮은 게 없었습니다.
오늘 리뷰해 볼 '마이 게임 스튜디오'는 제가 위에 나열한 제 문제를 해결해주는 '올인원 패키지'였습니다.
진작에 알았다먼 모두 마이게임 스튜디오로 게임을 제작했을 텐데 뒤늦게 알아 버려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일전에 제가 조선시대 학습을 위해 만들었던 자칭 '조선붕당전'이란 보드게임을 마이 게임 스튜디오로 다시 보강하여 만들어 보았습니다.ㅋㅋ
그 동안 조선시대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뭔지 보니,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대립의 양상이 복잡하다는 것과, 각종 정책과 제도들과 사건들이 고려시대와는 다르게 '많이', '복잡하게'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재밌게 조선시대를 체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직접 조선시대 붕당을 이끄는 우두머리가 되어
각종 정책을 건의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늘리거나, 상대 붕당을 참소하여 궁지에 몰아 넣거나,
정치 자금을 모으면서 의정부나 6조를 자기 편으로 매수하기도 하고,
다양한 정책 카드를 사면서 자신의 덱을 늘려나가는 게임입니다.
4인을 기본으로하고 팀전 및 개인전(학급 인원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도미니언과 히어로렐름 등 기존 덱빌딩 게임의 여러 요소들을 차용하였습니다.
게임 시간은 30분 정도 걸립니다.
학생들은 1인당 포화(조선 전기 화폐 역할을 한 옷감) 5장=돈
상평통보 1장=돈
후학 양성=세력 증가
참소=공격
총 8장의 덱을 갖고 시작하며 4장씩 꺼내 정책 카드를 구입하거나, 정치 기관을 매수하거나, 세력도 키우고 공격도 하는 활동을 합니다.
먼저 마커를 시작 지점인 '20'에 위치시킵니다.
마커가 오른쪽 아래 해골이 표시된 '멸문지화'에 이르면 멸망합니다.
조선시대 정쟁에서 패자는 사약을 받거나 3족을 멸하는 등의 설정에서 따왔습니다.ㅋㅋ
왼쪽 맨 위 '정권장악'에 도달하면 승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붕당의 세력이 너무 약하다면 왕은 일당독주의 폐해를 막기 위해 '주상의 은총'을 내려줍니다. 주사위를 굴려 해당 혜택을 받습니다.
반면 붕당의 세력이 너무 강해 정권을 장악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면 왕은 '주상의 견제'를 통해 주사위를 굴려 해당 불이익을 받도록 만듭니다.ㅋㅋ
그리고 '매수'라는 승리 조건도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광화문 앞 6조 거리에
의정부를 비롯한 각종 주요 관청이 있었던 것을 반영해
거리의 주요 관청을 돈으로 매수하여 자기 붕당의 편으로 만들어 승리할 수 있도록 장치하였습니다.
자칫 공격만 주고 받으며 지루해질 수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리하고 신경써야할 요소로 집어 넣어 봤습니다.
이렇게 의정부를 매수한다면 자신의 토큰으로 가리고
상대방 또한 적의 토큰을 치우고 자신의 토큰을 놓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 '경복궁 앞에 6조 거리가 있었고 거기 주요 중앙 관청들이 있었구나'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만들려고 했습니다.
시장에선 다른 정책카드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나열한 카드 중 한 장을 가져와서 자신의 덱을 늘려나가는 방식입니다.
카드에는 종류가 있는데
'진보' 정책 카드는 조선시대 역사에서 개혁적인 사건이나 정책(사림)들과 관련된 것입니다.
오른쪽 위의 카트에 써진 숫자는 시장에서 살 때 가격입니다.
능력이 2개로 나눠져 있는 것은 손에 4장의 카드 중
2장 이상의 카드가 '진보'카드라면 아래 능력까지 발동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맨 아래 설명 부분은 교과서에 나오는 주요 내용들을 일일이 직접 요약 정리한 것들입니다.
학생들이 게임 도중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까지(주로 4인플) 손에 있는 카드의 제목과, 이미지를 보면서
아래 설명까지 읽는다면 자연스레 학습이 되도록 의도하였습니다.
'보수'정책 카드는 보수적인 사건이나 정책(훈구)과 관련이 있습니다.
'왕당파'는 조선시대 왕권을 지지했던 정치 세력들을 의미합니다. 왕권 강화 정책이나 제도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정치 세력들이 꼭 대립만은 한 것이 아니라서 때론 힘을 합칠 때도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성리학을 공부한 사대부였기 때문에 불교 관련된 정책 등에선 대동단결하여 탄압을 부르짖었던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동단결'은 조커로 기능하도록 하였습니다.
(보수, 진보, 왕당파 모두에게 해당되므로 너무 강력한 카드라 가격에 비해 능력은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수비'카드가 있는데 이는 상대방에게 공격당할 때 특수능력을 사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뉴마이스튜디오로 게임을 만들어 보니 여러 모로 장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원래 게임의 카드가 조선의 건국부터 동학농민운동까지 99장인데 60여장 밖에 없어 카드가 약간 부족했다는 점입니다ㅋㅋ
하지만 대개 선생님들께서 게임을 만드실 때 카드 장수는 그리 많지 않은 선에서 제작을 하시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쓸 보드게임을 만드는 용도론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직접 카드에 그림을 그리거나 보드판에 그리도록 디자인한 것 같은데, 선생님들께서도 각종 교과 관련된 내용이나 학습 도구로 보드게임을 쓰려고 하실 때 적절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다른 유통 보드게임과도 섞어서 쓸 수도 있습니다.
텔레스트레이션 같은 경우 카드 사이즈와 똑같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서 교과 내용과 관련된 내용을 그리게 한다거나 하면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